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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Dec 11. 2016

주식을 의심해라, 의처증 걸린 사람처럼

주식투자에 대한 두 권의 책

주식투자의 기본을 돌아보게 해주는 두 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로버트 코펠의 <투자와 비이성적 마인드>, 안재만 하진수 기자의 <작전을 말한다>입니다.
TBS 교통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방송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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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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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달콤한 서재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종현

오늘은 제 전공분야와 관련된 책으로 준비했습니다. 


DJ    

전공분야라면요? 


종현 

제가 작년까지 경제매체에서 기자로 일을 했습니다. 특히나 그만두기 직전까지 증권부에서 일을 했는데요. 오늘은 바로 주식투자와 관련된 책 두 권을 골랐습니다.


DJ       

주식은 모든 직장인들의 꿈과 희망이죠. 증권기자로 일하셨으면 주식투자도 많이 하셨겠어요?   


종현   

보통 증권기자를 보면 둘 중 하납니다. 정말 여기저기 이것저것 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고요. 아예 손을 안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후자였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투자를 하게 되면 신경 쓰이는 게 많아지니까요.


DJ 

기자들이 주식 투자를 하면 많이 벌 거 같은데요. 


종현

꼭 그렇지도 않아요. 제 주변에 있는 기자들을 보면 주식해서 큰돈 벌었다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거든요. 왜 그런가를 생각해보니까 두 가지입니다. 일단은 정보가 너무 많아요. 정보가 없어도 문젠데 너무 많아도 문제거든요. 제대로 판단을 할 수가 없는 거죠. 그리고 공부나 취재 차원에서 투자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보통 투자하시는 분들이야 돈을 버는 게 목적이겠지만 기자들은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상장폐지가 될 게 뻔한 회사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DJ

상장폐지하는 회사라면 투자한 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종현

십중팔구 그렇게 되겠죠. 그런데도 왜 투자를 하나 보면 상장폐지된 회사의 주주들이 모임을 만들거든요. 소송을 내거나 하려고요. 기자가 직접 투자해서 손해를 보면 그런 모임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게 되고 취재도 편해지는 거죠. 많은 돈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DJ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투자와 비이성적 마인드’라는 책입니다. 미국의 애널리스트인 로버트 코펠이 쓴 책인데요. 심리학을 주식투자에 접목해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책입니다.      

DJ

그럼 노래 한 곡 듣고 책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게요. 


종현

드라마 쩐의 전쟁 OST에서 골랐습니다. 스윗소로우의 심플 라이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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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스윗소로우 – 심플 라이프

https://youtu.be/Tkgs_soIiw0?list=PLyrvft_2ay3T56UaFWp6dksvG005oQe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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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투자와 비이성적 마인드어떤 책인가요?


종현

보통 주식투자를 시작한다고 하면 공부를 하잖아요. 경제공부도 해야 되고 신문도 꼼꼼히 읽어야 되고요. 정보를 얻으려고 엄청 노력을 하게 되죠.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게 따로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DJ

더 중요한 거라면요? 


종현

바로 내 마음을 이해하는 거죠. 이 책을 쓴 로버트 코펠은 주식시장을 로르샤흐 검사에 비유합니다. 로르샤흐 검사는 검정 잉크 얼룩을 보여주고서는 어떤 게 보이냐고 묻는 거예요. 얼룩무늬를 보고 어떤 사람은 동물이 보인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사람이 보인다고 하고 다들 제각각이거든요. 당연히 정해진 정답은 없죠.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같은 정보를 제공해도 어떤 사람은 주가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반대로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DJ

그렇죠.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니까요.      


종현

보통 경제학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인간이 떠오르잖아요.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거 같죠. 그런데 막상 그렇지가 않다는 겁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건 신화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린다는 거죠. 주식투자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로버트 코펠은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비합리적인 측면을 인정하고 그런 것들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DJ

주식투자에 대한 책이지만 결국에는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네요.     


종현

맞습니다. 요즘은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하는 시도가 굉장히 활발하죠. 넛지 같은 개념도 마찬가지고요.     


DJ

사례를 들어보면 더 쉽게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종현

과도한 투기 자금이 몰리면서 경제현상에 거품이 끼는 걸 버블이라고 하잖아요. 역사상 최초의 버블이 뭘까요? 바로 튤립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말도 안 되는 튤립버블이 있었어요. 네덜란드가 그 당시에 동인도회사 덕분에 유럽 최고의 경제력을 자랑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튤립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상식은 수요가 생기면 가격이 비싸지는 거죠. 그런데 튤립은 수요가 전혀 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거예요. 사람들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튤립 가격이 계속 오를 거다, 수요가 늘어날 거다라고 믿어버린 거죠. 한 달 만에 튤립가격이 50배가 뛰었다고 해요. 그런데 수요는 전혀 늘지 않았고 법원에서도 튤립이 재산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하루아침에 튤립 가격이 수천 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 거죠.     


