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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l 23. 2018

휴가는 책과 함께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7월 15일 서른여섯 번째 방송은 휴가지에서 읽기 좋은 책들을 소개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이제 장마도 거의 끝나가고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잖아요. 휴가를 계획하고 준비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휴가철에 집이나 휴가지에서 독서를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휴가지에서 뭐 읽지?


ann 정말 휴가 갈 때면 책 한 두 권은 꼭 챙겨서 가게 되죠가서 실제로 읽을지 읽지 않을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말이죠그런데 막상 어떤 책을 가져가야 할지 고르기 쉽지 않더라고요.

맞습니다. 휴가지에 책을 가져가는 건 뭔가 양가적인 감정인 거죠. 재미있는 책을 가져가서 푹 빠져 들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있는가 하면, 뭔가 공부가 되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가져가야지 하는 마음도 들죠. 그런데 막상 또 무슨 책을 가져가야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고르기가 쉽지 않고요. 그래서 오늘 방송은 이번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그리고 어떻게 책을 골라야 할지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ann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일단 무겁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드는데요

짐이 되면 안 되니까요. 가뜩이나 휴가를 떠날 땐 챙길게 많잖아요. 거기에다 책이 무겁기라도 하면 부담이 아닐 수가 없죠. 무게가 가벼운 책으로 딱 추천하기 좋은 시리즈가 나왔는데요. 바로 출판사 미메시스에서 내고 있는 ‘테이크아웃’ 시리즈입니다.

ann 테이크아웃커피나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듯이 책을 테이크아웃한다는 뜻인가요?

그런 의미인데요. 미메시스는 예술 전문 출판사고요. 테이크아웃 시리즈는 단편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건데요. 우리가 단편소설이라고 하면 보통 여러 개의 단편소설을 묶어서 소설집으로 읽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테이크아웃 시리즈는 딱 하나의 단편소설만 싣고 있습니다. 단편 하나니까 분량이 굉장히 짧겠죠? 그래서 책 무게도 100g도 채 안 되고요. 시집의 절반 정도 크기에 불과합니다. 여행지에 가져가기 딱 좋은 크기인 거죠. 


ann 완독의 즐거움이라는 게 있잖아요단편 한 개만 실려 있으면 완독하기도 쉬워서 어쩐지 손이 더 잘 갈 거 같기도 해요.

그렇죠.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시리즈인데요. 젊은 작가 20명을 선정해서 그 작가들의 단편을 하나씩 내고 있고요.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를 보면 정세랑 작가의 <섬의 애슐리>, 배명훈 작가의 <춤추는 사신>, 김학찬 작가의 <우리 집 강아지> 같은 단편을 책으로 냈습니다. 소설이랑 어울리는 일러스트도 함께 책에 담겨 있어서 요즘 젊은 층의 감성에 어울리는 느낌도 있어요.     


ann 설명을 듣다보니 정말 짧고 가벼운 책이야말로 휴가지에 가져가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딱 드네요테이크아웃 시리즈말고 이런 짧은 책을 또 만날 방법이 없을까요?     

최근에 이런 류의 책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요. 서점의 문학 코너에 가보면 다양한 책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아니면 독립서점을 가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고요. 독립서점에서 다루는 독립 출간물들은 대체로 글이 짧고 또 가벼운 경우가 많거든요. 주제도 굉장히 다양해서 취향에 따라서 가볍게 읽기 좋은 책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행 가기 전에 독립서점을 먼저 한 번 들러서 준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네요.


ann 노래 한 곡 듣고 사례들을 들어보면서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허밍어반스테레오의 하와이안 커플입니다.


M1 허밍어반스테레오 – 하와이안 커플

https://youtu.be/bv1PxDNQ6bo


ann 휴가지에서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하고 있습니다먼저 가볍고 짧은 책들을 소개해주셨고요이번에는 어떤 책들을 추천해주실 건가요?     

