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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l 23. 2018

사과의 시대에 나침반이 되어줄 책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7월 22일 서른일곱 번째 방송은 사과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들을 소개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얼마 전에 한 항공사에서 기내식 대란이 있었잖아요. 결국에는 항공사가 속한 그룹의 회장까지 나서서 국민들께 사죄드린다고 발표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거죠. 경쟁 항공사의 회장도 국민들께 사죄드린다고 할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라서 뉴슬를 보면 잊을만하면 누군가는 꼭 사과를 하고 있더라고요.


ann 그만큼 기업들이 잘못을 많이 하고 있다는 얘기겠죠?

맞습니다. 잘못을 많이 하고 있기도 하고, 요즘에는 소셜미디어나 스마트폰이 보급돼 있으니까 어떤 문제가 생기면 과거와는 다르게 굉장히 빠르게 전파되는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와튼스쿨에서 나온 보고서를 하나 읽었는데, 이렇게 표현을 하더라고요. 그야말로 지금은 ‘사과의 시대’다.


ann 바야흐로 사과의 시대오늘 소개해줄 책과 관련이 있는 얘기인 건가요?

그렇죠. 사과의 시대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을 두 권 준비해봤습니다. 사과 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ann 첫 번째 책부터 소개해주세요.     

첫 책은 <쿨하게 사과하라>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에델만 코리아의 대표를 했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씨와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가 함께 쓴 책인데요. 사과할 때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총망라해놓은 말 그대로 ‘사과의 교과서’라고도 할 수 있을 책입니다. 


ann 사과도 잘하려면 배워야 되는군요.

사과를 많이들 하는데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거든요. 어설픈 사과를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거죠. 책에 보면 사과를 할 때 절대로 쓰지 말아야 표현이 세 가지가 있다고 나와요. 사과는커녕 오히려 상대방을 화나게 만드는 표현이 있다는 건데요. 먼저 ‘미안해, 하지만’이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같은 말을 했으면 그 뒤에 어떤 말도 덧붙이지 말라는 지적인데요. 하지만이라는 표현이 뒤에 따라 나오는 순간 사과의 의미는 퇴색되고 갈등이 증폭된다는 겁니다.      

ann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네요남자친구가 약속에 늦었는데 미안해그런데 차가 안 왔어. 이런다고 화가 풀리지는 않죠.     

그렇죠. 다른 두 개도 공감이 가는데요. ‘만약 그랬다면, 사과할게’랑 ‘실수가 있었습니다’도 절대 쓰면 안 되는 표현이라고 하더라고요. 예컨대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같은 표현을 종종 쓰는데 이건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라는 겁니다. 마치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네가 너무 예민하게 구니까 그냥 사과할게, 같은 뉘앙스로 느껴진다는 거죠. 

실수가 있었습니다 같은 말도 문제가 있는데요. 이런 표현은 실수가 있었지만 내가 잘못한 건 아니다는 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자기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과를 하면 사과를 받는 사람은 오히려 화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책이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ann 노래 한 곡 듣고 사과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봅시다.     

헤이즈의 미안해입니다.


M1 헤이즈 - mianhae

https://youtu.be/9mRicqcxQro


ann 제대로 사과하는 법을 배워보고 있어요먼저 정재승 교수와 김호씨가 쓴 <쿨하게 사과하라이야기하고 있는데요우리가 잘 몰랐던 사과하는 방법어떤 게 있나요?     

우리가 잘못을 하면 빨리 사과하는 게 좋다고 하잖아요. 문제가 확산되기 전에 사과해야 한다고 하고, 빨리 사과하지 않는 기업은 문제를 덮으려고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사과에도 타이밍이 있고, 꼭 빨리 사과하는 게 최선을 아니라고 해요.


ann 무조건 빨리 사과하는 게 최선은 아니다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거랑 다른 이야기네요.

