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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n 17. 2018

북한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두 권의 책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6월 10일 서른한 번째 방송은 북한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두 권의 책을 주제로 했습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선거도 얼마 안 남았고, 월드컵도 곧이지만, 요즘 가장 큰 뉴스를 고른다면 역시나 북한이겠죠? 북한에 대한 뉴스가 매일 신문이나 TV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또 별로 알고 있는 게 없단 말이죠. 


ann 그렇죠뉴스로 접하는 북한이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대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뉴스에 나오는 건 김정은 위원장이나 북한의 지도부들이 대부분이잖아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가끔 나와도 평양 거리가 전부인데, 생각해보면 서울의 광화문 거리만 보여주고 이게 한국의 전부라고 하는 거랑 다를 게 없는 거죠. 그래서 오늘은 북한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 책을 준비해봤습니다.


ann 북한에 대한 우리의 오해와 편견을 지워줄 수 있는 책들인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렇다고 북한에 대해서 마냥 좋게만 이야기할 수는 없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아무래도 북한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한국 작가가 아닌 사람들이 쓴 책으로 골라봤어요.


ann 그럼 먼저 소개해줄 책은 어떤 건가요?

다니엘 튜더와 제임스 피어슨이 쓴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라는 책입니다.


ann 조선자본주의공화국원래 북한의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잖아요원래 이름을 조금 틀어서 쓴 거네요?

맞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북한의 모습 중에 하나가 시장경제거든요. 저도 경제 기자로 일하면서 북한 전문가나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분들을 가끔 만날 때가 있는데요. 그때마다 북한이 폐쇄적인 국가일 뿐이지 사실은 시장경제가 이미 자리잡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이 책은 외국인 작가가 북한에 시장경제, 자본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분석한 겁니다.     

ann 책 표지를 살펴봤는데요표지도 특이해요북한 국기에 들어가는 별 대신에 달러 표시를 넣었더라고요.     

그게 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북한이 중앙재판소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북한을 중상모략하는 한국과 외국 언론인들을 극형에 처하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이 표지 때문에 이 책을 쓴 외국인 언론인들도 북한의 위협 대상이 됐거든요.


ann 다니엘 튜더라는 작가도 좀 익숙한데요.

이 분이 영국의 저널리스트인데요. 사실 맥주 덕후로 더 유명하죠.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을 했는데, 2012년에 쓴 기사에서 “한국은 먹거리가 화끈한데 맥주는 따분하다”고 지적했거든요. 이 기사가 엄청 유명해지면서 한국 맥주 맛 논쟁이 붙기도 했죠. 나중에는 다니엘 튜더가 직접 크래프트 비어를 만드는 펍을 이태원에 만들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ann 맥주로 유명해졌지만원래는 이코노미스트라는 유명 경제지의 한국 전문가였던 거군요     

그렇죠. 본인의 전문 분야인 경제와 한국을 잘 접목해서 북한 경제에 대해 쓴 책입니다. 


ann 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페퍼톤스의 긴 여행의 끝입니다.


M1 페퍼톤스 – 긴 여행의 끝

https://youtu.be/ban-n5B7S5U


ann 우리가 몰랐던 북한에 대한 이야기먼저 다니엘 튜더가 쓴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야기 나눠보고 있어요그런데 북한은 계획경제라고 어릴 때 배웠던 거 같은데시장경제라고 하니까 좀 의외네요.

1990년대 중반에 어마어마한 대기근이 북한을 덮쳤거든요. 고난의 행군이라고도 하는데 이 기간에 정부의 배급에 의지하던 경제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합니다. 먹고살 길을 찾아야 하니까 사람들이 장마당이라고 하는 자신들만의 시장경제를 만들어낸 거죠. 이게 2000년대까지 이어졌고, 북한 정부에서도 장마당을 없애려는 시도를 많이 했는데 다 안 되고, 결국에는 공존을 택한 거죠.


ann 북한의 시장경제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하나요?

사실 이 책이 외국에 처음 출간된 건 2015년이거든요. 한국에 작년에 출간된 건데, 아무래도 시차가 조금 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저자들이 북한에 있는 취재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한 건 2010년대 초반일 텐데 지금이랑 5,6년은 차이가 있는 거잖아요. 그 사이에도 북한 경제나 상황은 또 엄청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책에 소개된 내용을 북한이 시장경제로 바뀌고 있다는 큰 흐름으로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북한 상황이 책에 나온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하기보다는요.


ann 한국만 해도 5,6년 전이랑은 많은 게 달라졌으니까요북한은 변화의 속도가 더 빨랐겠죠.

