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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an 01. 2018

친구를 고르듯 책을 골라야 한다

독립서점에 대한 두 권의 책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대략적인 방송 멘트와 음악을 뺀 편집본을 들을 수 있는 링크를 매주 올릴 예정입니다.


12월 24일 아홉 번째 방송은 독립 서점에 대한 책을 주제로

'북숍 스토리' '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두 편을 이야기했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서점에 대한 책을 두 권 준비했습니다.     


ann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책을 사는 사람이 많잖아요전자책도 많이 쓰고요그런데도 독립책방이 늘어나고 이러는 걸 보면 여전히 서점을 찾는 사람이 많은 거 같아요.     

전자책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종이책의 시대가 끝날 거라는 얘기도 있었죠. 그런데 최근에 나오는 통계들을 보면 종이책이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전자책과 종이책이 공존하면서 자리 잡은 거죠. 서점의 존재 이유도 여전한 거고요.     


ann 책밤지기가 좋아하는 서점이 있나요?     

아무래도 광화문에 회사가 있으니까 제일 자주 건 교보문고죠. 원하는 책을 찾을 때는 교보문고 만한 곳이 없죠. 책도 가장 많고 정리도 정말 잘 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끔은 우연히 책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도 있잖아요. 남들이 잘 모르는 그런 책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인 건데요. 이럴 때는 교보문고 같이 큰 서점에는 잘 안 가게 돼요.      


ann 독립서점을 가는군요     

독립서점은 정말 어떤 책을 보게 될지 모르고 가는 거잖아요. 약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책방 문을 열게 되죠. 연희동에 있는 유어마인드나 해방촌에 있는 고요서사 같은 독립서점을 좋아하고요. 최근에는 사진집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서촌의 이라선이라는 서점도 자주 가고 있어요.     


ann 서점이라는 공간이 참 특이한 거 같아요책으로만 둘러 싸인 공간은 다른 데서는 만나기 힘들잖아요외국의 서점은 어떨지도 궁금하고요.     

j 오늘 소개해드릴 첫 번째 책이 그런 호기심을 풀어주기에 적격입니다. 제목이 <북숍 스토리>인데요. 영국의 한 서점에서 일하던 작가가 전 세계에 있는 300여개의 독립 서점에 대해 쓴 책이에요.     

ann 300개나 되는 전 세계 독립서점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군요.     

맞습니다. 작가가 사는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독일 같은 유럽, 미국과 캐나다, 중국, 일본까지 정말로 전 세계에 있는 다양한 독립서점에 대한 이야기와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 책이고요. 책을 읽다 보면 서점 세계일주를 한 기분이 들 정도예요.      


ann 노래 곡 들을까요?     

심규선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입니다.


M1 심규선 –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https://youtu.be/AchaK7h8Rg4


ann 서점에 대한 두 권의 책먼저 <북숍 스토리이야기 나누고 있어요어떤 서점들이 등장하나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서점들이 아닌,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서점들이 전 세계 곳곳에 숨어 있거든요. 예컨대 영국의 리치필드에는 북 바지라는 서점이 있어요. 그냥 서점이 아니라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서점으로 개조한 거예요. 길이 18미터짜리 작은 배를 서점으로 바꿔 놓은 겁니다. 2009년에 처음 문을 열었고, 이후 영국 전역을 운하를 따라 운항하면서 돌아다녔다고 해요.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나요? 강을 떠다니는 서점. 배가 항구에 정박하면 그대로 서점이 문을 여는 것과 마찬가지죠. 

미국에 있는 원 북 스토어라는 서점도 굉장히 재밌는 곳인데요. 이 서점을 만든 월터 스완은 어릴 때 형과 함께 했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보내는 출판사마다 퇴짜를 맞자 자기 돈으로 그냥 책을 내기로 한 거죠. 그렇게 해서 ‘나와 헨리’라는 책이 탄생했는데요. 책을 자기가 직접 만들었으니까 서점에 납품도 직접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서점을 돌아다녀보니까 서점이 책 한 권을 팔 때  마진을 40퍼센트나 가져가더랍니다. 그걸 보고 서점을 하면 돈을 벌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서 만든 서점이 바로 ‘원 북 스토어’ 예요. 이 서점이 특이한 건 이름처럼 정말 한 권의 책만 판다는 겁니다. 바로 그 한 권이 자기가 쓴 ‘나와 헨리’죠. 그런데 이 원 북 스토어가 화제가 되면서 여기서만 나와 헨리를 7000권이 넘게 팔았다고 합니다.      


ann 자기 책을 팔려고 서점까지 열었네요그런데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꼭 서점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전자책이나 온라인 서점이면 충분한 거 아닐까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이 책도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된 거예요. 사람들에게 서점은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거죠. 책을 읽는 독자는 작가와 함께 정말 서점이 의미가 있는 걸까 고민하게 되고요.

