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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n 04. 2018

유니클로와 나이키를 만든 이야기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5월 27일 스물아홉 번째 방송은 세계 최고의 패션 브랜드를 만든 이야기들을 다뤘습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우리가 즐겨 입는 옷과 신발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봤는데요.


ann 옷과 신발이라면 패션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그런데 제가 패션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아니잖아요. 황진하 아나운서가 보시다시피 말이죠. 그래서 ‘패션’ 그 자체보다는 패션 ‘산업’에 대한 책을 두 권 준비해봤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옷과 신발을 만드는 회사의 창업자들이 쓴 자서전들입니다.


ann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옷과 신발몇몇 브랜드가 떠오르는데요먼저 소개해줄 책은 어떤 브랜드 이야기인가요?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이 쓴 자서전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입니다.


ann 유니클로도 정말 많은 사람이 찾는 브랜드죠그런데 유니클로 옷은 많이 입어도 유니클로라는 회사에 대해서 아는 건 많지 않은 거 같아요.

아무래도 일본 회사다 보니까 한국에서는 유니클로라는 회사에 대해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죠. 유니클로는 1984년에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설립한 회사고요. 원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아버지가 일본 지방 도시에서 양복점을 했거든요. 야나이 회장이 그 양복점을 물려받아서 경영을 하다가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하고 세운 게 유니클로인 거죠.

ann 지방 도시의 양복점에서 시작해서 30년 정도 만에 정말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난 거네요.

그렇죠. 유니클로가 작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2000여 개 매장이 있다고 해요. 일본에 800여 개 정도가 있으니까 일본밖에 더 많은 매장이 있는 거죠. 매출액도 2조 엔에 육박하고요. 옷만 팔아서 20조 원을 버는 회사를 만든 거죠. 우리가 잘 아는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자라잖아요. 자라의 연 매출액이 260억 달러 정도거든요. 28조 원 정돈데, 거의 자라에 필적할 정도로 성장한 셈이죠.


ann 사실 최근에는 한국에선 이렇게 자수성가한 창업자가 많지 않잖아요특히나 IT, 스타트업이 아니라 유통업계에서 스스로 힘으로 이렇게 큰 성공을 이룬다는 게 대단해 보여요.

일본이 우리의 이웃나라지만 동시에 우리의 경쟁자로도 많이 생각하잖아요. 경쟁이라는 게 무턱대고 싸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배울 게 있으면 배우면서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야나이 회장 같은 사례를 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창업자나 기업이 나올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보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봐요. 어떤 점을 배울 수 있는지 야나이 회장의 자서전에서 고민해보는 거죠.


ann 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레이디 가가의 패션!입니다.


M1 LADY GAGA - Fashion!

https://youtu.be/MX9ZlmxtwC8


ann 유니클로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자서전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이야기하고 있어요제목이 인상적이네요.

이 책은 야나이 회장이 쓴 두 번째 자서전인데요. 첫 번째 자서전 제목은 <1승 9패>입니다. 보통 기업을 만든 창업자나 회장이 쓴 자서전이라고 하면 자화자찬이나 자기자랑 같은 분위기를 생각하기 쉬운데요. 야나이 회장의 자서전 두 권은 둘 다 태반이 실패에 대한 이야기예요.


ann 유니클로도 순탄하게 성장한 건 아닌가 보네요?

저도 자서전을 읽기 전에 몰랐는데, 정말 많은 실패를 경험했더라고요. 영국이나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처음에 시장을 잘못 읽어서 큰 손실을 봤다고 하고요. 유니클로가 일본에서 유기농 식품 사업에 뛰어든 적도 있더라고요. 잘 모르는 분야다 보니까 큰 손실만 입고 철수했다고 하고요. 야나이 회장은 이런 실패 사례를 숨기는 게 아니라 굉장히 자세하게, 담담하게 책에 적어요. 그러면서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게 인상적이죠.


ann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비단 기업 경영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인생에 큰 교훈이 될 말이네요.

그런 식으로 밑줄 칠 만한 말들이 꽤나 많이 나옵니다. 

