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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an 08. 2017

글쓰기를 도와줄 두 권의 책

글쓰기에 대한 두 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고경태의 유혹하는 에디터
정철의 머리를 9하라

TBS 교통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방송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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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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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달콤한 서재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요?     


종현

오늘은 글쓰기에 대한 책을 두 권 준비했습니다.     


DJ

글쓰기 지침서인가요?     


종현

맞습니다. 다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늘은 그런 고민을 해결해줄 책들을 가져왔습니다.     


DJ

그럼 첫 번째 책부터 소개해주세요.     


종현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유혹하는 에디터>라는 책입니다.     


DJ

에디터라면 기자가 쓴 책인가 보네요?     


종현

고경태 기자가 쓴 책인데요. 한겨레에 편집기자로 입사한 이후로 한겨레21, 씨네21, 한겨레신문 주말판을 맡았고 지금도 한겨레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고경태 씨가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글로 풀어낸 건데요. 기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읽으면서 배울 게 많은 책이라 골라봤습니다.     


DJ

20년 경력의 편집기자가 정리한 노하우라고 하니까 기대가 많이 되는데요. 편집기자라면 신문의 지면 배치를 결정하고 제목을 다는 사람들인 거죠?     


종현

그렇죠. 신문사에 보면 취재기자가 있고 편집기자가 있는데요. 취재기자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서 올리면 편집기자는 그 기사를 지면에 넣고 어울리는 제목을 다는 사람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특히나 기사에 어울리는 제목을 찾아서 넣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죠.     

DJ

신문 기사의 제목을 다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굉장히 긴 기사를 한 줄로 딱 요약해야 하는 거잖아요.     


종현

이 책에서 전하는 좋은 글쓰기 방법 중에 하나도 바로 요약입니다. 로버트 레드퍼드 감독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을 예로 들면서 요약의 중요성을 설명하거든요. 그 영화에 보면 주인공이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아버지한테 글쓰기를 배워요. 홈스쿨링을 하는 건데. 이때 아버지가 가르치는 건 계속 글을 반으로 요약하는 겁니다. 주인공이 글을 써가면 그걸 반으로 줄이라고 하고, 줄여가면 다시 또 반으로 줄이라고 하는 거죠. 고경태 기자도 요약이 기사 제목을 뽑는 핵심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이건 글쓰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죠.


DJ

트위터가 유행할 때 글을 짧게 쓰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잖아요한동안 그러다 요즘에는 또 덜한 것 같기도 해요.


종현

모바일 메신저는 별도로 비용이 들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이야기를 짧게 요약할 필요가 없는 거죠. 옛날에는 전보를 쳤잖아요. 전보는 열 글자까지는 기본요금이니까 사람들이 굉장히 메시지를 함축하는데 익숙했겠죠. 요즘에는 그런 게 없다 보니까 아무래도 사람들이 글을 요약하는 걸 어려워하는 거 같아요.     


DJ

노래 한 곡 듣고 고경태 기자의 <유혹하는 글쓰기> 이야기 계속 나눌게요.     


종현

김건모의 흐르는 강물처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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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김건모 – 흐르는 강물처럼

https://youtu.be/IwABlKwyi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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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글쓰기를 도와줄 두 권의 책. 먼저 고경태 기자의 <유혹하는 글쓰기>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요약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는데요. 또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겁니까?     


종현

글쓰기의 십계명을 쭉 이야기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제가 고개를 끄덕였던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면요. 우선 첫 문장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DJ

첫 문장이 중요하다는 건 항상 듣는 말 같아요.     


종현

거의 클리셰 같은 말이죠. 그런데 그만큼 중요하니까 항상 반복해서 나오는 이야기 같아요. 고경태 기자는 첫 문장을 신문의 헤드라인처럼 뽑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낚시로 치면 첫 문장이 밑밥이라는 거죠. 독자를 유혹해서 미끼를 물도록 만드는 게 첫 문장의 역할이라는 겁니다.     


DJ

예를 들면요?


종현

저자가 한겨레에서 일했으니까 자기 신문 사례를 많이 드는데요. 한겨레21의 1999년 봄 독자사은큰잔치의 알림기사 첫 문장을 언급합니다. 이런 이벤트는 독자들한테 이런저런 선물을 준다는 식으로 뻔하게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알림기사의 첫 문장은 “이거 뇌물 아닙니까?”로 시작했다고 해요. 무슨 내용인지 한 번에 알 수 있으면서 재미도 있죠. 이런 식으로 첫 문장을 써야 한다고 책 전체에 걸쳐서 여러 차례 강조합니다.      


DJ

첫 문장의 중요성. 다시 한번 머릿속에 집어넣고요. 다른 노하우는 또 어떤 게 있나요?     


종현

몇 가지 기술적인 부분들도 언급을 합니다. 우리가 글을 쓸 때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랄까요. 상투적인 표현을 조금만 고쳐도 훨씬 매끄러운 글이 된다는 거죠.     


DJ

어떤 게 있을까요?     