그렇죠. 특히나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게 북한의 젊은이들이거든요. 이 책에서 재밌었던 부분이 북한젊은이들의 패션이나 유흥생활 같은 부분이었어요. 아무래도 비슷한 나이 또래의 북한 젊은이들은 어떻게 사는지에 관심이 가게 되니까요. 우리는 숙박시설이 도시 어딜 가나 정말 많잖아요. 호텔뿐만 아니라 모텔이나 러브호텔 같은 곳들도 유흥가 근처에 수두룩하죠. 북한에서는 그런 시설이 공식적으로 불가능한데, 그렇다보니까 개인 가정집에서 시간제로 돈을 받고 방을 빌려주는 사업이 새로 뜨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조금 민망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좀 깊이 생각해보면 그런 거죠. 북한의 젊은이들이 이제 자신들의 욕망이나 감정에 충실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사회가 금지한다고 해서 그걸 따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거죠. 여기다 개인 가정집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거잖아요. 그만큼 돈을 벌려고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거죠.


ann 이런 내용은 뉴스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네요.

북한에서는 아파트 고층보다 1층의 집값이 더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높이 갈수록 비싼데 정반대죠.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서 엘리베이터 이용이 여의치 않은 것도 있지만, 1층에 있는 집은 창문을 열고 장사를 할 수 있어서라고 합니다. 그만큼 북한에서 시장경제, 자본주의 시스템이 주민들 일상까지 깊숙이 침투했다는 거죠.


ann 북한 청년들의 삶의 모습또 흥미로운 게 있었으면 소개해주세요.

일단 손전화라고 하죠. 휴대폰이 북한에도 수백만 대가 보급돼 있다는 게 신기한 부분이었고요. 그리고 ‘평해튼’이라는 말이 있어요. 평양의 고층아파트와 쇼핑센터가 밀집한 지역을 평양과 맨해튼의 합성어인 평해튼으로 부르더라고요. 그런데 이 평해튼의 생활수준은 한국 강남에 못지않다는 겁니다. 스테이크는 거의 50달러의 가격에 팔리고 있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5달러 정도는 내야 한다고 하고요. 


ann 커피 한 잔이 5달러면서울이랑 다를 게 전혀 없네요.

시장경제가 도입되면 당연히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평해튼이라는 고급 지역에서 모여 살기 시작한 거죠. 아디다스에 나이키, 엘르가 북한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라고 하고요. 외신에서도 평해튼의 풍경을 전하면서 북한에서 더 이상 가난을 공평하게 나누지 않는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ann 그런데 다니엘 튜더는 북한을 직접 가보고 이런 풍경들을 전한 건가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재밌는데요. 같은 질문을 언론 인터뷰에서 받고 다니엘 튜더가 기자일 때는 못 가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기자를 그만두고 서울에서 맥주 사업을 하면서 오히려 북한에서 먼저 초청을 해서 대동강 맥주 양조장을 가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대동강 맥주를 마셔보니 카스나 하이트보다 맛있었다는 게 다니엘 튜더의 평입니다. 물류가 발달해 있지 않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지역마다 각자의 양조장이 발전했는데 덕분에 지역마다 특색 있는 맥주가 많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맥주에서는 북한이 앞서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ann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만나볼게요.     

사이먼 앤 가펑클의 브리짓 오버 트러블드 워터입니다.


M2 simon and garfunkel - Bridge over troubled water

https://youtu.be/H_a46WJ1viA


ann 우리가 몰랐던 북한에 대한 이야기이번에는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이번에는 반디라는 작가가 쓴 <고발>이라는 소설입니다.


ann 반디라는 작가는 처음 듣는데요어떤 작가죠?

사실 반디는 필명이고요. 본명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 조금 설명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이 책은 북한에 살고 있는 익명의 소설가가 쓴 단편 소설들을 묶어서 낸 책입니다. 전체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탈북자 등을 통해서 원고를 조금씩 반출해서 만든 책인 거죠.


ann 한국 사람도 아니고외국인도 아닌 북한에 살고 있는 주민의 눈으로 직접 바라본 북한 사회인 거네요.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죠. 다만 이 책의 배경은 앞에서 설명한 시장경제가 깊숙이 침투한 2000년대 이후의 북한은 아니고요. 1990년대 중반에 고난의 행군 당시를 주된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1980년대 정도의 풍경을 다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책에 나오는 풍경이나 인물군상은 이제 북한에서도 많이 달라졌겠지만, 그래도 북한 사회와 북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만한 책이 아닐까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ann 북한에 있던 소설을 빼낼 때의 이야기도 남겨 있나요

책의 뒷부분에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가 쓴 후기가 있는데요. 후기를 보면 책을 쓴 반디라는 작가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 잡지에 글이 실리기도 하고, 작가동맹 기관지에 기고하기도 하는 등 북한 체제에서 나름의 인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많은 지인이 죽거나 북한을 탈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소설들을 하나씩 쓰기 시작한 거죠. 그러다가 친분이 있던 친척 중 한 명이 탈북을 하겠다는 결심을 털어놨고, 그 친척에게 원고를 맡기면서 <고발>이라는 소설집이 한국까지 오게 된 겁니다.


ann 단편소설이 묶인 소설집이라고 했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있나요?     