“별로 대단한 성공이 아닌데도 자신이 매우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성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성공이라는 이름의 실패'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성공'은 성공이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진부해진다. 누구의 성공이든 남의 사례를 그대로 복습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ann 성공은 성공이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진부해진다정말 자기한테 엄격한 사람이네요.

그렇죠. 매출액 20조 원의 회사를 자기 손으로 일궜으면 대단한 성공이잖아요.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 유니클로의 한 사외이사가 야나이 회장에게 스스로를 경영자로 몇 점 정도로 평가하십니까?,라고 물어요. 그러니까 야나이 회장이 “합격점은 약간 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답해요. 사외이사가 그러면 60점입니까? 하고 되물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70점은 주셔야죠.”하고 답했다고 하고요.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작은 성공에 도취돼서 스스로를 90점, 100점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야나이 회장은 그런 자만을 경계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ann 자기 관리도 정말 철저하겠어요.

야나이 회장이 일흔이 가까운 나이인데도 현역에서 뛰고 있거든요.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는 퇴근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하고요. 건강관리를 위해 술, 담배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녁 모임이나 회식도 웬만해선 잡지 않고, 퇴근 이후에는 집에서 책만 읽는다고 하고요. 여러모로 배울 만한 게 많은 사람이죠.


ann 또 재밌는 일화가 없을까요?

야나이 회장이 세계적인 기업을 키우겠다고 꿈꾼 계기가 흥미로운데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자서전을 읽고 세계적인 기업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하거든요. 이병철 회장이 1963년에 쓴 <우리가 잘사는 길>이라는 자서전이 있어요. 한국전쟁이 끝나고 한국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삼성이라는 기업을 세우고 성장시켜 나간 이야기를 읽고 야나이 회장도 꿈을 크게 키운 거죠. 이병철, 정주영 같은 창업자들이 한국에서도 나온 적이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이웃나라인 일본의 청년들에게 영향을 줘서 거기에서 또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했고요. 이번에는 다시 야나이 회장의 자서전을 읽고 한국의 청년들이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킬 차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ann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만나볼게요.     

프라이머리&안다의 드레스룸입니다. 


M2 프라이머리&안다 - 드레스룸

https://youtu.be/rHA9ikmj-s4


ann 우리에게 익숙한 옷과 신발 브랜드를 만든 창업자들의 이야기유니클로를 만든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자서전 읽어봤고요이번에는 어떤 브랜드를 만날 차례인가요?

이번에는 신발인데요. 바로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입니다.


ann 나이키는 유니클로보다 더 유명한 브랜드죠그런데 창업자 이름은 처음 듣는 분들이 많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책이 국내에 나온 게 2년 전인데요. 그전까지는 저도 필 나이트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왜 그런가 하고 책을 보니까 필 나이트가 나이키를 이끌었던 시기가 1964년부터 2004년까지예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벌써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거죠. 그러다 보니까 필 나이트라는 이름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ann 그럼 이 책은 1964년부터 2004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거네요.

맞습니다. 나이키를 창업한 1960년대부터 시작해서 주로 1980년대까지의 이야기가 자서전의 주된 줄거리고요. 그 이후의 이야기도 조금 나오는데, 창업 이후 세계적인 운동화 브랜드로 자리잡기까지의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라고 보시면 돼요.


ann 나이키가 처음 창업한 게 1964년이라고 했잖아요어떻게 창업하게 된 건가요?

창업자인 필 나이트의 이야기부터 재밌는데요. 필 나이트가 원래는 육상 선수였다고 해요. 그런데 일류 선수가 될 재능은 없었던 거죠. 그래서 공부에 전념해서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사업 아이템을 고민했는데 육상 선수 출신이니까 운동화에 관심을 가졌던 거죠. 그러다가 1962년에 필 나이트가 배낭여행을 떠납니다. 이때 일본을 방문했는데, 오니쓰카라는 운동화 회사에 무턱대고 찾아가서 오니쓰카의 미국 판매권을 달라고 해요. 있지도 않은 회사의 사장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면서 막무가내로 들이댄 거죠.

ann 오니쓰카는 어떤 브랜드인가요미국 판매권을 달라고 할 정도면 작은 회사는 아니었나 보네요.     

