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한국과 가깝기도 하지만 맛있는 음식이 많아 미식 여행가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워낙 다양한 종류의 음식과 식당이 있기 때문에 3박 4일의 짧은 일정으로는 많은 음식을 맛볼 수 없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음식(식당) 몇 가지만 소개해본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음식부터 순서대로.
Fukuoka-shi, Chūō-ku, Tenjin, 2 Chome−12, 中央区天神2丁目12-1 天神ビル B1F
1910년에 문을 연 후쿠오카의 대표적인 노포다. 미즈타키 전문점인데 우리로치면 삼계탕 같은 음식이다. 미즈타키 정식은 가격대가 다소 있지만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데 제격인 음식이다. 국물은 진득하고 구수하다. 한입만 먹어도 몸 안에 열기가 퍼지는 것이 느껴진다. 오야꼬동도 굉장히 유명하다. 여러 맛집 블로거를 살펴보니 현지에서도 유명한 오야꼬동이라고 한다. 일본 식당들은 밥을 허투루 내는 법이 없으니 이런 덮밥이 언제나 기본 이상은 한다. 신미우라의 오야꼬동은 잘 지은 밥에다 신선한 계란까지 더해져 정말 기가 막힌 맛을 낸다. 한국의 노포들처럼 이곳도 나이가 지긋한 손님들이 많은데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그 분위기까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Fukuoka-shi, Hakata-ku, Hakataekichūōgai, 8, 福岡県福岡市博多区中央街8-1 JRJP博多ビル B1
우동을 주력으로 하는 이자카야다. 야쿠인 지역에 본점이 있는데 이번에 찾은 곳은 하카타 역 근처의 JPJP하카타빌딩 지하의 지점이었다.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 식사를 했다. 타이라 우동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없어 별 기대없이 들어간 곳이었는데 면과 국물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상당히 유명한 곳이었다. 일본의 우동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우동면과 조금 다르다. 살짝 납짝한데 찰기가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고기우동의 국물에서는 우리네 곰탕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함께 시킨 카레우동의 국물도 간이 적당해 밥에 비벼먹기 좋았다.
Fukuoka-shi, Chūō-ku, Daimyō, 1 Chome−1−13−14
대학생 때 처음 맛 본 일본라멘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20년 동안 먹어왔던 라면에 대한 고정관념이 송두리째 흔들린 경험이었다. 이후 한동안 맛있다는 일본라멘집마다 찾아다니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잇푸도는 한국에도 진출한 일본의 대표적인 돈코츠 라멘집이다. 한국 진출은 실패로 끝났지만 본토인 일본에서는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당연히 맛있다. 이보다 더 진한 돈코츠 라멘을 좋아하지만 잇푸도의 돈코츠 라멘도 충분히 맛있다. 가로수길에서 맛봤던 것과는 역시나 차원이 다르다. 이번에는 잇푸도의 시그니처인 시로마루와 아카마루만 먹었는데 다음에 다시 온다면 본점에서만 판매하는 카사네를 맛봐야 겠다.
〒879-5102 Ōita-ken, Yufu-shi
쿠루미야는 유후인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뜨끈한 노천탕에서 한 시간 동안 온천을 하고 나니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유후인 맛집을 검색해보면 몇 군데가 나오지 않는데 그 중에서도 유후인 전통 음식인 토리텐과 당고지루를 낸다는 쿠루미야로 향했다. 토리텐은 닭튀김인데 한국식 튀김과는 맛과 식감이 모두 다르다. 튀김인데도 굉장히 담백하고 부드럽다. 당고지루는 아주 독특한 면요리다. 넓고 두꺼운 면은 흡사 우리의 수제비를 먹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당고지루의 국물이 정말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미소된장에 각종 야채가 듬뿍 들어가 있는 음식인데 온천욕 직후라 그런지 국물이 끝내줬다. 된장으로 맛을 된 국물에 야채가 듬뿍 들어갔으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음식일텐데 내게는 딱이었다.
Fukuoka, Hakata Ward, Sumiyoshi, 1丁目2
후쿠오카의 유명 쇼핑센터인 캐널시티 5층에는 라멘스타디움이라는 독특한 외식공간이 있다. 라멘 전문점 8개를 한 곳에 모아놨다. 매출이 저조한 가게는 철수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바퀴를 둘러보고 난 뒤에 후쿠오카 지역의 라멘 전문점이라는 카네다야에 들어갔다. 가장 기본적인 세트를 시켰다. 라멘 한 그릇과 교자 반 접시, 생맥주 한 잔을 125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세트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국어 메뉴에는 이 세트가 없었는데 일본어 메뉴판으로 주문했다. 카네다야 라멘은 특이하게 흑돼지뼈로 육수를 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잇푸도 라멘보다도 국물이 걸쭉했다. 라멘 국물이 아니라 거의 스프를 먹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라멘이었다. 라멘 스타디움의 다른 곳들도 특색 있는 라멘을 낸다고 하니 다음에는 다른 곳도 가봐야 겠다.
Solaria Stage, 2 Chome-2-11-3 Tenjin, Ch??-ku, Fukuoka-shi
후쿠오카에 도착해 첫 식사를 해결한 곳이다. 숙소가 있는 텐진역 근처 솔라리아 지하 2층에 있는 해산물 돈부리 전문점이다. 개인적으로 우니를 잔뜩 올린 우니동을 먹고 싶었는데 저녁 느즈막히 방문한 탓인지 우니가 떨어졌단다. 별 수 없이 해산물덮밥인 카이센동과 사시미 세트를 주문했다. 카이센동과 사시미 세트에 나오는 해산물은 당연히 신선했고 맥주와의 궁합도 좋았다. 그렇지만 우니동을 맛보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마음 한 구석이 계속 허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