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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an 01. 2017

새해 첫날 책으로 떠나는 우주여행

새해를 맞아 우주에 관한 두 권의 책을 다뤘습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신동욱의 <씁니다 우주일지>

TBS 교통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방송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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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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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요?


종현

오늘은 한 해의 시작이니 만큼 지금 희망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DJ

희망찬 이야기! 어떤 주제인가요?     


종현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우주를 다룬 두 권의 책을 소개해드리려고요.     


DJ

우주라고 하면 뭔가 희망찬 느낌도 나고 그러면서도 막막하기도 하고 그런데요새해 첫 방송의 주제로 우주를 고른 이유가 있을까요?


종현

오늘이 1월 1일이잖아요. 물론 우리끼리 약속처럼 정해놓은 것이긴 하지만 어찌됐건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살고 있는 행성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는 날이니까요. 새해의 첫날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우주에 대한 이야기만큼 잘 어울리는 이야기도 없겠다 싶었어요.     


DJ

어떤 책부터 소개해주실 건가요?     


종현

우주에 대한 책,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릴 법한 책입니다.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를 가져왔습니다.     


DJ

칼 세이건이나 코스모스는 우주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죠.     


종현

워낙 유명하죠. 칼 세이건은 미국의 천문학자인데요. 학자로서의 명성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도 우주와 천문학을 일반인에게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칼 세이건의 대표작인 코스모스는 원래 TV 다큐멘터리 시리즈였는데요. 이게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면서 엄청난 유명세를 얻게 됩니다. 코스모스 다큐멘터리는 전 세계에서 5억 명이 봤다고 하니까요. 어마어마한 거죠.     

DJ

코스모스 다큐멘터리는 최근에 리메이크도 됐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재미있게 만들었어도 과학 다큐멘터리가 어떻게 그렇게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해요.     


종현

다큐멘터리가 1980년 9월부터 방영됐는데요. 때마침 이때 미국의 드라마 작가 노조에서 파업을 하고 있었답니다. 드라마 작가들이 파업을 하니까 TV에서 볼 만한 게 없는 거죠. 게다가 칼 세이건이 굉장한 미남입니다. 엄청난 미남이 지적인 목소리로 유머러스하게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미국의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거죠. 역대 다큐멘터리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비슷한 시기에 나온 책도 역사상 최고의 천문학 서적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요.     


DJ

칼 세이건의 얼굴이 우주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에 불을 지핀 셈이네요.      


종현

다큐멘터리나 책이나 워낙 잘 만들기도 했죠.     


DJ

그럼 노래 한 곡 듣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야기를 해볼게요. 어떤 노래 들을까요?     


종현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의 티켓 투 더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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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Electric Light Orchestra – Ticket to the Moon

https://youtu.be/ZXBiPY8wD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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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잖아요. 그런데 또 막상 다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거 같아요.     


종현

무려 700쪽이나 되니까요. 이런 책을 벽돌책이라고 하는데요. 책장에 벽돌처럼 꽂아는 두는데 좀처럼 펴서 읽어볼 엄두가 안 나는 책이죠. 그런데 코스모스는 생각만큼 어려운 책이 아니라서요. 일단 읽기만 시작하면 어렵지 않게 마지막 장까지 갈 수 있습니다.     


DJ

700쪽을 술술 넘길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 뭘까요?     


종현

일단 칼 세이건이 워낙 책을 재밌게 썼습니다. 어려운 이야기들을 잔뜩 늘어놓기보다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해요.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저 위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지 한 두 번은 궁금해하잖아요. 그런 호기심을 자극하는 거죠.     


DJ

책밤지기의 호기심을 자극한 이야기는 어떤 게 있었나요?     


종현

우주가 노래를 부른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으세요?     


DJ

우주가 노래를 부른다? 우주소녀가 아니라 우주 말인 거죠?     


종현

맞습니다. 밤하늘의 우주가 노래를 부른다는 겁니다. 물론 과학적인 이야기는 아닌데요. 그렇게 믿었던 과학자들도 있었어요. 대표적인 사람이 요하네스 케플러입니다. 17세기 독일의 천문학자였는데 나중에 아이작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하는데 큰 기여를 한 사람입니다. 케플러는 행성마다 고유의 음정을 가지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했어요.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지성으로는 들을 수 있는 소리라고 하면서요.     


