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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Dec 04. 2016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린 통일한국

통일한국의 디스토피아를 다룬 두 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입니다.

TBS 교통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방송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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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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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달콤한 서재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종현

두 권의 소설을 준비했습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인데요. 그 미래가 조금 특이합니다.     


DJ

어떤 미래인가요?     


종현

다들 어릴 때 부른 노래 기억나시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오늘 소개해드릴 두 권의 소설은 바로 이 통일이 이뤄졌다고 가정하고 쓴 책들입니다. 통일한국이 배경인 거죠.


DJ

통일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희망적이고 그런 이미지가 있었잖아요그런데 요즘엔 그런 생각이 많이 사라진 거 같아요.


종현

그렇죠. 얼마 전에 문체부에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까 통일이 필요없다고 답한 사람이 32%나 되더라고요. 이게 2006년에는 16% 였으니까 10년 만에 통일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두 배가 된 거죠. 특히나 20대나 30대에서는 40% 정도가 통일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DJ

갈수록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아닌가 싶네요. 


종현

통일이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들을 우려하는 거죠. 오늘 소개해드릴 책들도 통일한국을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로 그리고 있습니다.


DJ

씁쓸하고 안타깝고 그런 생각이 드네요. 첫 번째로 소개해주실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모처럼 신작을 가져왔습니다. 장강명 작가가 쓴 ‘우리의 소원은 전쟁’입니다.

DJ

책 제목이 우리의 소원은 전쟁? 


종현

맞습니다. 도발적인 제목인데요. 장강명 작가의 책이 나올 때마다 큰 화제가 되지 않습니까? 이번 작품도 통일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도발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강명 작가의 책답게 아주아주 쉽게 빨리 읽을 수 있기도 하죠. 500페이지 정도의 책인데 마음만 먹으면 서너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DJ

그렇군요. 통일한국이 배경이라면 통일의 과정도 나올 텐데요. 어떻게 통일이 이뤄지나요? 


종현

그 부분이 재밌습니다. 장강명 작가는 책을 쓰면서 가장 이상적인 통일 시나리오를 일부러 채택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이상적인 통일 시나리오가 실현됐는데도 그 이후에는 디스토피아가 펼쳐지는 거죠. 


DJ

장강명 작가가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통일 시나리오. 그게 어떤 건가요? 


종현

북한의 김씨 왕조가 알아서 무너지고요. 국지전도 발발하지 않고, 대규모 난민도 생기지 않습니다. 군사분계선을 그대로 유지하거든요. 북한 주민이 남쪽으로 내려오려면 철저한 심사를 거쳐야 하는 거죠. 중국 군대가 북한에 들어가지 않고 대신에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하면서 치안을 담당하고, 과도정부가 북한에 들어서서 단계적인 통일 과정을 조절하고. 이런 시나리오입니다. 여러 가지로 전문가들이 꼽은 최상의 통일 시나리오인데요.     


DJ

그런데도 이후에 펼쳐지는 현실은 디스토피아다?     


종현

맞습니다.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데 결코 유토피아라고 볼 수는 없죠. 


DJ

알겠습니다. 그럼 노래 한 곡 듣고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어떤 노래 들을까요? 


종현

전쟁이 일어나면 당연히 안 되겠죠. 반전 노래 중에 골라봤습니다. 

존 메이어의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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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John Mayer -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https://youtu.be/oBIxScJ5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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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통일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첫 번째로 장강명 작가의 신작 우리의 소원은 전쟁’ 이야기하고 있습니다그래서 통일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종현

북한 특수부대 출신인 장리철이라는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이 남자가 예전에 함께 군에 있었던 부대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장풍군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인데요. 캐릭터나 사건의 전개 같은 게 영화 잭 리처의 주인공인 잭 리처와 닮았죠. 실제로 장강명 작가도 잭 리처를 많이 참고했다고 하고요. 


DJ

잭 리처는 혼자서 악당 조직을 거의 궤멸시키고 하잖아요장리철도 그런 캐릭터군요.


종현

맞습니다. 장리철이 상대하는 조직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창조한 건데요. 북한이 세계 최대의 마약생산국 중 하나였다는 설정에 기반합니다. 통일이 되면서 북한의 중앙정부가 무너지고 마약을 생산하던 시설이 갑자기 공백이 된 거죠. 이걸 북한의 군벌 세력이 장악하면서 암암리에 마약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암조직이 북한 전역에 생겨난다는 설정이에요. 주인공이 찾아가는 장풍군은 개성 남쪽에 있어서 한국이랑 가까운데, 이 마약조직은 장풍군을 기반으로 해서 한국으로 대량의 마약을 유통하려고 준비합니다.