오니쓰카의 지금 이름이 아식스예요. 아식스도 꽤 유명한 브랜드죠. 나이키에는 비교가 안 되지만요. 1962년에만 해도 나이키는 아식스 운동화를 떼다 미국에서 팔던 회사였던 거죠. 오니쓰카에서 미국 서부 판매권을 필 나이트한테 주는데요. 필 나이트가 빌린 돈으로 운동화 300켤레를 가져와서 미국에서 팔기 시작해요. 그런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는 사업이 잘 될 리가 없잖아요. 결국 1971년에 오니쓰카가 운동화 제공을 거부하니까, 필 나이트가 어쩔 수 없이 직접 운동화를 만들어 팔기로 해요. 그때까지는 회사 이름이 ‘블루 리본’이었거든요. 직접 운동화를 만들기로 하면서 회사 이름도 바꾸는데요. 그 이름이 바로 ‘나이키’입니다.


M3  the killers –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https://youtu.be/sZTpLvsYYHw


ann 우리가 즐겨 입는 옷과 신발 브랜드를 만든 창업자들의 이야기두 번째로 나이키를 만든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이야기하고 있어요. 1971년에 드디어 나이키라는 이름이 세상에 등장한 거군요.

자칫하면 나이키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필 나이트가 회사 이름을 고민할 때 정말 다양한 이름들을 떠올렸거든요.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붙이고 하다 보니까 ‘팰콘벵골디멘션식스’ 같은 이름도 나왔다고 하고요. 나이키가 아니라 팰콘벵골디멘션식스였으면 지금처럼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죠. 그러다 필 나이트의 동료 중 한 명이 꿈에서 봤다며 승리의 여신인 ‘나이키’의 이름을 이야기한 거죠. 


ann 사실 나이키하면 로고가 제일 유명하잖아요로고가 탄생한 이야기도 있나요?

나이키를 세상에 알린 가장 중요한 계기가 단순하면서도 인상적인 로고죠. 그 로고는 ‘스우시’라고 부르더라고요. 이제는 나이키뿐만 아니라 승리를 상징하는 로고로 자리 잡았죠. 그런데 이 엄청난 로고의 가격이 처음에는 단 돈 35달러였다고 합니다. 필 나이트가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에게 나이키의 새 로고를 그려달라고 부탁하면서 비용으로 35달러만 건넸다고 하더라고요. 로고를 부탁할 때 요구한 건 딱 하나 ‘동적인 느낌을 표현해달라’였다고 하고요.


ann 단 돈 35달러에 탄생한 로고가 지금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유명해진 거네요책에서 인상 깊은 문장이나 명언 같은 건 없었나요?

나이키는 초창기부터 스포츠 스타를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했거든요. 육상 선수 출신인 필 나이트만의 전략이기도 했는데요. 이런 나이키가 처음 후원한 육상 선수가 있어요. 바로 스티브 프리폰테인이라는 육상 선수입니다. 1960년대 미국 장거리 육상 7개 종목에서 미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던 천재 선수였는데 스물네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요절해서 세상을 안타깝게 했던 선수거든요. 나이키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육상 코치 빌 바워만의 제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프리폰테인을 후원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필 나이트가 남긴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ann 뭐라고 했나요?

“그는 글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했다. 1등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는 때로는 생산적이지 못한 전략일 수도 있고 어리석은 짓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자살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관중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흥분했다. 스포츠가 됐든, 인간의 행위가 됐든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되어 있다.”

저스트 두 잇, 이라는 나이키의 표어가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그 저스트 두 잇을 실천한 최초의 선수였던 거죠.     

ann 유니클로도 그렇고 나이키도 그렇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많은 실패 속에 탄생한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니클로의 야나이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필 나이트도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거든요. 책의 말미에 기업가로 성공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필 나이트가 적는데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기업가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한마디로 사기꾼이다. 기업가는 때로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포기해야 할 때를 알고, 다른 것을 추구해야 할 때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포기는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가는 결코 중단해서는 안된다.”

포기하는 것과 멈추는 건 다르다는 말이 인상 깊죠. 


M4  taylor swift - Dress

https://youtu.be/iWJZzV9Gr3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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