이렇게 휴가철이 다가오면 서점들도 다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들을 쭉 추천하거든요. 아무래도 책 추천 분야의 전문가들이니까 여러 가지로 참고할 구석이 많죠. 하지만 동시에 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책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래서 한 번 어떤 책들을 추천하고 있는지 목록을 보고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일단 영풍문고의 MD들이 추천한 책들을 보면요. 문학 분야에서는 윌리엄 폴 영의 소설인 <오두막>과 슈테판 보너의 소설 <베타맨>을 추천했더라고요. 오두막 같은 경우는 요즘 말로 하면 힐링 소설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굉장히 잔잔한 소설이죠. 베타맨은 저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라고 하더라고요. 독일식 유머가 돋보인다고 하는데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ann 독일식 유머가 어떤 건지 알려면 그 책을 봐야겠군요다른 분야는 어떤 책을 추천하던가요?

인문 분야에서는 김승섭 작가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과 박민영 작가의 <반기업 인문학>을 추천했습니다. 김승섭 작가는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인데요. 사회 문제가 개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분입니다. 누군가가 아프다고 하면 그 사람의 개인적인 생활 습관이나 잘못을 따지기 마련인데, 김승섭 작가는 사회의 책임이 없는지를 찾는다고 하면 될 것 같아요. 더불어 사는 것의 의미를 전해주는 책이라 저도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책이고요. 

반기업 인문학은 한국 사회의 인문학 열풍을 파헤치는 책인데요. 기업 자본의 힘을 통해 인문학이 번창하는 풍토가 과연 옳은 건지를 묻는 책입니다. 질문 자체도 유효하고 고민하는 방향도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요. 이걸 꼭 휴가지에서 읽어야 하는지는 좀 의문이네요.


ann 좋은 책이라고 해서 꼭 휴가지에 가져가서 읽을 필요는 없다그런 생각인 거군요

그렇죠. 그리고 책이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 무게가.. 350페이지가 넘는 책은 가급적 휴가지에 가져갈 책에서 제외하는 게 좋다고 보거든요. 좀 더 보면요. 경제 분야에서는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생각에 관한 생각>과 조영태 작가의 <정해진 미래시장의 기회>를 추천했는데요.

생각에 관한 생각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행동경제학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놓은 개론서 같은 느낌의 책이거든요. 역시나 좋은 책이지만 700페이지가 넘는 이른바 벽돌책이거든요. 이걸 휴가지에 들고가면 낮잠 잘 때 배게하기 딱 십상일 수 있겠다 싶죠. 행동경제학에 대한 책을 보고 싶으시면 차라리 <넛지>라는 유명하면서도 덜 무거운 책을 추천하고 싶고요. 정해진 미래시장의 기회는 딱 기업의 임원 분들한테 많이 추천하는 책이거든요. 인구 구조의 변화를 통해서 미래 사업 기회를 예측하는 내용이니까요. 책을 한 번 훑어봤는데 어렵지 않고 내용 정리가 잘 돼 있어서 휴가지에서 사업 구상을 편하게 해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은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ann 다른 서점들의 추천 도서는 어떤가요?     

소설 같은 경우는 <레이디 조커> <레디 플레이어 원> <앨저넌에게 꽃을>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있습니다.

레이디 조커는 전형적인 여름밤에 어울리는 추리 소설이고요. 다카무라 가오루라는 일본 여성 작가의 소설인데요. 고다 형사라는 주인공을 내세운 추리물이고, 일본 소설 특유의 치밀함이 있어서 휴가지에서 휙휙 넘기면서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돌이킬 수 없는 약속>도 일본 소설가의 추리물인데요. 역시 여름밤에는 추리소설이 최고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요.

<앨저넌에게 꽃을>은 네뷸러상을 받은 SF 소설인데요. 굉장히 잔잔하고 담담한 소설이라서 호불호가 좀 엇갈릴 것 같고요.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는 이기호 작가의 소설집인데요. 이기호 작가는 유머를 정말 잘 다루는 소설가로 유명하거든요. 이번 소설집도 그런 느낌이 있을까 하고 봤는데, 예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웃음기를 조금 빼고 대신 우리가 왜 지금 웃을 수 없는 지에 대한 고민이 적절하게 들어간 것 같아서 저는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ann 인문서나 교양서들 중에 책밤지기도 수긍하는 추천서는요?