DJ

행성마다 고유의 음정을 가지고 노래를 한다. 그러면 지구는 어떤 음정인가요?     


종현

지구의 음정은 파와 미라고 합니다. 화성이 도와 솔, 목성이 미. 이런 식인 거죠. 그런데 재밌는 건 지구의 음정을 파와 미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걸 합치면 파미가 되죠. 라틴어로 하면 파민이라고 읽거든요. 파민의 뜻이 뭔지 아세요?


DJ 

파민. 굶주림이라는 뜻 아닌가요? 


종현

맞아요. 굶주림이 되죠. 지구는 굶주림의 행성이라는 겁니다. 지구의 주인을 자처하는 인류 문명이 끊임없이 자원을 파헤치고 새로운 자원을 갈구하는 걸 보면 굶주림의 행성이라는 말이 어쩐지 맞다는 생각도 들죠.     


DJ 

그렇게 생각하면 씁쓸한 생각도 드네요. 지구가 굶주림의 행성이라고 생각하면요.     


종현

그래서 칼 세이건도 말년에는 환경오염이나 핵경쟁 같은 이슈를 해결하는데 매달렸습니다.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미사일 개발에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우주개발에는 미온적인 미국 정부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요. 칼 세이건이 죽고 난 뒤인 2014년에 코스모스 다큐멘터리가 리메이크 됐거든요. 새로 만들어진 코스모스 다큐멘터리에는 전작에 없었던 내용이 많이 추가됐는데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DJ 

지구를 아끼지 않으면 우주에 대한 탐험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노래 한 곡 듣고 코스모스 이야기 더 나눠볼게요. 


종현

영화 마션에도 삽입된 데이비드 보위의 스타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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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David Bowie - Starman

https://youtu.be/cXt-e4sjB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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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근데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꼭 딴지를 거는 사람들이 있어요. 지금 먹고사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우주 이야기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요.     


종현

우주 탐험에 많은 돈이 들어가니까요. 그런 반응도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코스모스에도 그런 이야기가 여러 군데에 나오는데요. 심지어 고대 그리스에서도 그런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DJ 

고대 그리스라면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같은 사람들이 살던 시대 아닌가요?     


종현

맞아요. 피타고라스는 다들 아실 거예요.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유명한데 이 사람이 천문학에서도 지대한 공헌을 했거든요. 피타고라스는 지구가 둥글다는 걸 확신했고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공전한다는 사실도 발견했어요. 코페르니쿠스가 16세기에 지동설을 주장했는데 무려 1000년 전에 피타고라스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어느 날 다른 학자가 피타고라스를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눈 앞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노예제도의 야만성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별세계의 비밀을 캐는 게 무엇이 중요하냐”고요. 


DJ 

요즘에도 똑같은 질문들이 나오잖아요피타고라스는 뭐라고 대답했나요?


종현

피타고라스의 대답은 책에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같은 질문에 대한 다른 학자들의 대답이 실려 있어요. 영국의 생물학자인 토마스 헉슬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는 끝없는 무지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에 불과하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그 섬을 조금씩이라도 넓혀 나가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다” 이렇게요.

아이작 뉴턴도 비슷한 말을 남겼는데요. 인류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천재였던 뉴턴이 죽기 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눈에 비친 나는 어린아이와 같다. 바닷가 모래밭에서 더 매끈하게 닦인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아 주우며 놀고 있다. 그러나 거대한 진리의 바다는 온전한 미지로 내 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다.”      


DJ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파도에 실려 해변에 밀려온 조개껍데기나 조약돌 같은 것에 불과하다는 거네요. 더 거대한 미지의 세상이 아직 남아 있고요. 


종현

그 미지의 세상이 바로 우주죠. 아주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고요.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우주선 두 대가 지금도 인터스텔라 스페이스라고 부르는 구간을 지나서 태양계를 향해 날고 있죠. 인류의 손으로 만든 기계 중에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간 거죠.


DJ 

칼 세이건도 보이저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종현

맞습니다. 보이저 우주선에는 인류 문명의 수백 가지 언어로 기록된 인사말과 지구의 정확한 위치, 베토벤의 음악 등이 실려 있습니다. 칼 세이건은 언젠가 외계문명이 보이저 우주선을 발견하고 그 안에 담긴 우리의 인사말을 찾아낼지도 모른다고 하는데요. 그 순간의 경이로움을 다룬 영화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습니다. 조디 포스터가 나온 콘택트라는 영화인데요. 지금껏 제가 본 영화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DJ 

외계 문명과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외계 문명이 지구를 침공하는 영화도 많고요그런 이야기도 코스모스에 나오나요.