종현

우선 ‘하지만’을 제발 좀 그만 쓰라고 합니다. 앞 문장의 내용과 반대되거나 대립되는 문장을 쓸 때 이런 접속사를 쓰잖아요. 이런 류의 접속사가 몇 개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유독 하지만을 사랑해요. 그렇지만, 그래도, 다만 같은 비슷한 뜻의 접속사도 있는데 유독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이 계속 나온다는 겁니다. 비단 하지만 뿐만 아니라 같은 단어나 접속사가 여러 번 반복되면 글 전체가 생명력을 잃거든요. 문장 하나만큼은 기자들 중에 최고였다는 조갑제 씨가 한 말인데요. “접속사는 되도록 쓰지 말고 건조하게 써야 한다” 이런 말도 있고요. 접속사를 아예 안 쓰는 게 힘들다면 최소한 ‘하지만’ 이라도 중복되지 않게 노력하라는 겁니다.     


DJ

하지만을 쓰지 말아라. 이건 좋은 팁이네요.     


종현

다들 자기가 쓴 글을 찾아서 ‘하지만’이 몇 번 나왔나 세어보시면 깜짝 놀랄 거예요. 은근히 정말 많이 쓰거든요. 비슷한 걸로 뭐뭐한 ‘것’이라는 표현도 우리가 굉장히 많이 써요. 무슨 말이든 다 뭐뭐한 ‘것’이라고 해버리는데 이것도 글을 더럽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DJ

정말 생각해보면 글 쓸 때 ‘것’이 엄청 들어가요. 한 문장에 ‘것’이 두 번이나 들어갈 때도 있고요.     


종현

‘것’이 들어가면 문장이 경직돼 거든요. 그렇다고 아예 안 쓸 수는 없고요. 최대한 줄이는 게 방법이겠죠. 예를 들면요.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표현은 그냥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고칠 수 있잖아요. 이것이 바로 황진하 아나운서가 의도한 것이다 이런 표현은 이것이 바로 황진하 아나운서의 의도다. 이렇게 고치면 되고요.     


DJ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내용을 다 소개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 아쉽네요.      


종현

이 책은 말만 번드르르한 글쓰기 책이 아니라 20년 동안 실전을 치르는 기자가 쓴 책이니까요. 사례도 풍부하고 여러 가지로 글쓰기에 도움이 될 책입니다.     


DJ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이야기할게요.     


종현

길과 백지영이 부른 bu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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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길 - but

https://youtu.be/mjjzMFNe1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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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글쓰기를 도와줄 두 번째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책은 카피라이터 정철이 쓴 <머리를 9하라>라는 책입니다.     


DJ

카피라이터면 광고에 나오는 문구를 쓰는 사람이죠?     


종현

맞습니다. 정철 씨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카피라이터고요. 책도 여러 권을 냈는데요. 그중에서도 오늘은 머리를 9하라라는 책을 가져왔습니다.     


DJ

머리를 9하라. 구하라에서 구가 숫자 9네요.     


종현

중의적인 의미인 거죠. 굳어 있는 머리를 구하라는 뜻도 있고, 머리를 구하는 아홉 가지 방법이라는 뜻도 있고요. 정철 씨가 소개하는 글쓰기 비법은 다른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우리가 갖고 있던 딱딱한 생각들을 깨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켜 주는 겁니다.     

DJ

고정관념을 깨야 좋은 글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네요.     


종현

그걸 정철 씨는 정답이 아니라 오답을 추구해야 한다고 표현하는데요. 오답이라는 것도 우리는 그저 틀린 답이라고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정철 씨는 오답이 틀린 답이 아니라 들었을 때 ‘오!’하는 감탄사가 나오게 하는 답이라고 정의해요. 정답은 들었을 때 아무런 감동이 없잖아요. 뻔하니까. 그런데 오답이라는 건 정해진 게 아니니까 들었을 때 새롭고 참신하다는 거죠. 이런 식으로 오답을 찾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카피라이터 정철의 조언입니다.     


DJ

뭔가 알 듯 말 듯한데요. 들었을 때 감탄사가 나올만한 오답이 어떤 게 있을까요?     


종현

책에 나오는 예시가 몇 개 있는데요. 먼저 도둑이라는 단어의 뜻이 뭘까요? 우리는 그저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정철 씨는 이렇게 적습니다. 도둑이란 ‘내가 꽉 움켜쥔 물건 몇 개 놓아 버려도 세상 살아가는 데 크게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한밤중의 가정교사다’. 이런 식인 거죠.

한 가지 더 해볼까요?

봄이라고 했을 때 황진하 아나운서는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세요?

보통은 개나리, 진달래, 황사 같은 단어들을 먼저 떠올리죠. 봄이라고 하면 계절 ‘봄’을 먼저 생각하니까요. 이때 계절이 아니라 다른 의미를 떠올리는 게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거울이나 천문대 같은 걸 떠올리는 사람은 계절이 아니라 본다는 뜻의 봄을 생각한 거죠. 이런 식으로 다양한 생각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정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정철 씨가 알려주는 첫 번째 글쓰기 비법입니다.     