그렇죠. 책에 보면 심리학 실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친구와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아요. 당연히 엄청 화가 날 상황이잖아요. 친구에게 따지려고 전화를 거는데 친구가 과연 어떻게 말을 하면 화가 풀릴까를 실험한 거예요. 실험을 만든 사람들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줬다고 해요. 하나는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사과를 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실망감 같은 감정을 표현한 다음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경우고, 마지막 하나는 아예 사과를 하지 않는 경우였다고 해요. 과연 셋 중에 어떤 시나리오에서 실험 참가자들의 화가 많이 풀렸을까요?


ann 빨리 사과하는 게 정답이 아니라고 했으니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사과를 하는 건 아니겠죠?

맞습니다. 보면 바로 사과를 한 것보다 감정을 표현한 뒤에 사과를 해야 화가 더 풀린다고 나오더라고요. 물론 아예 사과를 안 한 경우에는 화가 풀리기는커녕 더 쌓이는 걸로 나왔고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하고 보니까, 이런 설명을 합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상대방이 자신의 분노를 표현할 기회를 충분히 준 뒤에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상대방이 화를 내기도 전에 바로 사과부터 해버리면 그저 일을 빨리 끝내고 정리하고 싶어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ann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사과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말이네요이것도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또 재밌는 부분은 사과에 대한 남녀의 인식 차이를 지적한 게 책에 나오거든요. 우리 주변을 보면 여자친구가 막 화를 내는데 남자는 여자친구가 왜 화가 났는지 모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잖아요. 이게 사과에 대한 남녀의 인식 차이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이야기가 책에 나옵니다.

캐나다의 워털루 대학에서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했는데요. 남녀 대학생 33명에게 12일 동안 매일 그 날 몇 번의 사과를 했고, 사과를 한 상황은 어땠는지를 기록하게 했어요. 사과라는 건 뭔가 잘못을 했으니까 하는 거잖아요. 여성들은 자신이 잘못한 일이 있다고 보고한 게 267건이었고, 이 중에 217건은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반면에 남자들은 잘못한 일이 있다고 보고한 게 196건에 그쳤고, 실제 사과를 한 것도 158건에 그쳤다고 해요.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사과를 하는 비율 자체는 비슷한데, 잘못을 인지하는 숫자에서 차이가 나는 거죠.


ann 같은 상황이라도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이야기네요.

맞습니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여자는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남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남자는 잘못했다고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왜 사과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죠. 그런데 여자친구가 화를 내니까 그냥 사과를 하고 마는 거죠. 문제는 내가 왜 잘못했는지도 모르는데 제대로 사과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죠. 그러면 사과에 진정성이 없게 되고,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죠.     


ann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속 서로 아웅다웅하면서 지낼 수만은 없잖아요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무엇이 잘못인지에 대한 기준이 나와 상대방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서로가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났는지를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말해줘야 상대방도 그 문제에 대해서 잘잘못을 가릴 수 있고, 서로가 왜 싸우는지도 모른 채로 싸우게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거죠.


ann 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만나볼게요.     

패닉의 미안해입니다.


M2 패닉 미안해

https://youtu.be/usrVSvxZHfA


ann 오늘은 사과 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을 이야기하고 있어요먼저 정재승 교수와 김호씨가 쓴 <쿨하게 사과하라만나봤고요두 번째로 소개해주실 책은 뭔가요?

이번에는 사과에 대한 직접적인 책은 아닌데요. 사과를 할 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말투 같아요. 어떤 말투로 말을 해야 내 진심이 잘 전해질까 고민하게 되잖아요. 이런 고민을 좀 덜어줄 수 있는 책을 한 권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ann 사과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말투어떤 책이죠?

사과하면 또 일본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일본 사람들은 정말 사과를 잘 하는데, 일본의 심리학자인 나이토 요시히토가 쓴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라는 책이 있습니다. 부제는 일, 사랑, 관계가 술술 풀리는 40가지 심리 기술이고요.


ann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일과 사랑이 술술 풀린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제목이 조금 오버하는 경향은 있지만, 책 내용은 굉장히 재밌습니다. 말의 뉘앙스만 달리해도 일의 결과가 완전히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예컨대 미국 로욜라 대학에서 시카고 시민들에게 볼펜을 보여주면서 실험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제품들을 얼마나 좋아합니까?’라고 물었더니 좋아한다고 답한 사람이 36%였거든요. 그런데 질문을 ‘이 제품들을 얼마나 싫어합니까?’로 바꿨더니 좋아한다고 답한 사람이 15%로 줄어든 거예요. 같은 제품을 놓고도 질문의 뉘앙스가 달라지니까 결과는 확 달라지는 거죠. 그만큼 말투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ann 그럼 사과할 때는 어떤 말투를 써야 할까요?