DJ

역사상 최초의 버블이 튤립이었군요.


종현

그렇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게 사람들이 튤립에 투자하는 과정입니다. 어떤 합리적인 증거도 없이 그저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투자를 한 거예요. 책의 저자인 로버트 코펠은 사람들이 이따금 심리적 편향을 가진다고 경고합니다. 근거도 없이 낙관적인 전망에 사로잡히는 거죠. 그런 확신은 감옥 같아서 혼자서는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되고요.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감을 믿지 말고 수치나 정보를 최대한 찾아야겠죠.     


DJ

또 책에서 어떤 조언을 해주나요? 주식투자자들을 위한 따끔한 조언이 있을까요?     


종현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복수심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정보를 모아서 주식을 샀는데 오르기는커녕 손해만 보는 거죠. 그러면 사람들이 보통 분노의 감정을 가지게 되거든요. 나는 완벽하게 준비했는데 다른 문제가 터져서 손해를 본 거야. 이러면서 책임을 다른 곳으로 떠넘기는 거죠. 시장에 열을 받아서 복수심을 가진다는 겁니다. 냉정을 잃은 투자는 당연히 나쁜 결과로 이어지겠죠. 이걸 저자는 가미카제 트레이딩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복수심에 불타는 투자는 결국 추락할 운명이라는 거죠. 


DJ   

가미카제 트레이딩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이렇게 책을 볼 때는 이해가 되고 하는데 막상 실제로 투자할 때 내 마음을 완전히 컨트롤하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참 어려운 문제 같아요.     


종현

맞습니다. 투자의 귀재들도 항상 실수를 하니까요. 주식투자를 하기로 했다면 이런 부분들을 계속해서 신경쓰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죠.     


DJ   

노래 한 곡 듣고 두 번째 책 이야기해볼게요.     


종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온 영화였죠.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OST에서 골라봤습니다. 빌리 조엘의 무빙 아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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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Billy Joel – Movin’ Out

https://youtu.be/cJtL8vWNZ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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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디카프리오의 모습을 보면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 수 있죠주식투자를 도와줄 지침서두 번째로 소개해주실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작전을 말한다라는 책입니다. 주식시장의 하이에나 같은 존재죠. 작전세력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책이고요. 여러 해에 걸쳐서 증권부에서 근무한 기자들이 쓴 책이니까 아무래도 더 신뢰가 가죠.     

DJ   

주식시장의 작전세력을 다룬 영화도 있잖아요. 실제는 어떨지 궁금했는데요. 직접 보신 적도 있으세요?     


종현

저도 증권부 기자 생활을 1년 정도 했으니까요. 코스닥시장이나 감독당국을 담당했거든요. 많지는 않았지만 작전세력을 취재할 일도 있었죠.     


DJ   

직접 만나보면 어떤가요? 영화를 보면 아주 스펙터클하잖아요.     


종현

그런 부분도 있지만 아무래도 영화다 보니까 과장돼서 묘사된 게 있겠죠. 작전세력을 보면 각자의 맡은 바가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게 쩐주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말 그대로 돈줄을 쥐고 있는 사람인데 사채업자들도 많고 부동산 재벌인 경우도 있죠. 재벌그룹 자재가 쩐주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재밌는 건 작전을 하는 사람들이 다 회장님 소리 들으며 떵떵거리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DJ   

그럼 실제로는 어떤가요? 


종현

책을 쓴 기자들이 만난 작전세력들은 하나같이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살고 있었다고 나와요. 허자 번호가 달린 차를 타고 아내와는 위장 이혼 상태로 살고요. 혹시라도 자기가 망하더라도 아내와 아이는 살리겠다는 거죠. 작전세력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고급 단란주점 같은 데에서 매일 같이 회의를 하고 양주를 섞어 마시고 하잖아요. 그런 것도 현실과는 조금 괴리가 있다고 해요. 대부분의 작전세력은 운동복에 더벅머리 차림으로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한다는 거죠. 새벽부터 뉴스나 미국 증시를 봐야 하는데 늦게까지 술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겁니다.


DJ   

뭔가 애잔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그래도 작전세력이 사기꾼들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겠죠? 


