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자 Jun 17. 2018

서울국제도서전 활용법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6월 17일 서른두 번째 방송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 관련 행사인 '서울국제도서전'을 다뤘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책을 소개해드리는 게 아니라,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행사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ann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행사어떤 거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책 관련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행사가 바로 다음 주에 열립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서울국제도서전’ 이야기인데요. 다음 주 수요일이죠? 20일부터 일요일인 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됩니다.


ann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는 뉴스나 소셜미디어 글이 최근에 여기저기서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책밤지기가 강추할 정도로 괜찮은 행사인가요?

작년 도서전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강추할 만한다고 생각해요. 서울국제도서전이 사실 부침이 좀 있었거든요. 예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이라고 하면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행사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국내에 있는 웬만한 출판사들은 모두 부스를 내고 참여하는 행사거든요. 그런데 예전에는 이렇다 할 이벤트나 행사랄 게 없었고, 그냥 자기네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싸게 파는 할인행사 정도만 한 거죠. 10~20%는 기본이고 반값에 파는 책들도 많아서 싸게 책 살 수 있는 행사 정도로 각인이 됐던 겁니다.

ann 그런데 어떤 부침이 있었던 거죠?

그러다가 2015년에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거죠. 책을 팔 때 할인율이 15%를 넘지 못하게 되면서 도서전의 매력이 사라진 겁니다. 출판사들도 약간 재고 처리를 위해서 행사에 참여하던 게 있었는데 그게 어려워지니까 2015년에 참여율이 많이 줄었고요. 그러면서 도서전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작년에는 대대적으로 변신을 한 겁니다.


ann 책밤지기도 작년 도서전을 다녀온 거죠어떻게 변했던 가요?

예전에는 출판사들이 그냥 책을 쌓아놓고 싸게 팔기만 하는 행사 같았거든요. 대형마트에 가면 물건들 쌓아놓고 손님이 알아서 필요한 거 골라가게 하는 거랑 다를 게 없었죠. 그런데 작년에는 책과 독자 사이를 이어주려는 노력이 굉장히 다채로워서 재미도 있고 도움도 많이 됐어요.

예를 들면 ‘독서클리닉’이라는 행사가 열렸거든요. 스물한 명의 작가와 문학평론가, 과학자 같은 분들이 나와서 독자 한 명 한 명과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눈 뒤에 필요한 책을 추천해주는 행사였어요. 독자들의 사연을 받아서 시인들이 독자에게 필요한 시를 추천해주는 행사도 좋았고요.     


ann 요즘에 독립서점을 가보면 책방 주인이 손님과 대화를 나눈 뒤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잖아요확실히 이런 식으로 소통을 원하는 문화가 출판계에도 자리를 잡은 것 같네요.     

사람들이 책에서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를 얻으려는 게 아니라 위로나 위안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책을 고르는 단계에서부터 대화나 소통이 들어가면 훨씬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거겠죠. 작년에 도서전이 20만명 이상이 방문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거든요. 그런 배경에 이런 소통의 노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ann 또 어떤 행사가 있었나요?

책 큐레이션도 최근에 많이 주목받는 분야거든요. 작년에도 보면 중소 출판사들이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들을 몇 권씩 골라서 소개하는 행사가 있었어요. 대형 출판사에서는 마케팅도 많이 하고, 신간이 나올 때마다 뉴스도 많이 나오잖아요. 중소 출판사는 그럴 기회가 많지 않은데, 그렇다고 책들이 나쁜 건 아니거든요. 이렇게 소수정예로 좋은 책을 골라서 소개하는 자리가 있으니까 독자나 중소출판사 모두에게 좋은 거죠.

ann 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에프엑스의 when i’m alone입니다.


M1 f(x) - when I’m alone

https://youtu.be/YGQuJdO8UNQ


ann 국내 출판업계의 최대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 이야기 나눠보고 있어요다음 주 20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데요올해도 작년처럼 여러 가지 행사가 준비돼 있는 건가요?     

