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한 복판에 뛰어든 소설들

밤의 여행자들 & 지옥은 신의 부재

by 이기자

재난 여행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다룬 두 편의 소설을 소개했습니다.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 테드 창의 <지옥은 신의 부재>
TBS 교통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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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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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달콤한 서재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종현

얼마 전에 한국에서도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한국도 이제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걸 온 국민이 몸소 체감했죠. 지진뿐만 아니죠. 역대급 태풍에 울산이 큰 피해를 입었고, 작고 작은 재해나 재난까지 포함하면 일 년 365일 항상 재난은 우리 곁에 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DJ

그렇죠. 자연재해의 공포를 요즘 들어 부쩍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종현

오늘 소개해드릴 책들도 재난을 다룬 책입니다.


DJ

재난 현장을 무대로 한 소설들인가요?


종현

무대가 재난 현장인 건 맞는데요. 단순히 재난을 다룬 책들은 워낙 많으니까 조금 특이한 주제를 골라봤습니다.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재난 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을 말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주인공들이 직접 재난 지역으로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DJ

재난 여행이라는 게 실제로 있나요?


종현

그렇죠. 실제로도 재난 지역을 여행하는 상품이 있거든요. 체르노빌 같은 지역을 여행하는 상품 같은 거죠. 멋진 경치를 보러가거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보통 여행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여행이겠죠.


DJ

첫 번째 책은 뭔가요?


종현

윤고은 작가가 쓴 <밤의 여행자들>이라는 장편소설입니다. 굉장히 젊은 감각으로 주목받는 신예 소설가 중 한 명입니다.


DJ

그럼 노래 한 곡 듣고 <밤의 여행자들>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종현

안녕바다의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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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안녕바다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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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재난지역으로의 여행을 다룬 첫 번째 책, 밤의 여행자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종현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요나인데요. 여행사에서 근무합니다. 그런데 이 여행사가 조금 특이합니다.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앞에서 말했던 재난 여행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예요. 주인공은 이 회사에서 재난 여행 상품을 기획하는 업무를 맡고 있고요. 회사에 입사한 지 올해로 10년째가 된, 그럭저럭 일은 잘 하지만 특별히 눈에 띄지 않고, 집과 회사만 오가는 그런 삶을 사는 주인공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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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회사와 업무가 재난을 다룬다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것 없는 30대 직장인의 모습이네요.


종현

그렇죠. 작가도 주인공의 평범한 모습을 통해서 이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DJ

뭔가 변화가 찾아오는 거겠죠?


종현

주인공이 회사와 갈등을 빚다가 사표를 내는데요. 상사가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에 출장 겸 휴가를 한 달 정도 다녀오라고 해요. 회사에서 만든 재난 여행 상품 중에 하나를 다녀와서 그 여행상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봐라 이런 거였죠. 그래서 고민 끝에 주인공이 베트남 남부의 무이라는 섬으로 떠납니다.


DJ

무이는 가상의 공간인가요?


종현

베트남에 실제로 무이네라는 휴양지가 있거든요. 소설에 묘사된 풍경이 무이네와 흡사한 것으로 봐서 무이는 무이네를 바탕으로 만든 공간 같아요. 다만 소설에 나오는 끔찍한 재난지역과는 조금 거리가 있죠.


DJ

소설에서 무이라는 곳에는 어떤 재난이 닥쳤던 건가요?


종현

무이라는 섬에 사막이 있는데요. 그 사막 한가운데 커다란 싱크홀이 생긴 겁니다. 예전에 무이에 살았던 원주민들 사이에 큰 싸움이 있었는데 그 싸움의 와중에 싱크홀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죠. 주인공은 5박 6일 일정으로 서울을 떠나서 무이의 재난 현장을 보러 갑니다.


DJ

재난 여행이라는 소재는 특이한데요. 여기까지는 특별한 내용은 없네요.


종현

주인공이 여행을 마치고 호찌민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차를 놓치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일행과 떨어져서 다시 무이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무이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는 거죠. 여기서부터 사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불쌍한 원주민 모습이던 사람들이었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까 다들 그냥 연기를 하던 거였어요. 사막의 싱크홀 때문에 힘들게 지낸다 이런 말은 사실 뻥이었던 거죠.


DJ

다 연기였다. 재난 지역이라는 것도 연기인가요?


