모든 것은 흘러간다
그는 에르미타즈 궁을 찾았다. 미술관은 별 감흥이 없고 지루했다. 그가 노인이 되어 가는 동안, 강제수용소 출신의 노인이 되어 가는 동안, 어떻게 그림들은 그렇게 아름답게 남아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이 그림들은 왜 바뀌지 않는 걸까. 너무 근사한 마돈나의 얼굴은 왜 나이를 먹지 않은 걸까. 왜 그 눈은 그동안 흘린 눈물로 멀어 버리지 않은 걸까. 어쩌면 그 불멸성-영원함-은 강점이 아니라 약점이 아닐까. 어쩌면 그런 식으로 예술은 자신을 낳은 인간들을 배신하는 것일까.
바실리 그로스만
모든 것은 흘러간다(Everything Fl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