올해 행사 자료들을 쭉 봤는데요. 작년에 성공을 거뒀던 부분들에 확실히 더 힘을 실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작년처럼 작가들이 직접 독자와 일대일로 이야기를 하고 책을 추천해주는 행사도 열리는데요. 올해는 박준이나 오은 같은 시인, 정세랑 소설가,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교수 같은 분들이 나섭니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도서전 곳곳에서 독서 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열리고요.


ann 도서전 소개하는 뉴스를 보니까 유시민 작가의 신간이 도서전을 통해서 소개된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올해 처음 시도되는 행사인데요. 유명 작가의 신간을 출가하는 시점을 도서전 기간에 맞춰서 작가와 독자들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더라고요.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이 대단합니다. 유시민 작가는 돌베개에서 ‘역사의 역사’라는 책을 출간하고요. 이승우 작가는 ‘만든 눈물, 참은 눈물’, 김탁환 작가는 ‘이토록 고고한 연애’ 같은 신간을 냅니다. 7년의 밤이나 28 같은 소설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 집도 새로 나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영도 작가가 10년 만에 신작 소설 ‘오버 더 초이스’를 이번에 발표하거든요. 이게 굉장히 관심이 가더라고요.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를 정말 밤새가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ann 또 어떤 재밌는 행사가 있나요?

최근에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거든요. 팟캐스트 듣는 분이 많잖아요. 팟캐스트처럼 책을 오디오로 담아서 읽는 대신 듣는 거죠. 이번 도서전에서는 나만의 오디오북 만들기 행사도 열립니다. 이건 사전 신청을 한 분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행사인데요. 남궁인 작가, 장강명 작가, 김민섭 작가 같은 분들이 독자와 함께 오디오북을 만드는 행사입니다. 오디오북 만들기는 사전 신청자만 가능하지만, 오디오북 만드는데 도움이 될 발성법, 표현방법을 알려주는 강의는 사전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하니까 관심 있는 분은 들러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ann 책밤지기가 이번 도서전에서 제일 기대하는 행사는 어떤 건가요?

저는 특별기획으로 준비된 프로그램들이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 저희 방송에서도 이색 잡지들에 대해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 이번 도서전에서도 ‘잡지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잡지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소개하는 행사가 열려요. 저희 방송에서 소개했던 릿터나 매거진B, 프리즘오브 같은 잡지들이 소개되고요. 이외에도 흥미로운 잡지들이 많이 나오니까 잡지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들러보면 좋을 것 같구요.

또 한국에서는 즐기는 분이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가 있거든요. 이번 도서전에서 라이트노벨을 소개하는 특별기획 행사도 같이 열리더라고요. 


ann 라이트노벨은 가벼운 소설을 말하는 거죠?

읽기 가벼운 소설을 말하는데요. 내용이나 문체가 좀 쉽고 가볍고, 삽화도 많이 들어가고요. 예전에는 중고생들이 보는 장르 정도로만 여겼는데, 최근에는 시장이 꽤 커지면서 일본에서는 출판시장을 라이트노벨이 이끌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거든요. 작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대표적인 라이트노벨이고요. 이번 행사에는 일본의 유명 라이트노벨 작가들이 직접 참여해서 독자들과 대화하고 사인을 하는 행사도 열린다고 합니다.


ann 그런데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요도서전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행사인가요?

온라인으로 사전 등록하면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현장에서 티켓을 사면 5000원의 입장료가 있고요. 그런데 5000원을 내면 도서전에서 책을 살 수 있는 5000원짜리 쿠폰을 주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그냥 현장에서 티켓을 사는 것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고요.     


ann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만나볼게요.     

커피소년의 너여서 너라서 너니까입니다.


M2 커피소년 – 너여서 너라서 너니까

https://youtu.be/7l81shxWRjw


ann 다음주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눠봤어요그런데 서울에서 열리는 책이나 문학 관련된 다른 행사는 또 없나요?

