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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Dec 18. 2016

한강·페미니즘·힐링·복각본 2016 출판계 4대 키워드

2016년의 끝자락을 맞아 출판·문학계의 1년 이슈를 결산해봤습니다.
TBS 교통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방송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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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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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달콤한 서재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종현

이제 2016년도 정말 얼마 안 남았죠.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는데 문학계나 출판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 한 해 문학계와 출판계의 굵직한 이슈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DJ

2016년 출판 문학계 결산이로군요. 


종현

이렇게 결산을 해주지 않으면 뭔가 시원섭섭하잖아요. 오늘 방송만 들으시면 어디 가셔서 올해 책 좀 읽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끔 핵심으로만 딱 뽑아봤습니다. 


DJ

그러면 첫 번째 이슈부터 소개해 주세요. 


종현

올해 한국의 문학계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있죠. 다들 익숙한 이름. 바로 한강입니다.     


DJ

그야말로 한강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종현

한강의 해라는 말을 붙일 만하죠. 세계 3대 문학상이라고 하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수상했죠. 한강에게 맨부커의 영광을 안긴 <채식주의자>가 사실 2007년에 출간된 책이거든요. 2007년부터 작년까지 누적 판매량은 6만 부에 그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 5월에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이후에 판매량이 수직상승했죠. 가장 많이 판매될 때는 1분에 7권이 팔렸다고도 하고요. 지금까지 6개월 동안 판매량만 60만부라고 하니까요. 우리나라 문학시장 규모를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거죠.     

DJ

한강 작가의 책도 많이 읽어보셨죠?


종현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니까요. 작품 활동도 활발한 편이고요.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올해 받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수상의 영광이 있을 것 같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도 영문본이 나왔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다고 하거든요. 저도 두 권을 다 읽었지만 우열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소설들이었고요.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한강의 시대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DJ

한강 작가의 다른 책들 중에 추천해주실 만한 게 있을까요? 


종현

갈수록 한강의 소설이 섬세해진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저는 지난해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단편 소설을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이라는 제목인데요.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아무래도 더 눈여겨 본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추천합니다.     


DJ

그렇군요. 2016년 출판 문학계의 첫 번째 이슈. 한강의 해였습니다. 노래 한 곡 듣고 계속 이야기할게요.      


종현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잖아요. 그래서 골라본 노래입니다. 플라스틱 피플의 서울의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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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플라스틱 피플 – 서울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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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2016년 출판 문학계 결산. 두 번째 이슈는 뭘까요?     


종현

에세이의 부상. 그리고 과학도서의 약진입니다.     


DJ

에세이의 부상. 그러고 보면 요즘 서점에 가면 에세이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종현

에세이 중에서도 힐링이 되는 내용을 담은 에세이들이 특히나 인기를 많이 끌었습니다. 한국 출판계의 최강자죠. 혜민 스님의 신작인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제치고 올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DJ

정말로 혜민 스님은 한국 출판계의 최강자죠.     


종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2012년과 2013년 2년에 걸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니까요. 혜민 스님을 한국 출판계의 최강자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DJ

혜민 스님 책은 읽고 있으면 정말로 위로받는 느낌이 드니까요.     


종현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지잖아요. 게다가 올해는 정치, 사회적으로도 굉장히 혼란스러웠고요. TV 뉴스나 신문을 펼치면 머리 아픈 이야기밖에 없으니까 아무래도 사람들이 책에서만큼은 좀 숨 돌릴 수 있는 이야기를 찾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DJ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읽어 보셨나요?     


종현

제대로 보지는 못했고요. 서점에서 잠깐 읽어보기만 했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공을 들이듯이 자기 자신에게도 공을 들이라는 이야기가 와닿더라고요. 자애 편이었죠. 요즘 트렌드에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올해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혼족이었잖아요.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먹는 사람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시기적절한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DJ

혜민 스님 말고 다른 에세이들도 많았죠.     


종현

미움받을 용기, 나에게 고맙다, 자존감 수업,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그럴 때 있으시죠?, 이런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죠. 자기계발서도 있기는 한데요. 구태의연한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다들 읽으면서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책이 에세이든 자기계발서든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어요. 에세이 중에서도 명상이나 치유와 관련된 에세이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80% 정도 늘었다고 하니까요. 확실히 강세였습니다.     