전 세계의 독립서점에서 작가가 만난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해줘요. 왜 서점이 아직도 필요한 지에 대해서요.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를 몇 개만 소개해드리면요. 캐나다 토론토의 ‘리 리딩’이라는 서점을 운영하는 크리스토퍼 시디는 이렇게 말해요.

“행복은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여러 시간 동안 열심히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데 있다. 오랫동안 찾던 책을 드디어 발견했을 때 느끼는 그 행복한 기분은 세상 어디에서도 쉽게 맛볼 수 없다.”     


ann 독립서점은 대형서점이랑 그런 부분이 다르죠중고책을 찾아서 서가를 뒤져야 하고그렇게 찾던 책을 발견하면 보물을 찾은 느낌!     

진짜 그렇죠.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 책 읽게 하려고 고민이 많잖아요.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빠져서 책을 멀리하니까요. 그럴 때 서점이 좋은 교육의 장이 될 수도 있겠죠. 레이철 조이스라는 영국의 소설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늘 서점에 간다고 합니다. 온라인으로도 주문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서점까지 가는 수고를 하냐고 물으니까 이렇게 답하죠.

“서점에 직접 가는 것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책을 살지 말지 결정하기 전에 직접 손으로 책을 펼쳐보고 스타일을 잘 살필 수 있다. 손에 잡고 무게감을 느끼고 냄새도 나는 실물을 손에 들고 있는 것, 이렇게 서점에서 책을 보고 만지는 일은 해도 해도 부족하다. 친구를 고르듯 책을 골라야 한다.”     


ann 친구를 고르듯 책을 골라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영국 옥스퍼드에 있는 블랙웰스라는 서점의 관리인은 “책장 사이로 걸어가면 책들이 속삭여요. 왜 아직도 나를 안 읽어요?라고 말이에요.”라고 말하는데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이야기가 담기는 순간 책은 그냥 종이가 아니라 어떤 생명을 지닌 생물처럼 느껴지거든요. 향기도 나죠.     

ann 서점의 향기??     

서점에서는 바닐라향이 난다고들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과학적인 사실인 게, 나무에 존재하는 고분자 화합물 리그닌은 화학적으로 바닐린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바닐린은 바닐라 열매를 발효했을 때 나오는 성분이거든요. 그러니까 나무를 원료로 한 종이가 책이 되고, 그 책이 오래되면 바닐라 같은 향이 나는 거죠.     


ann 책이 말도 걸고향기도 나고이 책을 읽고 있으면 책이 친구나 애인처럼 느껴지겠네요.     

책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이 사람들한테는 정말로 책이 친구나 애인 같은 존재겠죠.     


ann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이야기해볼까요?     

문문의 비행운입니다.


M2 문문 비행운

https://youtu.be/FvOBwRWaGZg


ann 서점에 대한 책두 번째로 이야기할 책은 뭔가요?     

먼저 소개해드린 <북숍 스토리>는 전 세계의 독립서점 이야기였으니까요. 이번에는 한국에 있는 멋진 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ann 한국에도 멋진 독립서점이 많죠?     

앞에서 잠깐 말씀드렸던 유어마인드나 고요서사 같은 책방이 유명하죠. 또 최근에는 한 가지 테마를 정해서 관련된 책만 파는 독립서점도 많아요. 관악구에 있는 여행마을은 여행에 대한 책을 모아놨고요. 종로구에 있는 더 북 소사이어티는 디자인, 건축에 대한 책을 주로 다루고요. 시집 전문 서점인 위트 앤 시니컬도 정말 좋은 곳입니다. 사진에 관심이 많은 분이면 사진집 전문서점인 이라선도 있고요.     


ann 두 번째로 소개해주실 책이 이런 독립서점을 소개하고 있는 건가요?     

먼저 소개해드린 책이 전 세계 300개의 독립서점을 다뤘다고 했잖아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단 한 곳의 독립서점만 소개하는 책입니다. 책 제목이 <당신에게 말을 건다>고요. 부제가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입니다.   


ann 부제에 정답이 있군요속초의 동아서점을 소개하는 책인 거죠?

맞습니다. 사실 속초와 서점? 뭔가 잘 어울리지 않죠. 속초하면 바다나 설악산, 닭강정부터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테고요. 그런 속초를 61년째 지키고 있는 터주대감 같은 공간이 바로 동아서점입니다.     

ann 61년이면 최근에 생긴 게 아니군요.     