DJ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종현

저는 북한의 마약이나 이런 부분을 잘 모르니까요. 장강명 작가의 설정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말하기 힘들지만, 통일 이후의 한반도가 결코 안전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쉽게 동의할 수 있죠.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갑자기 섞이게 되는 거잖아요. 한국 사람에게 북한 사람은 중국이나 일본 사람보다도 이질적일 수 있는 거죠. 그런 부분들이 문제가 되겠죠.


DJ

잭 리처는 굉장히 속도감 있고 재미있는 영화잖아요그런데 장강명 작가의 책은 통일이라는 소재가 끼어 있으니 마냥 액션 추리소설로만 볼 수가 없겠네요.


종현

맞습니다. 장강명 작가가 잘하는 부분이 그런 점이기도 하고요. 대중적인 소설에 사회적인 이슈나 소재를 잘 녹여내죠. 책에 보면 유엔 평화유지군 장교로 나오는 캐릭터가 통일한국의 모순을 지적하는데 거기에 장강명 작가의 메시지가 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통일이 되면 내수시장이 커지고 북한의 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으니 좋을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환상이라는 겁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북한을 소비시장이나 노동시장으로 쓰겠다는 건데 북한 사람은 무슨 득이 있냐. 수십 년이 걸리는 인프라 투자를 기다리는 사이에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 견디지 못할 거다. 그러면서 마약이든 폭동이든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DJ

장강명 작가의 이야기지만 또 곱씹어볼 부분이 있네요. 책이 내내 이렇게 심각한 건 아니죠?     


종현

재밌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의 장교로 나오는 캐릭터가 있는데요. 이 사람은 군대를 제대하고 민간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가 갑자기 다시 군대에 불려온 겁니다. 북한에 주둔할 군인이 부족하니까 제대한 장교들을 다시 불러들인 거예요. 남자들이 군대 다시 가는 꿈을 제일 끔찍한 악몽이라고 하는데 악몽이 현실이 되는 거죠.


DJ

정말 그렇게 된다면 재입대를 해야 하는 군인들 입장에서는 디스토피아가 아닐 수 없네요노래 한 곡 듣고 두 번째 책 이야기해볼게요.


종현

책에도 재입대의 대명사로 언급되는데요. 싸이의 좋은날이 올거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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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싸이 – 좋은날이 올거야

https://youtu.be/TDXQEPnwz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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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통일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두 번째로 소개해주실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이응준 작가가 쓴 ‘국가의 사생활’이라는 책입니다. 2009년에 나온 책인데요. 장강명 작가도 후기에서 이 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DJ

비슷한 부분이 있겠군요.


종현

몇 가지 부분이 비슷한대요. 일단 함께 살게 된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반감을 가지고 대하는 부분이 그렇습니다. 장강명 작가의 책은 군사분계선이 유지된 상황에서 북한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죠. 그에 비해서 ‘국가의 사생활’은 북한 주민이 대규모로 한국 사회에 내려온 상황을 가정으로 하거든요. 배경도 서울이고요. 그러다보니까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의 갈등이 끔찍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가 됩니다. 

DJ

함께 살게 된 남북한 주민들이 어울리지 못하고 갈등한다는 전제가 슬프네요. 


종현

일자리를 찾아서 남으로 내려온 북한 주민들은 아무래도 빈민이 될 수밖에 없겠죠. 그런 북한 출신 빈민들을 구제하는 구제소가 여러 곳에 생기게 되고, 한국의 도시 곳곳에 게토가 만들어지고 전반적으로 치안이 나빠지고. 이런 상황이 배경입니다. 특히나 치안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가 중요한대요. 북한 정부가 갑자기 무너지고 군대가 해체되면서 어마어마한 총기가 한국에까지 흘러든다고 나와요. 게다가 북한의 전직 특수부대원들이 폭력조직에 대거 합류하게 되거든요. 치안을 담당하는 한국의 경찰보다 오히려 막강한 화력을 갖춘 폭력조직이 생기는 거죠.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인데요. 이런 가정이 가능한 건 앞에서 장강명 작가가 이야기했던 이상적인 통일 시나리오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응준 작가는 대규모 난민이 무차별로 들어오고 북한의 총기나 마약도 관리가 안 되는 정말 좋지 않은 시나리오를 가정한 거거든요.