DJ

과학도서도 인기를 끌었네요. 


종현

올해 초에 알파고 기억하시죠? 저희 방송에서도 로봇 소설만 한 번 다룬 적이 있었는데요. 알파고 덕분에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습니다. 인터파크 북DB에 따르면 인공지능 관련 신간이 작년에는 3권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16권이나 됐다고 합니다.      


DJ

알파고는 정말 충격적이었죠. 이세돌 9단이 질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정말 몇 안 됐으니까요. 인공지능과 관련한 책으로 어떤 게 있었죠? 


종현

뇌과학자로 유명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인간 대 기계>가 올해 4월에 나왔죠. 김대식 교수는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쉽게 명쾌하게 쓰는 걸로도 유명하고요. 알파고를 만들어낸 구글에 대한 책도 많았습니다. 특히나 구글의 미래전략보고서인 <구글의 미래>가 상반기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인기를 끌기도 했죠.     


DJ

2016년 출판 문학계 두 번째 이슈. 에세이와 과학도서의 인기였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노래를 들을까요?     


종현

카디건즈의 daddy’s car로 준비했습니다. 소니가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만든 노래 중에 daddy’s car라는 노래가 있거든요. 같은 제목이지만 아직은 인간이 만든 카디건즈의 노래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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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cardigans – daddy’s car

https://youtu.be/04WBnFtyF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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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2016년 출판 문학계 결산 중입니다소설가 한강 열풍그리고 에세이와 과학도서 인기를 살펴봤네요세 번째 이슈는 어떤 건가요?


종현

세 번째는 페미니즘 도서 열풍입니다. 페미니즘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작년에는 전년대비 7% 정도 줄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작년보다 무려 132%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두 배 이상 팔린 거니까 열풍이라는 말을 붙일 만하죠.      


DJ

올해 정말 뜨거운 이슈였죠. 5월에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은 정말 충격적이었고요여성혐오라는 말이 올해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에 하나였다는 생각도 들고요


종현

앞에서 인공지능 관련 도서가 작년보다 많이 출간됐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페미니즘 관련 도서는 그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작년에 4권이었는데 올해는 28권이 새로 나왔다고 하니까요. 사회 전반에서 여성혐오나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해지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관련된 이슈를 공부하려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아요.     

DJ

어떤 책이 있었죠? 몇 권만 소개해주세요.     


종현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라는 책이 일단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독립출판사에서 펴낸 책인데요. 페미니즘을 주제로 남성과 이야기할 때 여성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입문서 같은 책이었고요. <나쁜 페미니스트>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올해 나온 건 아니지만 우에노 치즈코 교수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도 찾는 사람이 꽤 많았죠.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출간된 <페미니즘 그 후>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DJ

문학계 안에서도 큰 일이 있었잖아요.


종현

문단 내 성폭력이 큰 이슈가 됐죠. 유명 시인이나 소설가가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서 피해자를 성희롱하고 더 나아가서는 성폭력까지 가했던 게 속속들이 알려졌고요. 결국에는 작가회의에서 소설가 공지영 씨를 위원장으로 하는 징계위원회를 꾸렸습니다. 가해자로 이름이 거론된 작가들에 대해 조사를 하고 제명하겠다는 게 문단의 설명이고요.     


DJ

가해자로 거론된 작가들의 시나 소설을 읽어보면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행동을 했을까 이해가 안 가요. 


종현

저는 작가도 아니고 문학계 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도 아니니까 자세한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요. 결국에는 폐쇄적인 시스템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문단이라는 공간이 굉장히 폐쇄적이잖아요. 유명세를 얻은 소수의 시인이나 소설가가 젊은 지망생들을 가르치고 데뷔할 기회를 주는 구조죠. 젊은 지망생의 입장에서는 유명한 작가에게 찍히면 안 되니 무슨 일을 당하든 참을 수밖에 없었겠죠. 작가회의가 가해 작가를 징계한다고 하지만 이런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언제고 비슷한 일이 반복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실망을 많이 했고요. 작년에 이슈가 됐던 표절보다도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DJ

앞에서 이야기했던 페미니즘에 대한 책들을 가해 작가들한테 억지로라도 읽게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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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Cyndi Lauper – Girls just want to have fun

https://youtu.be/PIb6AZd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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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신디 로퍼의 걸스 저스트 원 투 해브 펀 듣고 왔습니다.