3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서점이죠. 할아버지 김종록 씨가 1956년에 처음 문을 열었고, 그 아들인 김일수 씨가 뒤를 이었고, 다시 김일수 씨의 아들인 김영건 씨까지. 이 책을 쓴 저자가 바로 김영건 씨입니다.     


ann 삼대를 내려오는 지방 서점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렇죠. 예전에는 서점이 정말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잖아요. 삼대를 거치면서 동아서점도 흥망성쇠를 다 겪은 거죠. 요즘에는 출판업계 진짜 어렵다고 하는데 지방 서점이면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그런데 서점을 물려받게 되는 김영건 씨는 아버지와 함께 의기투합해서 오히려 사업을 확장해보자. 이런 결심을 하게 됩니다. 서울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속초에 가서 아버지와 함께 동아서점을 완전히 변신시킨 거죠. 서점에 원래 있던 책을 모두 반납하고, 서점 규모를 키우고.. 이런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서 동아서점도 지금은 서울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찾아가는 유명한 지방 서점이 된 겁니다.     


M3 플라스틱 피플 – 사거리의 연가

https://youtu.be/GYmI8rV4U4A


ann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하고 있었는데요책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나요?

이 책을 쓴 김영건 씨가 처음부터 서점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일하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얼떨결에 서점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서점 아들로 나고 자랐지만 옆에서 보기만 하는 거랑 직접 일을 하는 건 다르잖아요. 서점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은근히 재밌게 읽혀요.  

   

ann 어떤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예컨대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았잖아요. 2016년에. 김영건 씨는 아직 서점 일을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됐을 때거든요. 그러니까 뉴스를 보고도 그냥 ‘이거 정말 축하할 일이군!’하고는 말았다고 합니다. 그런 축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서점을 하는 사람의 dna가 아직 없었던 거죠. 그런데 금세 손님들이 서점으로 몰려온 거죠. 한강 작가의 책을 사러요. 지방의 서점에 같은 책이 많을 리는 없으니까 오래지 않아 재고가 다 떨어졌는데, 그제야 주문 프로그램을 켜보니까 늦어도 한참 늦은 거죠. 그제야 노벨문학상이나 여타 문학상 발표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됐다고 뒤늦게 고백하는 거죠.     


ann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그런 이야기도 많겠죠?     

여러 이야기 중에 흥미로웠던 건 도서관에 납품을 하는 이야기였어요. 도서관에 가보면 책에 바코드가 있잖아요. 한글이나 영어, 숫자로 돼 있는 바코드와 청구기호들이요. 그런데 이런 청구기호를 과연 누가 붙이는 걸까 생각해본 적 있으세요? 김영건 씨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서점 일을 시작해보니까 그제야 알게 된 거죠. 그런 청구기호 붙이는 것도 서점에서 한다는 걸요. 서점이 도서관에 책을 납품할 때, 그런 청구기호 붙이고 도서관 서가에 꽂아두는 것까지가 모두 서점의 일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서점이라고 생각하면 약간 고상한 직업으로 여기잖아요. 안락의자 같은데 앉아서 책 읽다가 손님이 오면 취향껏 추천해주는 그런 일. 그런데 막상 실제 서점 일은 중노동에 가깝다는 거죠. 만 권이 넘는 책에 일일이 바코드 라벨을 붙이고, 그걸 서가에 진열하고..     


ann 머리로 생각했던 것과 현실은 역시 다를 수밖에 없군요.     

그렇죠. 그렇다고 힘든 일만 생기는 건 아니고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도 동아서점에서 일을 하면서 찾아옵니다. 바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서 결혼까지 하게 된 거죠. 저자가 서점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을 때 아내가 될 사람이 처음 찾아온 거죠. 그렇게 사랑에 빠져서 결혼까지 하게 되고요. 그 묘사가 참 좋아서 적어놨는데요.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 계산을 하러 계산대에 왔다. 손님은 민소매의 얇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 옷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벌써 여름이구나. 나는 그 손님에게 첫눈에 반했다.”

벌써 여름이구나. 나는 그 손님에게 첫눈에 반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문장인데 이렇게 붙여놓으니까 너무 사랑스러운 거죠.     


ann 사랑의 서점서점에서 일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서로의 취향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서점이니까요. 앞서 소개해드린 <북숍 스토리>에도 서점에서 만나서 사랑에 빠진 커플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서점을 지루하고 재미없는 공간이라고 여겼던 분들이 있으시면, 이제는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공간으로 생각을 바꾸셔도 될 것 같습니다.     


ann 마지막 곡도 소개해주세요.     

이적의 나침반입니다.


M4 이적 – 나침반

https://youtu.be/lVa49x-s19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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