DJ

어디까지나 소설의 가정일 뿐인 거니까요. 


종현

소설에서 묘사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도록 정치인이든 관료든 우리 국민들이 통일에 대해 확실하게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겠죠. 사실 앞에서 이야기한 장강명의 책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요. 그런 부분이 이 책들의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절반 가까이가 통일이 필요없다고 말하고 있고 사실 통일이나 북한 문제에 제대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겠죠. 그런데 문제는 통일이라는 게 언젠가는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죠.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면 정말로 소설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디스토피아가 펼쳐질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책들이 대중적으로 읽히면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그 문제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만드는 건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DJ

고민을 하게 만들어주는 책들이네요여기서 잠깐 이 시각 교통정보 듣고 이응준 작가의 국가의 사생활’ 이야기를 더 나눠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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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하동균 라구요

https://youtu.be/_wJmpfXos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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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하동균이 부른 라구요 듣고 왔습니다강산에의 원곡을 여러 가수들이 불렀죠가사를 보면서 통일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현

BMK가 불후의 명곡에서 불렀던 버전도 좋아하고요. 한영애 씨가 나는가수다에서 부른 것도 좋아하는데요. 오늘은 하동균 버전을 골라봤습니다.


DJ

이응준 작가의 국가의 사생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요. 어떤 일이 펼쳐지나요? 이번에도 주인공이 북한 특수부대 출신인 거죠? 


종현

네. 리강이라는 남자가 주인공인데요. 대동강이라는 폭력조직의 행동대장 같은 인물입니다. 대동강은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로 이뤄진 폭력조직인데 통일이 된 지 5년 만에 서울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재미있는 게 이 소설의 배경이 2016년의 서울이거든요. 통일은 여전히 되지 않았지만 이 책이 묘사한 부정부패나 범죄 같은 것들이 어쩐지 자꾸만 현실의 이야기와 겹쳐지는 부분들도 있었고요.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책을 봤습니다.     


DJ

2016년의 서울을 배경으로 했다니까 또 느낌이 다르네요. 앞에 장강명의 소설은 잭 리처처럼 혼자 다니는 들개 같은 느낌의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이응준의 소설은 폭력조직의 행동대장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군요.     


종현

맞아요. 주인공 리강이 속한 대동강의 보스로 오남철이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나이를 많이 먹은 노인인데요. 이 사람이 통일한국을 혼란에 빠뜨릴 폭동을 기획합니다. 리강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오남철의 지시를 따르다가 나중에 내막을 알고 거기에 저항하는 스토리죠. 리강도 보스를 거스르면서 거의 혼자 힘으로 조직을 상대해야 되니까요. 어떻게 보면 장강명의 소설에 나오는 장리철과 닮은 구석이 있기도 합니다.      


DJ

두 책이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통일한국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라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종현

그런 부분이 많죠. 그래도 직접 읽어보면 두 책의 느낌은 상당히 다릅니다. 같은 소재를 활용해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느낌이 달라요. 비유를 들어보면 장강명은 장조로 연주를 하고 있고 이응준은 단조로 연주를 한다고 할까요.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읽고 있으면 정말로 잭 리처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속도감 있고 신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국가의 사생활을 읽고 있으면 음울하고 늪에 빠진 것처럼 침울하고 그래요.     


DJ

두 권 중에서 한 권만 추천을 한다면요?     


종현

두 책이 워낙 다르니까요. 원하는 걸 골라서 보면 될 거 같아요.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느낌을 원한다면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 나을 테고요. 통일한국의 디스토피아랄까요. 북한 사람과 한국 사람이 서로 어울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다면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DJ

통일 이후의 사회에 대한 고민은 국가의 사생활에 좀 더 많이 나온다는 거군요.     


종현

맞습니다. 책에 보면 그런 내용이 나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막상 우리의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에 의문이 들죠. 집 근처에 특수학교 하나가 생긴다고 해도 경악을 하면서 혐오시설 반대한다고 팻말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죠. 그런 사람들이 과연 북한 주민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일까요?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게 이응준 작가의 생각이고 그런 것들을 생생하게 묘사해 놨습니다.     


DJ

통일에 대해서 늘 막연하게만 생각을 해왔는데 오늘 두 권의 책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 노래 소개해주세요.     


종현

검정치마의 안티프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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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 검정치마 - antifreeze

https://youtu.be/PGxcvForj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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