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자 Jul 09. 2018

“지구별 위에서 인간은 이래저래 난민일 수밖에 없어”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7월 8일 서른다섯 번째 방송은 난민 문제에 대해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두 권의 책을 소개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책들을 골랐는데요. 바로 ‘난민’에 대한 책을 두 권 가져와 봤습니다.


ann 제주에 예멘 난민이 몰리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정말 의견들이 분분하죠난민을 받아야 한다는 집회와 안 된다는 집회가 동시에 열리기도 하고요.

그렇죠. 유럽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난민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인 이슈였거든요.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논란이었죠.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멀리 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관심이 적었는데, 최근에 유럽 국가들이 난민에 대한 장벽을 높이면서 한국까지 찾아오는 난민이 늘어나기 시작한 거죠. 한국에서도 서울 한 복판에서 난민에 대한 찬반 집회가 열릴 정도로 사람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거고요.


ann 난민 문제가 정말 심각한데여기서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뭘까요?

우리가 난민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다들 없잖아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유럽이나 중동, 먼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여기기 마련이었죠. 그런데 막상 우리에게 실제로 닥친 일이 된 거니까요. 난민 문제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좀 방어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그런데 저는 이제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매년 수천 명의 난민들이 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난민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라 국제 사회에서 여러 가지로 비판도 많이 받고 있었고요. 앞으로 이런 흐름이 더 거세질 텐데 이 문제에 대해서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좀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리고 난민에 대해 다룬 여러 책들이 여기에 도움이 되리라 보고요.


ann 난민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해주는 책먼저 어떤 책부터 소개해주실 건가요?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영국의 사회비평가인 존 버거가 쓴 <제7의 인간>이라는 책입니다. 저희 방송에서도 존 버거에 대한 책을 몇 번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존 버거가 유럽의 난민 문제에 대해서 쓴 책을 가져와봤습니다.

ann 존 버거는 작년 1월에 타계한 분이죠방송에서 그 소식을 전하기도 했고요유럽의 난민 문제에 대해 다뤘다면 최근에 쓴 책인가 봐요?

그게 먼저 생각해볼 지점인데요. 존 버거가 이 책을 쓴 건 1970년대입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문제가 된 유럽 난민 사태에 대해서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난민 문제는 지난 몇 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수십 년 동안 난민이라는 존재는 어디에나 있었던 겁니다. 존 버거가 이 책을 쓴 1970년대에는 스페인, 포르투갈, 터키, 그리스 같이 당시에 개발도상국이던 유럽 국가에서 프랑스, 영국, 독일 같은 서유럽의 선진국으로 노동자들이 유입됐거든요. 열악한 환경에서 살면서 돈을 모아서 고향 마을로 보냈던 거죠. 존 버거는 20년간 유네스코에서 사진가로 일한 장 모르와 함께 유럽에 들어온 이민 노동자들을 추적해서 그들의 삶에 대한 에세이를 남겼는데 그 책이 바로 <제7의 인간>입니다. 


ann 책 제목은 무슨 뜻이 있는 건가요? 

이 제목은 당시 유럽의 육체노동자 7명 중 1명이 외국 출신의 이민 노동자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이민 노동자의 출신지가 스페인, 터키 같은 유럽의 저개발 국가에서 아프리카나 중동으로 바뀐 것뿐이겠죠. 한국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농어촌에서 힘든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 가운데 이미 상당수가 외국 출신의 노동자들이거든요. 이 방송을 듣는 분들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사는 분들이 많을 테니까, 그런 걸 체감을 잘 못할 테지만 조금만 도시를 벗어나도 우리 사회도 이미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ann 노래 한 곡 듣고 사례들을 들어보면서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션 레논의 파라슈트입니다.


M1 sean lennon - parachute

https://youtu.be/JuYKC28H-x0


ann 난민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거리를 던져주는 책먼저 존 버거의 <7의 인간> 이야기하고 있어요지금 한국의 상황에 비춰봤을 때책의 어떤 부분이 생각이 났나요? 

최근에 나오는 뉴스를 보면 이런 말들이 많죠. 난민이 위험하다. 난민의 존재를 위험하게 보는 거죠. 범죄나 테러 같은 단어들도 적지 않게 등장하고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거든요. 존 버거가 이 책을 쓴 1970년대에도 비슷한 논의가 프랑스에서 있었다고 합니다. 이민 노동자들의 정신병 발병 확률이 프랑스 시민보다 두세 배 정도 높았다는 거죠. 이민 노동자를 나쁘게 보는 시선에 통계적인 뒷받침을 하는 결과가 나오니까 이민 노동자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겠죠.