2016년 출판 문학계 결산.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이슈는 어떤 건가요?  


종현   

마지막은 시집입니다.     


DJ

시집이요? 어떤 시집이죠?     


종현   

복각본 시집이 올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올해 출판계의 마지막 이슈는 복각본 시집으로 골라봤습니다.     


DJ

복각본이라고 하면 오래 전에 나온 책의 초판을 원형 그대로 되살린 걸 말하는 거죠?     


종현 

맞습니다. 소와다리라는 출판사가 있는데요. 여기서 작년에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초판본을 복각해서 판매했습니다. 진달래꽃은 1925년에 나온 시집인데요. 이걸 1925년에 나온 초판본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서 판 거죠. 근데 이게 소위 대박을 터뜨립니다. 진달래꽃 복각본이 10만부가 팔렸다고 하니까요.     


DJ

시집이 10만부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거네요. 


종현 

한 번 대박이 나니까 연이어 출판한 다른 복각본 시집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특히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복각본은 15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합니다. 영화 동주가 개봉하면서 자연스럽게 맞물린 거죠. 백석 시인의 사슴 복각본도 2만5000부가 넘게 팔리기도 했고요.     

DJ

사실 워낙 유명한 시들이잖아요. 진달래꽃이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도 그렇고요. 교과서에도 다 실려 있는 시들인데도 사람들이 다시 돈을 주고 사서 본 이유가 뭘까요? 


종현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일단 시를 읽으려고 샀다기보다는 소장용이라는 분석이 많죠. 백석의 사슴 시집은 초판본을 100부만 찍어서 백석 시인 지인들만 나눠 가졌거든요. 지금 진짜 초판본을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데 복각본은 단 돈 몇 천 원에 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낡고 고풍스러운 표지 같은 것들이 복고풍 유행에 부합하기도 하고요. 시집이라기보다는 팬시용품 같은 느낌을 주니까 많은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DJ 

복각본 시집이 유행한다고 시의 시대가 돌아왔다고 할 수만은 없겠네요. 


종현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고요. 어떤 신문에서는 복각본 시집의 유행을 안일한 독서라고 지적하기도 하더군요. 저는 꼭 그렇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복각본 시집만 찾는 건 조금 허망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시집에 관심을 갖게 되면 지금 나오는 당대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좋은 시집들에도 눈길이 가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DJ 

어떤 시집이 있을까요? 지금 당대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시집이라면요? 


종현

올해 나온 시집 중에서는 최승자 시인의 빈 배처럼 텅 비어라는 시집이 있습니다. 2011년 이후에 모처럼 나온 시집인데요. 빈 배처럼 텅 비어라는 제목만으로도 세월호를 떠올리게 되잖아요. 이런 문제의식은 100년 전의 시집에서는 느끼기 힘든 거겠죠. 젊은 시인인 박준이나 황인찬의 시집도 굉장히 참신하고요. 한강 작가의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도 추천할 수 있겠네요.     


DJ 

2016년 출판 문학계의 이슈를 정리해봤는데요. 올해 책을 많이 읽으셨잖아요. 얼마나 읽으셨어요? 


종현   

올해 읽은 책은 90권 정도 되겠네요. 매년 100권은 읽는 걸 목표로 잡는데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DJ 

그중에서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한 권만 꼽아보면요?     


종현

존 버거의 책 중에 <벤투의 스케치북>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틸다 스윈튼이 존 버거와 벤투의 스케치북에 대한 대화를 나눈 다큐멘터리 영화도 있는데요. 이 책을 정말로 추천합니다. 올해 만난 책 중에서 제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입니다.  


DJ

마지막 곡 소개해주세요. 


종현

2012년에 나온 백석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음반에서 골랐습니다. 김현성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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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 김현성 –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https://youtu.be/TcXcorIx2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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