종현

물론입니다. 작전세력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도 적지 않죠. 몇 년에 한 번씩 작전세력이 얽힌 살인사건도 나고요. 한국거래소나 감독 당국, 증권사 직원이 작전세력에 포섭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작전세력은 자본시장을 갉아먹는 해충 같은 존재들이죠. 문제는 정부에서 없애려고 노력을 해도 작전세력을 박멸하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거죠. 바퀴벌레를 눈에 안 보이게 할 수는 있어도 박멸할 수는 없잖아요. 작전세력도 마찬가지예요.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60년대에 투기세력을 엄벌하겠다고 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막을 수가 없었죠. 군사정권도 작전세력에는 두 손을 다 들어버린 겁니다. 


DJ   

그런 이야기도 있나요? 증권가 찌라시도 작전세력이 만드는 거라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종현

증권가 찌라시에 대한 언급도 짧게 나옵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많이 썼던 메신저로 미쓰리라는 게 있거든요. 요즘에는 다른 걸 많이 쓰지만요. 찌라시가 메신저 앱을 통해 많이 돌잖아요. 이게 미쓰리에서부터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이런 찌라시를 만드는 사람들도 나오는데요. 책에는 화요팀이라는 게 나옵니다. 말 그대로 화요일에 만난다고 해서 화요팀인데요.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월요팀, 수요팀도 있었는데 이제는 명맥만 유지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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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김사월 - 머리맡

https://youtu.be/QLw5RE8EZ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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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주식에 관한 책, 두 번째로 <작전을 말한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전세력을 피하는 방법 같은 것도 나오겠죠? 몇 가지만 소개해주세요.     


종현

일단 슈퍼개미를 믿지 말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청담동 주식부자라는 사람의 사기행각이 밝혀졌죠. 그런 일이 증권업계에는 비일비재합니다. 슈퍼개미들이 유료광고를 통해 회원을 모집하고 자기 투자기법을 전수한다고 하고 나중에는 사기 치는 거죠. 광고를 하면서까지 내가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는 사람은 일단 믿지 않는 게 좋다고 저자들은 조언합니다. 진짜로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일부러 앞에 나서지 않거든요. 같은 맥락에서 증권정보 카페나 증권케이블방송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무조건 신뢰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도 있겠죠.


DJ 

앞에 소개한 책도 그렇고요주식투자자는 의심을 많이 할수록 좋은 거 같아요.


종현

책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주식 투자할 때는 까다롭게 굴어야 한다. 의부증이나 의처증이 결혼생활에서는 문제의 씨앗이지만, 주식 투자할 때는 수익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 여자나 이 남자가 나를 속이는 게 아닌지 의심하듯이, 지금 시장이나 이 회사가 투자자를 속이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라는 거죠.


DJ      

보통 작전세력이 달라붙는 건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 주식이 많죠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회사들이요.


종현

그런 경우가 많죠. 그런 주식을 잡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저자들은 잡주를 오래 들고 있으면 99% 손해라고 말합니다. 우량기업도 사실 장기투자를 하기에 부담이 되거든요. 그런데 비우량기업인 잡주는 오래 들고 있는다고 해서 대박이 날 가능성은 많지 않은 거죠. 그런데도 막상 코스닥기업 주주총회 같은데 취재를 나가보면 말도 안 되는 회사인데도 무조건 뜰 거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요. 자기 마음을 제대로 통제를 못하는 거죠.     


DJ      

개인투자자들은 기사를 읽으면서 정보를 얻잖아요. 그런데 영화 같은데 보면 기자들이 작전세력에 포섭되는 경우도 있다고 나오고요. 이 책을 쓴 저자들이 현직 기자들인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이야기하나요?     


종현

한 챕터를 그 내용으로 다루는데요. 그 챕터 제목이 재밌습니다. ‘뉴스에 흥분하지 마라, 뻥이니까’. 요즘에는 많이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돈 받고 작전세력이 원하는 기사를 써주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책에도 나오지만 2000년대 초반에 코스닥기업 한 곳이 경제지 기자들에게 주식을 나눠줬다가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난리가 난 적도 있고요. 그러니까 기사가 났다고 해서 그 내용을 무조건 믿고 따르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죠.


DJ      

도대체가 믿을 수 있는 게 없네요. 언론사 기사도 다 믿을 수 있는 게 아니면 뭘 믿어야 할까요? 


종현

투자는 결국에 자기 책임이거든요.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하고 찾아보는 수밖에 없겠죠. 책 말미에도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요. 상장사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면 항상 공시를 냅니다. 언론에서도 지나치는 공시들이 많은데 투자하려는 기업이 있다면 공시들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게 필요하겠죠.     


DJ  

마지막 곡 소개해주세요. 


종현

뮤즈의 업라이징입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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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 Muse - Uprising

https://youtu.be/w8KQmps-S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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