전부 7편의 단편이 있는데요. 공통된 지점은 개인의 삶을 억압하는 체제의 무서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지척만리’라는 단편을 보면요. 북한은 여행증 없이는 도시 간의 이동이 불가능하거든요. 그런데 보통 사람이 여행증을 얻는 건 어렵다고 해요. 소설의 주인공이 가까운 도시에 있는 노모가 임종을 맞이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행증도 없이 엄마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가 지척만리의 내용인데요. 천륜까지도 갈라서는 체제의 기계적이고 냉정한 면모가 섬뜩하죠.


M3  자우림 반딧불

https://youtu.be/P3EuCKjt7sI


ann 우리가 몰랐던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 만나보고 있어요북한에 있는 익명의 소설가 반디가 쓴 단편집 <고발>. 지척만리라는 단편을 소개해줬는데또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준마의 일생’이라는 단편인데요. 소설의 주인공은 과거 전쟁 영웅이었거든요. 젊을 때 친구와 함께 공산당에 가입하고 입당 기념으로 마당에 느티나무를 한 그루 심어요. 그리고 평생 열심히 일하고 살았는데 고난의 행군 시기가 닥친 거죠. 먹고 살건 없고, 방이 냉골인데 장작도 구하기가 어렵고. 그러다가 마당에 있는 느티나무 줄기가 집 밖으로 뻗어서 전화선을 건드리는 문제가 생기거든요. 이 나무 줄기를 자르려고 하는데 주인공은 그걸 막는거죠. 공산당 가입을 기념해서 수십 년 전에 심은 나무를 건드리려고 하니까 그걸 막은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북한에서 정부가 하는 사업을 개인이 막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문제를 중재하려고 애쓰는데, 어느 날 아침에 주인공이 죽었다는 연락이 온 거죠. 문제를 풀려고 애쓰던 지인이 급히 가보니까 느티나무를 베어버리고 주인공은 심장마비로 죽은 겁니다. 


ann 느티나무가 북한 정권이나 체제에 대한 믿음 같은 걸 상징하는 거겠죠?

그렇게 볼 수 있겠죠. 평생 느티나무를 소중하게 가꿔왔는데 삶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정부에서는 오히려 그런 느티나무를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여기니까 주인공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겠죠. 먹고 사는 게 힘든 건 어떻게든 버티는데, 자기의 믿음까지 송두리째 흔들리니까요.

이런 식으로 1990년대 북한에서는 절대적으로 믿었던 체제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서 좌절하고 절망한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체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자리를 앞에 소개해드린 책에 나오는 시장경제나 자본주의 시스템이 일정부분 대체했다고도 볼 수 있겠죠.


ann 북한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국가인데도 정말 아는 건 별로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북한을 적대시하기만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국제 정세가 움직이는 걸 보면 무조건 적대시하고 멀리하기만 할 시점은 지났다는 생각은 듭니다. 어떤 식으로든 교류가 늘어나고 북한 사람들과 만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럴 때 우리가 북한이나 북한 사람들에 대해 너무 모르거나 잘못된 인상을 가지고 있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북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책을 미리 읽어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ann 오늘 소개해준 책 말고도 또 추천해줄 만한 게 있을까요?     

책보다도 얼마 전에 사진집 한 권을 본 적이 있는데요. 유스케 히시다라는 일본인 사진가가 북한을 일곱 차례에 걸쳐서 방문해서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집이거든요. 이 사진집이 특이한 게 왼쪽에는 그렇게 찍은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요. 오른쪽면에는 같은 구도로 찍은 비슷한 연령대의 한국 사람의 모습을 넣어요. 자연스럽게 북한과 한국 사람의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70여년의 시간이 한반도를 어떻게 갈랐는지,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 그럼에도 어떻게 닮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들이죠. 기회가 되면 꼭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M4 윤종신(feat 정인) - 오르막길

https://youtu.be/HwC3KGJKZ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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