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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May 20. 2018

K팝의 지금을 만든 명곡들의 이야기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5월 13일 스물일곱 번째 방송은 책으로 듣는 명곡 리스트라는 주제입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음악에 대한 책을 두 권 준비해봤습니다.     


ann 음악에 대한 책이라면 다양한 종류가 있을 것 같은데어떤 책인가요?     

그런 이야기할 때가 있잖아요. 예전 노래들이 요즘 노래보다 좋은 것 같다, 가끔 예전 노래를 들을 때가 있으면 뭔지 모르게 훨씬 좋은 느낌도 들고, 그런 게 있죠. 가요만 그런 게 아니라 팝송도 옛날 노래를 들으면 요즘 노래에서 느끼기 힘든 맛이 있거든요. 오늘은 이런 노래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ann 옛날 노래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을 가져오셨군요.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K팝 세계를 홀리다>라는 책입니다. 2012년에 나온 책인데요. 대중음악 전문가로 유명한 김학선 씨가 쓴 책입니다.     


ann 그런데 제목이 K팝이네요. K팝은 요즘에 나온 말이잖아요예전 노래랑은 거리가 있을 거 같은데요?     

책의 앞부분에는 K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에스엠이나 JYP, YG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어떻게 지금의 K팝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세계에서 한국 K팝이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 이런 이야기들이 조금 나오는데요. 사실 K팝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 중요한 건 아니고요. 뒷부분을 보면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별로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음악가들을 정리해놨거든요. 신중현에서 시작해서 버벌진트까지 가요. 왜 이런 구조인가를 보면, 지금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K팝도 결국은 그 뿌리가 한국의 대중음악에서 출발했다는 거죠. 신중현이나 조용필, 이문세, 유재하, 윤상, 김광석, 이소라... 이런 쟁쟁한 음악가들이 없었다면 지금 K팝도 탄생할 수 없었다는 게 저자가 하고 싶은 메시지 같아요.     


ann K팝이 있기까지 한국의 대중음악계를 이끌었던 쟁쟁한 명가수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놓은 책이군요.     

맞습니다. 예전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이 읽으면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책이 될거고요, 요즘 아이돌 노래만 주로 접하는 10대, 20대가 읽으면 K팝의 뿌리를 짐작할 수 있는 책이 되겠죠. 삼촌이나 아빠,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나 가수한테 이런 이야기가 있었구나 할 수 있는 거죠. 노래를 통해서 하나가 될 수 있는 소통 창구 역할도 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ann 대중음악으로 떠나는 역사 여행 같은 거네요.     

재밌는 게 시대별로 저자가 생각하는 의미있는 명반들의 리스트도 정리를 해놨거든요. 예컨대 책의 앞부분에 K팝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는 거의 1세대, 2세대 아이돌이 낸 음반 중에서 여섯 장의 명반을 뽑았어요. 10년 단위로 시대를 구분하고 있는데, 저자가 고른 명반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ann 아이돌 명반은 뭐가 있을지 궁금한데요저는 HOT, 잭스키스의 팬이었는데이런 아이돌 그룹의 음반이 있나요?     

아이돌 문화의 첫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이 첫 번째로 꼽았고요. 서태지와 아이들은 뭐 아이돌 그룹의 시초라고 해도 무방하죠. 새로운 시대의 선언 같은 팀이니까 상징적인 의미도 컸고요. 언타이틀의 ‘꽃’, SES의 두 번째 앨범, 디베이스의 ‘디베이스’, 보아의 넘버원,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사운드G’도 아이돌 그룹의 명반에 꼽혔습니다.      


ann 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브라운 아이드 걸스 ‘사운드G’에 실린 캔디 맨으로 골랐습니다.


M1 브라운 아이드 걸스 – 캔디 맨

https://youtu.be/EdQrGDOgUhE


ann K팝의 지금을 만든 대중음악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 <K팝 세계를 홀리다이야기하고 있어요. 10년 단위로 시대를 구분했다고 했는데책밤지기가 제일 좋아하는 시대는 언제인가요?     

저는 원래 2000년대 노래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소라나 이적, 장기하와 얼굴들 같은 가수들의 노래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 나오는 1980년대, 1990년대 음반들을 다시 쭉 들었거든요. 그랬더니 제가 잊고 있었을 뿐이지 이 노래들도 정말 좋아하고 즐겨 들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ann 1980년대면 책밤지기가 막 태어났던 때 아닌가요그때 노래들을 들을 기회가 있었나요?     