서울국제도서전이 주류 출판계의 최대 행사라면, 비주류 출판계의 최대 행사로는 단연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꼽을 수 있습니다.


ann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름이 생소한데 어떤 행사인가요?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1년에 한 번 전국의 독립출판 제작자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결과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입니다. 작년까지 아홉 차례 열렸고, 올해는 10월에 열릴 예정이라고 하고요.


ann 독립출판이라고 하면 대형 출판사가 아닌 개인이 만든 출판물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게 정의하는 게 일반적이고요. 단순히 출판물만 나오는 건 아니고, 포스터와 엽서를 비롯해 다양한 굿즈도 함께 판매가 됩니다. 또 행사가 열리는 동안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토크 행사도 열리고요. 저는 8회, 9회 행사를 다녀왔는데요. 행사가 열릴 때마다 규모도 커지고, 참석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늘어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6년에는 광화문에 있는 일민미술관에서 행사가 열렸는데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ann 10월에 미리 표시를 해둬야겠네요.

제주도에서도 책 관련된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요. 6월말까지 제주 한림에서 ‘제주 헌책페어’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ann 제주 헌책페어는 정말 처음 들어보는 행사네요?     

남이섬을 만든 강우현이라는 분이 계시거든요. 원래 동화작가 겸 그래픽디자이너였는데, 2001년 남이섬 주인이 이 분한테 섬 관리를 맡긴 뒤로 남이섬을 지금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거죠. 이 분이 지금 제주도 한림에 ‘탐나라 공화국’이라는 걸 만들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헌책 도서관을 같이 만들었는데, 헌책페어는 이 헌책 도서관을 위해 열리는 행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하는데요 입장료로 헌책 5권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하니까요. 6월에 제주도 여행 계획 중인 분들은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M3  곽푸른하늘 – 읽히지 않는 책

https://youtu.be/hcfamheLZjw


ann 국내 출판계의 축제라고 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시작으로 독립출판계의 행사인 언리미티드 에디션 이야기도 해봤고요이런 걸 모아서 보니까 은근히 책과 관련된 행사들이 주변에 참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이런 행사들이 열리는 걸 보는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거든요. 이런 행사가 열리고 작가와 독자들이 서로 만나고, 이런 건 정말 좋은 일이고 또 즐거운 축제 같은 일인데요. 이런 행사가 열리는 배경을 보면 한국 출판계나 문학계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책을 읽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출판사나 출판계에서 그만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니까요. 그나마 작년 도서전을 보면 이런 노력이 조금 결실을 맺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었고요.     


ann 그런데 이런 행사는 아무리 좋아도 일회성이잖아요한 번 하고 나면 1년 뒤에나 다시 열리니까 좀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출판사 단위로 많은 이벤트도 하고 행사도 열고 합니다.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면 일단 대형 출판사들이 북클럽을 굉장히 열심히 만들고 있어요. 일정액 연회비를 내는 독자에게 정기적으로 신간을 배송해주고 출판사가 주최하는 행사에 초청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민음사는 3만3000원의 연회비를 내면 세계문학전집에 있는 책을 주고, 민음사가 여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고요.

창비는 독서 커뮤니티인 ‘책읽는당’을 운영하고 있고, 시 애플리케이션인 ‘시요일’이라는 서비스도 호평을 받고 있어요. 스마트폰을 보면서 사람들이 시에서 멀어졌잖아요. 시요일은 3만편이 넘는 시를 담고 있는 앱인데요. 매일 날씨나 계절에 어울리는 시를 보내주는 ‘오늘의 시’나 ‘테마별 추천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거든요.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이 시요일을 추천하면서 접속이 마비될 정도로 관심을 받기도 한 서비스입니다.


ann 그러고보면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 것 같아요책밤지기도 독서모임을 하고 있죠?

저는 지인들이 모여서 한달에 한 번 조촐하게 하는 모임인데요. 이렇게 지인들이 모일 필요 없이 독서모임을 주선해주는 서비스도 요즘에는 많더라고요. 트레바리나 문토 같은 서비스는 이용하면 주제나 관심사에 맞춰서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유료라서 선뜻 참여하기 주저되는 부분은 있는데요. 유료 독서모임에 나가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료여서 오히려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되고 남는 것도 많다고들 하더라고요. 독서모임을 고민하는데 함께 할 사람이 없으면 이런 모임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M4 이한철&박새별 –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

https://youtu.be/NQ0qASO5y5s



매거진의 이전글 북한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두 권의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