종현

실제로 싱크홀이 있었던 건 맞는데요. 그게 수십 년 전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시간이 흐르니까 더는 볼 게 없는 거죠. 그래서 관광객도 줄고 무이라는 섬 전체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거예요. 사실 무이를 집어삼킨 진짜 재난은 수십 년 전에 발생한 싱크홀이 아니라 돈 문제였던 거죠. 결국에 돈 때문에 더 끔찍한 일이 생기게 됩니다.


DJ

끔찍한 일이라면 또 재난이 닥치는 건가요?


종현

무이가 재난 여행지로 매력이 떨어지다 보니까 현지 리조트 매니저가 인공적인 재난을 계획합니다. 원주민들을 사막에 모아서 잔치를 열다가 지반을 무너뜨려서 사람들을 죽게 만들자는 거죠. 자연적으로 생기는 싱크홀보다 더 큰 싱크홀을 만들어서 무이에 끔찍한 재난이 생겼다고 홍보하는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다시 무이에 관심을 가지고 여행사의 재난 여행 상품도 불티나게 팔릴 거라는 거죠. 정말로 요즘엔 돈 그 자체가 재난인 셈이죠.

DJ

사람 목숨을 가지고 끔찍한 계획을 세운 거네요. 주인공은 당연히 거절을 했겠죠?


종현

나중에는 마음을 바꾸게 됩니다만. 처음에는 주인공도 계획에 동참합니다. 회사에서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는 걸 알고 있었고, 무이의 원주민들은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외면해버린 거죠.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마음을 돌리지만 처음에는 주인공까지 이 끔찍한 계획에 동참한 거죠.


DJ

돈 때문에 일부러 재난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죽게 만든다는 게 끔찍하네요.


종현

그렇죠. 사실 돈과 황금만능주의 같은 것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잖아요. 이런 현실 자체가 끔찍한 재난이라는 걸 작가는 말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이 다니는 여행사의 이름이 ‘정글’이거든요. 정글에서 힘겹게 하루하루 일하는 모습이 그 자체로 재난을 겪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거죠.


DJ

재난 여행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위안을 얻고자 하는 거겠네요.


종현

소설에 인상 깊은 부분이 있는데요. 화자가 재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반응을 요약해줍니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다가 다음에는 동정과 연민, 불편함을 느끼고, 그다음에는 내 삶에 대한 감사, 마지막에는 나는 살아남았다는 우월감의 순으로 사람들의 반응이 이어진다는 거죠. 그러니까 사람들이 TV로 재난 현장을 보면서 느끼는 최종적인 감정은 재난이 우리 곁을 스쳐갔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안전하다. 이런 이기적인 위안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렇게 살아남은 것 자체가 이미 재난에 빠져 있는 거라고 일러주는 거죠.


DJ

소재도 그렇고 주제도 섬뜩하군요.


종현

작가가 30대 여자여서 그런지 여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굉장히 뛰어납니다. 20~30대 직장인 여성 분들이 읽어보면 굉장히 공감할 부분이 많을 거예요.


DJ

그렇군요.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이야기할게요.


종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재난 영화인 아마겟돈의 ost에서 골랐습니다. 에어로스미스의 I don't want to miss a thi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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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Aerosmith - I don't want to miss a thing

https://youtu.be/JkK8g6FME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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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재난 여행을 다룬 두 번째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두 번째 책은 테드 창이라는 작가가 쓴 ‘지옥은 신의 부재’라는 단편 소설입니다.


DJ

테드 창은 생소한 이름이네요.


종현

미국의 SF 작가입니다. SF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은 잘 아실 텐데 몇 개 안 되는 작품으로 SF소설 분야의 모든 상을 휩쓸고 있는 작가입니다. 글자 수 당 가장 많은 상을 탄 작가라는 타이틀도 있습니다.


DJ

SF 분야에서는 어마어마한 작가군요.


종현

이 작가의 소설들이 하나 둘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다음 달에 개봉 예정인 드니 빌뇌브 감독의 ‘어라이벌’도 이 작가의 작품이 원작이고요. 아마 앞으로 이름을 많이 접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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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그렇군요. 그럼 소설 이야기를 해보죠. 지옥은 신의 부재라는 제목이 독특합니다. SF 소설인데 신이 등장하는 건가요?


종현

네. 굉장히 특이하죠. 천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강림이라고 하잖아요. 현실세계에서는 이 강림이 초현실적인 개념인데요. 이 소설 속 세계관에서는 천사의 강림이 종종 일어납니다. 일 년에 여러 번 천사가 강림하고, 이따금 대도시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고요. 보통은 나타나는 장소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요.


DJ

천사가 마치 태풍처럼 나타나는군요. 천사의 강림을 자연재해에 비유한 건가요?