최근에 유현준 작가의 <어디서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건축가가 직접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풍경에 대한 고민을 쓴 에세이인데요. 예전에 저희 코너에서 소개했던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이라는 책이 있거든요. 그 책보다 조금 더 가볍고, 조금 더 우리에게 가까운 건축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때도 말했지만 건축은 늘 우리 곁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하는 거니까요.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반면에 <아마존 미래전략 2022>나 <플랫폼 제국의 미래> 같은 책들도 추천서 목록에 있던데요.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구글 다 중요하고 엄청난 기업들이지만 그 기업들의 사업전략을 굳이 휴가지에서 공부할 필요까지야 있을까 싶은 생각은 들더라고요.


ann 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만나볼게요.     

핑크 슬립의 파나마 시티 비치입니다.


M2 pink slip – panama city beach

https://youtu.be/4RiAoZkX5Eg


ann 휴가철에 뭐 읽지오늘은 휴가지에 어떤 책을 가져가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어요그런데 책밤지기는 언제 휴가를 가십니까?

저는 다음 주가 바로 휴가입니다. 이 방송이 끝나면 내일 제주로 떠납니다 ㅎㅎ


ann 그럼 책밤지기가 휴가지에 어떤 책을 가져갈지도 고민이 끝났겠네요어떤 책을 가져가는지 공개 좀 해주시죠.

휴가가 그렇게 길지가 않아서요. 딱 두 권을 가져가려고 하는데요. 먼저 하바 요시타카의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이라는 제목의 책을 챙겨뒀습니다.


ann 굉장히 아이러니한 제목이네요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무슨 책이길래 제목을 이렇게 붙인 거죠?

저자부터 설명을 드려야 되는데요. 하바 요시타카는 바흐라는 회사의 대표인데, 이 회사가 하는 일이 재밌습니다. 바로 서가를 만드는 일을 하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만 책이 없는 장소에다 서가를 만들고 책을 비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 서점에 오지를 않는다.”  이런 푸념들을 많이 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거죠. 사람들이 서점에 오지 않으니까 직접 책을 들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겠다.


ann 사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책을 들고 직접 찾아가겠다굉장히 멋진 말이네요.

그렇죠. 이런 식으로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북 디렉터’라고 부르더라고요. 이 책은 저자가 북 디렉터 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 감상을 모아놓은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방송에서 매주 두 권씩 책을 추천하고 있잖아요.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책을 추천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거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아이디어도 얻고, 개인적으로도 재충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고르게 됐습니다.


M3  서울문 바다바다

https://youtu.be/3aeSc2fUros


ann 휴가철에 뭐 읽지책밤지기가 휴가지에 들고 갈 책 이야기해보고 있었어요.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을 일단 챙겼다고 했고요두 번째 책은 뭔가요?     

두 번째 책은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라는 책입니다.      


ann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어쩐지 낭만적인 느낌의 책일 것 같은데요.

이 책은 씨네21의 유명한 영화 전문 기자인 김혜리 작가가 쓴 책입니다. 김혜리 작가는 전에도 몇 편의 책을 낸 적이 있는데요. 이 책은 2008년 이후에 10년 만에 나온 책이고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씨네21에 실린 ‘김혜리의 영화 일기’라는 칼럼을 재편집해서 묶은 책입니다.

ann 영화 전문 기자의 영화 칼럼을 묶은 책김혜리 기자의 글은 좀 따뜻한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그렇죠. 영화 평론가나 전문 기자들을 보면 저마다 자기 색깔이 분명하잖아요. 김혜리 작가는 그중에서도 좀 따뜻한 편에 속하는 느낌이죠. 영화라는 게 굉장히 방대한 세계잖아요. 사람들도 저마다의 감상이 있고, 평론가라고 해서 무조건 더 나은 감상을 한다고 할 수도 없는 거고요. 그럴수록 누가 더 공감가는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한데, 제가 보기에는 김혜리 작가의 글은 참 복잡한 영화도 딱 공감가게 쓴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문학평론가 신형철씨가 이 책의 추천사를 썼는데, 이런 표현을 했더라고요. 

“영화 서사에 잠복돼 있는 ‘윤리적’ 쟁점에 극히 민감한데 그럴 때마다 특유의 실수 없는 섬세함을 발휘해 현재로서는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이 이것이겠다 싶은 결론을 속삭여주곤 한다.”

책을 아직 펼치지는 않았지만 그 추천사만 봐도 책의 내용이 어떨지 짐작이 가죠.          


M4 wouter hamel - breezy

https://youtu.be/xCJcBMwHG2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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