그런데 존 버거는 통계 이면에 있는 현실을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ann 통계 이면의 현실이라면요?

프랑스에서 일하는 이민 노동자의 정신병 발병 확률이 일반 프랑스 시민보다 두세 배 높은 건 그들이 불행과 불안으로 보통의 프랑스 시민보다 두세 배는 더 고통받은 증거에 지나지 않는다고요. 당시에 유럽에서 일하는 이민 노동자들은 좁은 방을 서너 명이 같이 썼고, 화장실이나 욕실은 수십 명이 하나를 공유하는 삶이었거든요. 집과 공장을 벗어나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요.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병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ann 그렇군요난민이나 이민 노동자를 그렇게 보게 되는 데에는 우리가 그만큼 그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인 것도 같고요.

존 버거도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는데요. 이민 노동자들에 대해 유럽 사람들도 ‘열등한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대요. 그런데 과연 이민 노동자들이 당시 유럽 사람들의 생각처럼 열등한 사람일까? 사실 사람을 열등하다 아니다라고 나누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지만요. 존 버거의 대답은 아니라는 건데요. 아주 간단한 논리로 설명을 합니다. 이민 노동자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익숙한 고향 마을을 떠나서 도시도 아니고, 말도 잘 안 통하는 다른 나라로 간 사람들이잖아요. 이 정도의 용기를 가지고, 게다가 실제로 그걸 성공한 사람들은 보통 이상의 지혜와 용기를 갖춘 사람들이라는 거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ann 이민자에 대한 오해를 들춰내고 실체를 보면 그들도 결코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거네요. 

존 버거는 우리가 난민이나 이민 노동자에 대해 생각할 때 흔히 빼먹는 걸 한 가지 이야기하는데요. 바로 그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귀향’이라는 겁니다. 이민 노동자나 난민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려온 존재가 아니거든요. 그들도 태어난 고향이 있고, 낳아준 엄마가 있고, 함께 자란 친구들이 있는 사람인데, 우리는 난민이나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접할 때, 그 사람이 나고 자란 배경을 잊는 경우가 많죠. 우리도 늘 고향과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그 사람들도 똑같이 고향과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는 존재들이라는 게 존 버거가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다만 돌아갈 고향이 그럴만한 형편이 되지 않을 뿐인 거죠.


ann 1970년대의 유럽 이민 노동자 문제를 다룬 책인데마치 지금 당장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좋은 책이란 시간이 흐르고 배경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교훈이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 버거의 책은 그런 의미에서 2018년의 우리가 다시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는 거죠.


ann 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만나볼게요. 

넥스트의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M2 넥스트 – 집으로 가는 길

https://youtu.be/mRaFxg7B0ZA


ann 난민 문제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두 번째로 만나볼 책은 뭔가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어느 날 난민>이라는 제목의 소설입니다.


ann 어느 날 난민어떤 책인가요?

소설가 표명희 씨의 장편소설인데요. 올해 3월에 출간된 책입니다. 인천국제공항 근처의 난민캠프를 배경으로 전 세계에서 온 난민들과 길거리 생활을 하는 한국인 아이들의 이야기가 한데 엮이면서 집을 잃은 사람들의 연대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ann 인천공항 근처의 난민캠프허구적인 이야기가 섞여 있긴 하겠지만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난민에 대한 소설은 처음인 것 같아요.

소설을 보고 찾아보니까 실제 영종도에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 지원센터가 있습니다. 한국을 찾은 난민들의 초기 정착을 지원해주는 기관인데요. 이곳이 소설의 배경인 난민센터와 비슷한 공간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ann 소설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한국에 난민으로 들어오나요?

전 세계에서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을 찾는다는 설정인데요. 인도 카슈미르 출신의 찬드라는 가문에서 정해준 남자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명예 살인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가 한국으로 탈출을 했고요. 캄보디아 출신의 뚜앙은 호수 위에서 나고 자란 보트피플이에요. 아예 처음부터 땅 위에 두 다리를 내려놓을 고향이 없었던 거죠.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온 샤샤네 가족은 독립운동을 하다 쫓겨났고, 아프리카에서 온 웅가는 백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가 살해 위협을 받아 한국으로 도망친 경우고요. 우리가 지금 뉴스로 접하는 예멘은 내전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나 징집을 피해서 떠나온 난민들이 많잖아요. 난민이라는 존재가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라는 걸 이 소설을 보면 알 수가 있는 거죠.

ann 한국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같이 나오는 것도 흥미로운 것 같아요. 