DJ

좋은 글을 쓰려면 역시 남들과 똑같은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거네요. 그런데 이게 말을 들을 때는 쉽지만 막상 직접 해보려면 정말 어렵잖아요. 어떤 비법 같은 게 있을까요?     


종현

정답은 없지만 몇 가지 요령을 알려줍니다. 일단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책에 보면 어느 기업의 실제 입사시험 문제가 나오는데요. 아주 특이합니다. 예를 들면 서울에 사는 강아지는 몇 마리나 될까? 한강을 얼려 빙수를 만들면 몇 그릇이나 나올까? 서울에 눈 대신 소금이 내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런 질문들이거든요. 처음 들었을 때는 어처구니없는 질문들인데 여기에 그럴듯한 대답을 만들어나가다 보면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발상을 할 수가 있거든요.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해야 된다는 겁니다.     


DJ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은데 이런 걸 계속하다 보면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거겠죠?     


종현

그런 셈이죠. 말장난은 절대로 말장난으로 그치지 않는다고 정철 씨가 이야기하거든요. 말장난이라는 건 머리를 가지고 노는 연습을 하는 거라는 거죠. 머리를 가지고 놀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 필요할 때 생각하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는 거고요.


DJ

발상의 전환은 비단 글쓰기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 늘 중요한 부분이겠네요여기서 교통정보 듣고 계속 이야기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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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자우림 일탈

https://youtu.be/PYhqyomER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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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글쓰기를 도와줄 책정철의 <머리를 9하라이야기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앞에 책도 그렇고요신문사의 편집기자나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는 좀 특별한 경우잖아요이런 분들이야 매일 글을 쓰는 게 직업이니까 이런 것들이 중요하겠지만평범한 직장인 분들한테는 다를 것 같은데요.


종현  

글은 특별한 사람들만 쓰는 거다. 이런 생각을 많이들 하시는데 사실 전혀 그렇지가 않거든요. 다들 매일 어떤 종류로든 글을 쓰고 있고 또 써야 하거든요. 학생들은 보고서를 써야하고 취업 시즌에는 자기소개서를 써야 되잖아요. SNS에 영화를 한 편 보고 난 뒤에도 그냥 재밌었다고만 쓰면 팔로워들은 아무런 재미가 없겠죠. SNS 프로필에 올릴 한 문장을 쓰는 것도 조금만 더 고민하면 재미있고 참신하게 쓸 수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다 글쓰기인 거죠.     


DJ

우리 모두는 일상에서 자기만의 글을 쓰고 있는 거군요.     


종현

일상의 글쓰기가 정말 중요한 거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연애편지 한 줄 제대로 못 쓰고 주저주저하다가 다른 사람한테 뺏겨버리면 얼마나 허탈합니까.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것들을 잘 쓰기 위해서라도 평소에 조금씩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두 책의 결론입니다.     


DJ

두 권의 책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조언은 없나요?     


종현

굉장히 기본적인 부분이죠. 국어가 글쓰기의 가장 기본이라는 말이 두 책에 다 나옵니다.     


DJ

국어라고 하면 필요한 단어를 제대로 골라서 쓸 수 있어야 된다는 말인가요?     


종현

그렇죠. 유혹하는 글쓰기를 쓴 고경태 기자는 국어 감각이 편집이나 글쓰기의 기초라고 강조합니다. 글쓰기라는 건 결국에 한글을 가지고 놀면서 요리하는 능력이나 마찬가지잖아요. 한글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재료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거죠. 아니면 어떤 재료가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DJ

카피라이터 정철 씨도 같은 말을 하고요? 국어 감각이 중요하다.     


종현

책에 보면 추천도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철 씨가 딱 한 권의 책을 추천하는데요. 바로 국어사전입니다. 말을 가지고 놀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국어사전이랑 친해져야 한다고 합니다. 국어사전에는 세상 모든 말이 다 들어가 있으니 바꿔서 말하면 세상의 모든 생각이 들어 있는 생각 사전이기도 하다는 게 정철 씨의 설명입니다.      


DJ

요즘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바로바로 나오잖아요. 국어사전 펼쳐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해요.     


종현

인터넷은 검색 결과만 알려주잖아요. 찾아본 단어의 뜻만 알려주고 다른 수많은 단어는 알 수가 없죠. 국어사전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그냥 소설 읽듯 보다보면 우리가 몰랐던 단어나 표현들을 정말 많이 마주칠 수 있거든요. 인터넷에서 단어의 뜻을 찾는 게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걸 확인하는 수준이라면, 국어사전을 보는 건 사고의 지평 자체를 넓히는 일인 거죠.     


DJ

글쓰기를 도와줄 두 권의 책 이야기해봤습니다. 마지막 곡 소개해주세요.     


종현

장기하와 얼굴들의 가나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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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 장기하와 얼굴들 - 가나다

https://youtu.be/COPinvFQ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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