이 책이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그중에서 3장의 제목이 ‘어떻게 말하면 상대가 노라고 하지 않을까’입니다. 사과를 했는데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내 사과를 받아줄지에 대한 팁이 필요한 거죠.

책을 보면서 몇 가지 팁에 눈길이 갔는데요. 일단 ‘당신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이익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잖아요. 예컨대 외판원이 방문해서 물건을 팔려고 하면 사람들은 잘 안 사려고 하죠. 외판원이 물건을 파는 건 내가 아니라 외판원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서죠. 그래서 베테랑 외판원은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주세요라고 하고는 물러나거든요. 나중에 정말 연락이 오면 같이 문제를 해결하고 그러면서 물건도 자연스럽게 팔게 되는 거죠. 이게 가능한 건 ‘이 사람이 내 이익을 신경 써주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성공한 거잖아요. 마찬가지로 사과를 할 때도 상대방의 이익을 신경쓰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ann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이건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구체적인 정보를 담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컨대 여름에 보양식을 먹는 게 좋다고 그냥 말하기보다 영양학자 누가 그랬는데 여름에 보양식을 먹으면 몸에 어떻게 좋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훨씬 효과가 크다는 거죠. 사과를 할 때도 내가 뭘 어떻게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상대방이 더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겠죠.


M3  브로콜리너마저 –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https://youtu.be/y-hRXWN9ggI


ann 사과를 잘 하기 위한 방법을 다룬 책들을 오늘 이야기해보고 있어요그런데 이런 책들을 읽더라도 막상 현실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과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죠.     

그렇죠. 책 몇 권 읽는다고 갑자기 사과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바쁘고 치열한 현대 사회를 살면서 다른 사람한테 잘못을 안 하면서 사는 것도 사실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사과에 대해서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진 책을 한 권 더 소개해드릴까 하는데요. 이번에는 소설입니다.     


ann 사과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가진 소설어떤 책이죠?

이기호 작가의 <사과는 잘해요>라는 책인데요. 예전에 한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굉장히 시니컬하면서도 특이한 설정을 가진 소설인데요. 주인공들이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사과 대행업’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일을 다루고 있어요.


ann 사과 대행업다른 사람의 사과를 대신하러 다닌다는 거죠?

맞습니다. 비리 투성이의 사회복지시설에 있던 ‘시봉’과 ‘진만’이라는 청년이 갑자기 세상으로 나오면서 돈을 벌려고 사과 대행을 하게 되거든요. 사회복지시설에서 복지사들의 학대를 받았는데, 이 복지사들이 늘 매질을 하면서 하는 말이 ‘네 죄가 뭔지 아냐’였거든요. 그때마다 둘은 사과를 해야 했는데 그 경험을 살려서 사과 대행을 하기로 한 겁니다.     


ann 사과 대행업도 그렇고 복지시설 이야기도 그렇고 재밌을 것 같으면서도 시니컬해보이는 이야기네요.     

그렇죠. 두 주인공이 복지사들에게 맞을 때 사실 죄를 지은 게 없거든요. 그래도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니까 무슨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가짜 고백을 해요. 그리고 나중에 두 주인공이 자기들이 했다고 말한 잘못을 실제로 꼭 저질러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뭔가 찜찜했던 거죠. 죄를 지었다고 하고 벌까지 받았으니까, 진짜 죄를 지어야 된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런 식으로 죄와 벌, 그리고 죄를 고백하고 사과를 하는 행위가 얽히고설키는 우리 사회의 풍경을 굉장히 풍자적인 어조로 그려내는 소설이에요.     


M4 자우림 있지

https://youtu.be/mSQ4_RTpu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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