제가 대학교를 다닐 때 학교 방송국에서 PD로 일했거든요. 학교 방송국에 엘피부터 시디까지 수천 장의 앨범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방송국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기역부터 시작해서 히읃까지 그냥 가나다 순으로 앨범을 쭉 듣기만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귀를 사로잡는 노래가 나오면 따로 빼놓고 다시 찾아듣고 그런 거죠. 그때 즐겨 들었던 예전 팀이 산울림, 한영애, 유재하, 윤상, 장필순 이런 가수들이죠.     


ann 이런 가수들의 이야기가 책에 쭉 나오는 거죠?     

맞습니다. 산울림은 집 안에서 삼형제가 만든 팀이거든요. 1977년에 앨범이 나왔는데, 이 책에서는 그야말로 느닷없이 등장했다고 표현해요. 1970년대가 한국 대중음악의 암흑기였거든요. 대마초 파동, 가요 정화 운동 같은 것들 때문에 많은 음악인이 한국을 떠나거나 한 시기. 그런데 산울림이라는 불세출의 팀이 갑자기 등장한 거죠. 그것도 한 집에서 나고 자란 형제들이요. 맏이인 김창완이 기타를 맡고, 둘째인 김창훈이 베이스 기타, 막내 김창익이 드럼을 맡았고요, 기존 노래는 한 곡도 커버를 하지 않고 모든 노래를 자기들이 만들어요. 연주를 하면 시끄러우니까 계란 판을 벽에 붙이고 연습을 해서 100곡이 넘는 노래를 만든 거죠. 

1977년에 대학가요제가 처음 열렸는데 산울림이 거기 나가서 ‘문 좀 열어줘’로 1위를 했는데 김창완이 졸업생 신분이라 탈락하고, 대신 둘째 김창훈이 대학 후배들한테 만들어준 노래인 ‘나 어떡해’가 대상을 타면서 산울림도 조명을 받고요.     


ann 산울림 노래 중에 제일 좋아하는 건 뭐예요?     

저는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너의 마음’ 같은 노래를 정말 좋아해요. 산울림이 너무 좋아서 대학생 때 콘서트도 다닌 적이 있거든요. 지금은 김창완 씨가 밴드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어요. 제가 아이유를 참 좋아하는데, 너의 의미를 불러서 정말 좋았던 적도 있고요.

사실 산울림은 1집부터 3집까지가 최고 명반이라고 해요. 이 책에서도 산울림 2집을 1970년대 명반으로 골랐고요. 

우리가 잘 아는 산울림의 노래들은 1집부터 3집까지에 몰려 있지만요, 산울림은 13집까지 앨범을 냈거든요.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청춘, 독백 같은 노래들은 3집 이후에 나온 앨범에 실려 있기도 하고요. 책을 읽으면서 산울림 노래를 듣는데 얼마나 좋던지 몰라요.     

 

ann 1970년대가 산울림이었다면, 1980년대에서 제일 좋았던 가수는 누군가요?     

1980년대에도 정말 좋은 가수가 많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유재하예요. 유재하는 1987년 ‘사랑하기 때문에’를 발표하면서 데뷔했는데, 앨범의 모든 곡의 작사, 작곡, 편곡을 혼자서 했고, 거의 모든 악기 세션까지 혼자 했거든요. 말 그대로 천재였던 거죠. 대중음악가로는 특이하게 한양대 음악대 작곡과를 나온 클래식 기반이 있어서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ann 유재하는 너무 갑자기 세상을 떠났죠.     

그렇죠. 앨범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공식적인 활동으로는 TV에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부른 게 전부고요. 사실 유재하는 생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사후에 유재하의 음악을 듣고 자란 많은 음악인들이 1990년대와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를 이끌어가면서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았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라는 것도 매년 열리거든요.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의 데뷔의 장이 되고 있죠. 김연우, 나원주, 재주소년, 방시혁, 스윗 소로우, 유희열, 이한철, 루시드 폴같은 음악가가 모두 유재하 경연대회 출신이거든요. 방시혁이 만든 BTS가 세계를 휩쓸고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유재하가 뿌린 씨앗이 이렇게까지 널리 퍼진 거라고도 할 수 있겠죠.     


ann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만나볼게요.     

산울림의 너의 의미입니다.


M2  산울림 – 너의 의미

https://youtu.be/BQBNbBinZpY


ann 옛날 노래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 이야기하고 있어요오늘은 <K팝 세계를 홀리다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게요. 1990년대와 2000년대에서 재밌었던 이야기는 없나요?     