종현

아주 분명하게 나오는데요. 그런 두려움은 우리 자신의 후진성 때문이라고 칼 세이건이 일갈합니다. 우리가 우리보다 앞선 미지의 문명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인류 문명이 그동안 후진적인 다른 문명들을 파괴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나 호주 대륙의 원주민들, 그리고 아스텍 문명이 그런 식으로 파괴됐죠. 그렇지만 칼 세이건은 외계의 앞선 문명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태양계를 건너올 정도로 뛰어난 문명을 발달시키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렇게나 오랜 시간을 버텨온 문명이라면 평화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거죠.     


DJ 

칼 세이건은 낙관적인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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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페퍼톤즈 – Galaxy Tourist

https://youtu.be/WIDXkr6nW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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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우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있어요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야기를 했고요두 번째로 이야기해볼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배우 신동욱 씨가 쓴 <씁니다, 우주일지>라는 소설을 가져왔습니다.     

DJ

신동욱 씨면 희귀병을 앓고 있는 분이죠? 소설을 썼군요.     


종현

군 복무 중에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이 발병하면서 배우 생활을 접게 됐다고 합니다. 이 병이 얼마나 고통스럽냐면 출산의 고통을 7 정도로 한다면 이 병의 고통은 10 정도라고 합니다. 신동욱 씨는 고통을 참다가 이빨이 부러진 적도 있다고 하니까요. 정말 끔찍한 고통과 싸워내고 있는 거죠.     


DJ

그런 고통 속에서 소설을 쓴 거네요. 그것도 우주 소설이라고 하니까 뭔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종현

병이 발병하고 5년 동안은 집에만 있었다고 합니다. TV를 보면 다시 연기가 하고 싶어지니까 아예 TV는 보지도 않고 대신 책만 읽었다고 해요. 원래부터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했는데 이 기간에 우주를 다룬 책만 500권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주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된 거죠. 불행의 아이콘에서 이제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변한 작가의 이력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입니다.     


DJ

책 내용은 어떤 가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네요.     


종현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드리면 화성 이주를 계획하는 기업의 CEO가 주인공입니다. 맥 매커천이라는 사람인데 전기자동차와 태양광 발전 등으로 큰돈을 번 사람으로 나와요. 테슬라 CEO인 엘론 머스크를 모델로 한 것 같은데요. 주인공이 화성 이주에 필요한 소행성을 포획하러 우주로 떠나게 되고요. 그런데 함께 떠났던 동료 때문에 주인공은 혼자 우주선에 남겨진 채로 우주 미아가 됩니다. 갑작스럽게 우주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의 이야기와 지구에 남은 주인공의 아내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DJ

우주에 홀로 남겨진 사람이라고 하니까 마션이 생각나네요.     


종현

마션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죠. 화성에 홀로 남겨진 사람과 우주선에 홀로 남겨진 사람. 이런 차이정도고요. 어려운 와중에도 낙관적이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잃지 않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두 책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나 작가인 신동욱 씨 자신이겠죠. 이 책의 주인공에게서는 아무래도 신동욱 씨의 모습이 겹쳐질 수밖에 없거든요. 신동욱 씨가 5년 동안 바깥세상에 나오지 않고 혼자 지내면서 병의 고통과 외로움에 싸워나갔잖아요. 이 책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로 우주라는 망망대해에서 모든 문제들을 혼자 견뎌내니까요. 책에 보면 ‘삶에 대한 미련을 버렸더니 마음이 되레 편해졌다’ ‘후회를 해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살아보는 거다’ 이런 문장이 나오는데, 신동욱 씨가 병을 견뎌내면서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DJ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설명만 들어도 뭉클한 부분이 있네요.     


종현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는데요. 

시련은 얼음과도 같아서 언젠가는 녹기 마련이다. 내가 당신을 응원하겠다.

삶이 지치고 힘든 분들이 보시면 힘을 얻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DJ

새해 첫 방송으로 우주에 대한 책 두 권을 소개해주셨어요. 마지막 노래도 소개해주시죠.     


종현

아이유의 별을 찾는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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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 아이유 – 별을 찾는 아이

https://youtu.be/uc8HAp8zT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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