종현

맞습니다. 천사가 나타날 때마다 어마어마한 자연현상이 동반됩니다. 예컨대 돌풍이 일고 땅이 끓어오르고 이런 거죠. 그리고 천사를 가까이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무작위로 축복과 재앙이 내려져요. 천사를 마주한 어떤 사람은 기적을 체험해서 병이 낫거나 불구이던 몸이 고쳐지는데, 반대로 어떤 사람은 건강하던 몸에 병이 생기고 장애가 생기기도 하고요. 말 그대로 천사의 강림이 축복이나 재난인 거죠.


DJ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일만도 아니겠네요.


종현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는 특히나 그렇습니다. 주인공인 닐은 결혼해서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인데요. 어느 날 천사 나다니엘이 강림한 곳에 있던 아내가 그 충격으로 사망합니다. 천사의 강림이 재난이 된 거죠. 주인공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내를 잃은 고통에 시름시름 앓게 됩니다. 그러다 천사를 찾아 나서기로 하죠. 자신도 천사를 마주하고 죽게 되면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는 거예요.


DJ

신 때문에 아내를 잃은 주인공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되네요. 여기서 노래 듣고 더 이야기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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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U2 - If God Will Send His Angels

https://youtu.be/v9qr-YKWzq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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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U2의 If God Will Send His Angels 들었습니다. 시티 오브 엔젤 ost였죠?


종현

천사가 나온 영화 중에는 아마 최고인 것 같아요.


DJ

그런데 ‘지옥은 신의 부재’ 이 소설 속 천사는 시티 오브 엔젤의 천사와는 아주 많이 다른 모습이네요.


종현

그렇죠. 시티 오브 엔젤의 니콜라스 케이지는 인간을 배려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 소설 속 천사는 인간을 전혀 신경쓰지도 않는 모습입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들이 생각도 못한 결과를 일으키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는 거죠. 보통의 사람들은 천사의 존재를 신경쓰지 않고 지내려고 하는데요. 주인공은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천사가 나타나는 곳만을 찾아다닙니다. 천사가 일으키는 재난의 한 복판에 뛰어들어요.


DJ

그래서 주인공은 결국에 어떻게 되나요?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나요?


종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패합니다. 천사를 뒤쫓다 돌풍에 휘말리면서 주인공이 탄 차가 뒤집어지고 주인공은 죽게 되거든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 아내와 달리 주인공은 지옥으로 떨어집니다.


DJ

이해가 안 가네요. 왜 천국이 아닌 지옥에 가게 된 걸까요?


종현

저는 신의 존재나 신학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지만요,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의도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거 같아요. 신에게서 비롯된 현상을 인간이 이해할 수는 없다는 거죠. 천사의 강림으로 누군가는 기적을 경험하고 누구는 재난을 경험하고, 누구는 천국으로 가고 누구는 지옥으로 가고. 여기에는 어떤 인과율도 없거든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사람은 이해할 수가 없는 거죠. 바꿔 말하면, 신은 인간에게 자비를 베풀지도 않고 잔인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존재할 뿐이라는 겁니다. 그럼 지옥과 천국의 차이가 뭘까. 제목에 답이 있죠. 지옥은 그저 신이 없는 곳인 겁니다.


DJ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결말이네요.


종현

이 책이 SF 소설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SF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막상 SF가 뭐냐, SF소설은 다른 소설이랑 뭐가 다르냐고 물으면 말문이 막히죠. 제가 생각하는 SF소설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에요. 이런 세상이 있다면 넌 어떻게 생각해? 세상의 이런 조건을 이렇게 바꿔 볼테니 너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해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거죠. 그러면 거기에 맞춰서 독자는 수십 가지 수백 가지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잘 쓴 SF 소설은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가능성을 찾아가게 해주는 것 같아요.


DJ

천사가 정말로 그런 식으로 나타난다면 그건 기적일지 재앙일지 정말 고민이 필요하겠네요.


종현

애니 딜라드라는 작가가 있는데요. 이 분이 재밌는 말을 했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조금 더 독실하다면 교회에 갈 때는 안전 헬맷을 쓰고 신도석에 자기 몸을 단단히 묶어 놓을 것이다”

참 소설가들의 상상력이란 끝이 없죠.


DJ

마지막 곡도 소개해주세요.


종현

허클베리핀의 노래입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아 안녕 나는 너희들이 모르는 사이에 잠시 지옥에 다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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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 허클베리핀 - 사랑하는 친구들아 안녕 나는 너희들이 모르는 사이에 잠시 지옥에 다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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