그렇죠. 이 아이들은 한국에 살고 있지만 집이나 가족이 없는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난민은 집과 고향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이잖아요. 이 아이들도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 속 난민인 거죠.

소설에서 난민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대화가 나오는데, 이런 부분을 잘 짚어주는 것 같아요. 아이 한 명이 물어요. 난민이 어떤 존재냐고요. 그러니까 다른 아이가 “먼데서 온 사람이겠지. 낯선 곳에 와서는 쉽게 자리 잡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이라고 답을 합니다. 그러니까 처음 질문을 던진 아이가 이렇게 말해요.

“그러면 우리도 난민이야?” 이렇게요. 


ann 집이 없이 떠도는 우리도 난민이냐는 물음이 와 닿네요. 

이 책은 창비에서 청소년문학 시리즈로 나온 소설이거든요. 청소년 소설이니까 아무래도 읽기 편하고 쉬운 면이 있죠. 그런데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거나 하지 않아요. 소설 속 난민센터에서 일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해요.

“지구별 위에서 인간은 이래저래 난민일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이렇게 덧붙입니다.

“난민 캠프야말로 힘든 여행지의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이지. 누구도 영원히 머물 수는 없다고. 이미 새로운 여행자들이 몰려올 준비를 하고 있거든.”

짧은 대화지만, 저는 우리가 난민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여러 가지 지점이 이 대화에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M3  혹시몰라 공항에서

https://youtu.be/1jGyI8boXes


ann 난민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거리를 던져주는 책존 버거의 <7의 인간그리고 표명희 소설가의 <어느 날 난민두 권의 책 만나봤어요난민 문제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고민하는 부분이니까 아무래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죠. 사람들마다 각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봐요. 인도적인 차원에서 난민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볼 수도 있고, 반대로 한국 사회의 안전을 위해 적절하게 벽을 세워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죠. 저는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국 사회에는 분명히 전에 없던 고민이니까 사람들마다 자신의 의견을 세우는 건 필요한 과정이라고 봐요. 


ann 그런 과정 자체는 필요하지만 조금 더 고민의 스펙트럼을 넓혀보자는 게 책밤지기의 생각인 거죠?

그렇게 볼 수 있죠. 한국은 경제에서 수출이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큰 나라거든요. 제조업 중심의 경제를 가지고 있어서 육체노동자가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나라기도 하고요. 그 와중에 농업은 국가 차원에서 지키려고 하고 있고요. 지금 청년 실업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데도 중소 제조업체나 농촌에서는 일손이 부족해서 공장을 못 돌리고, 농작물은 제때 재배가 안 되고 있어요. 결국 한국 사회도 외국인 노동자에게 많은 부분을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거란 거죠. 얼마 전에 일본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전면 수용하겠다고 발표했거든요. 일손이 너무 부족하니까 다른 방법이 없었던 거죠. 우리가 10년 정도 터울로 일본 경제를 따라가는데, 저는 10년쯤 뒤에는 한국 경제도 비슷한 상황이 될 거라고 봅니다.


ann 단순히 지금 제주도에서 논란이 되는 예멘 난민 문제로 국한하면 안 된다는 거네요.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그런 부분을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지금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게 많은데, 저는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될 거라고 보거든요. 그전에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거죠. 


ann 오늘 소개해준 두 권의 책 말고 또 난민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 있는 책이 있을까요? 

서울연구원에서 작년에 나온 <우리 곁의 난민>이라는 책이 있고요. 한국에 들어온 난민 중에서도 여성 난민들의 삶과 실상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콩고 출신으로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욤비 씨가 한국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 난민 인정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소설로 담아낸 <내 이름은 욤비>라는 책도 있습니다. 유럽 난민 문제의 철학적인 배경을 공부하고 싶은 분은 슬라보예 지젝의 <새로운 계급투쟁>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고요. 


M4 the terminal ost – the tale of viktor navorski

https://youtu.be/UZWRlNQJCcE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왜 타인의 고통을 즐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