실력 있는 뮤지션이 정말 많은 시기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잘 모르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해요. 1990년대와 2000년대가 어떻게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가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돼요.     


ann 1996년에 무슨 일이 있었죠?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일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상업적으로 발매되는 모든 음반은 공식적으로 정부와 국가 기관이 그 내용을 심의해서 발매 적격 여부를 결정했어요. 이걸 사전심의제도라고 불렀거든요. 극소수의 심사위원이 예술에 검열의 잣대를 들이댔던 거죠. 정말 전근대적인 제도였는데, 이 사전심의제도가 1996년에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사라졌어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했거든요. 1995년에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 4집 수록곡인 ‘시대유감’의 가사가 사전심의제도에서 걸리니까, 서태지와 아이들은 여기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아예 보컬 부분을 드러내고, 연주곡으로만 노래를 낸 거예요. 정태춘 같은 원로가수들의 노력도 사전심의제도 폐지에 힘을 보탰고요.     


ann 무려 22년 전 일이잖아요지금은 너무 당연한 일인데그때까지만 해도 말도 안 되는 관행들이 참 많았군요.     

그렇죠. 그래도 음악인들이 꾸준히 노력한 끝에 이런 악폐가 하나씩 사라진 거죠. 1990년대와 2000년대 대중음악이 다양해질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1996년에 사전심의제도 폐지 이후에 패닉의 ‘밑’이라는 앨범이 나왔거든요. 정말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손에 꼽히는 명반 중 하나인데, 가사나 노래 분위기가 사전심의제도가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는 지적도 많이 나오죠.     


ann 이 시기에 책밤지기가 좋아했던 뮤지션은요?     

아마도 요즘 10대들은 이 가수를 ‘러블리즈’의 프로듀서나 평양에 간 음악감독 정도로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바로 윤상이죠. 저한테 윤상은 러블리즈나 평양이나 이런 건 사실 아무 의미가 없고, ‘써드 클리셰’라는 앨범 하나로 기억되는 가수거든요. 윤상을 대표하는 전자음악이나 세계음악의 트렌드가 가장 잘 담긴 앨범이고요. 달리기, 배반, 문득 친구에게... 수많은 명곡들이 담긴 앨범이죠. 윤상은 1990년대부터 하이틴 스타였거든요. 보랏빛 향기 같은 노래를 작곡한 최고 수준의 작곡가이기도 했고요. 최고의 주류 대중음악인이 자기만의 색깔을 확고하게 하고 활동하는 모습은 정말 감탄스럽죠.     


M3 윤상 – 문득 친구에게

https://youtu.be/2UY8bty2uY8


ann 옛날 노래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팝송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책은 없을까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대중음악 평론가인 이무영 씨가 쓴 <명곡의 재발견>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컨셉이 재밌는데요. 이무영씨가 세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100곡의 팝송을 골라서 그 곡의 가사를 집중적으로 뜯어보고 있어요. 부제가 ‘영어 해석으로 보는 팝송이야기’ 거든요.     

ann 영어해석으로 보는 팝송 이야기영어 공부도 되겠는데요?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책에 영어 가사와 한글 번역을 모두 실었거든요. 팝송 가사는 딱딱한 문어체가 아니라 일상에서 쓰는 표현들이 많잖아요.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영어를 배울 수가 있는 거죠.     


ann 책도 보고 영어공부도 하고 일석이조네요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있나요?     

아마도 라디오헤드의 크립 좋아하는 분들 많을 거예요.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노랜데, 정작 가사가 무슨 뜻인지 안건 얼마 안 돼요. 이 노래는 톰 요크가 대학생 때 잘 나가는 여자한테 고백했다가 차인 경험을 담은 노래거든요. 그 여자는 잘 나가는 여자였고, 톰 요크는 대학생 때만 해도 그냥 그런저런 평범한 학생이었고요. 고백을 했더니 당연히 여자한테 차였죠. 오죽했으면 크립이 나오고 나서 뉴뮤직익스프레스라는 곳에서는 ‘용기 없는 록 밴드의 소심한변명’이라고 깎아내리는 평을 내기도 했어요. BBC라디오는 우울하다는 이유로 아예 플레이리스트에서 노래를 뺐죠.     


ann 그런데 크립이 1990년대 최고의 인기 곡 중 하나가 됐잖아요.     

그 이야기도 재밌는데요. 영국에서는 노래가 완전히 망했어요. 라디오헤드 다른 멤버들도 이 노래가 너무 우울해서 싫어했다고 하고요. 그런데 이스라엘의 라디오 DJ 한 명이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매일 튼 거예요. 그러면서 이스라엘에서 엄청 인기를 끌게 됐고, 라디오헤드가 이스라엘까지 가서 공연을 했고요. 이게 뉴질랜드, 스페인으로 퍼지고, 나중에는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게 되면서 최고의 히트곡이 됐죠. 노래가 인기를 끄니까 레코드사에서 원곡 가사에 있던 ‘소 퍽킹 스페셜’이라는 가사를 ‘소 베리 스페셜’로 순화해서 재발매해요. 좀 더 많이 팔려고 한 거죠. 이런 부분 때문에 욕을 많이 먹기도 했고요.      


M4 라디오헤드 - creep

https://youtu.be/XFkzRNyyg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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