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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Aug 14. 2018

자식을 아는 건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7월 29일 서른여덟 번째 방송은 부모들에게 추천하는 책을 소개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최근에 출판계 키워드 중에 하나가 자녀 교육법이거든요. 자녀 교육법에 대한 책은 소위 말하는 잘 팔리는 책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뜻일 테고요. 


ann 서점에 가봐도 자녀 교육법에 대한 책이 서가 하나에 가득하더라고요오늘은 자녀 교육법에 대한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여러 가지 좋은 책이 많은데요. 오늘은 직접적으로 자녀 교육법을 내세우는 책들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기르는 부모가 읽으면 좋을 책을 두 권 가지고 와 봤습니다.


ann 자녀 교육법에 대한 책은 아니지만아이를 기르는 부모에게 추천할 만한 책어떤 책일까요?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수 클리볼드가 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입니다.


ann 이 책은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책 내용도 제목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이 책은 1999년 4월 미국에서 있었던 총기 난사 사건의 전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이라고 알려져 있죠.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졸업반 학생 두 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총기를 난사해 13명이 죽고 24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입니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 사건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을 겨냥해 총기를 난사한 거의 최초의 사건으로 알려져 있어요. 미국에서도 굉장히 큰 충격을 준 사건이죠.


ann 이 책의 저자가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 가해자의 엄마인 거죠?

네. 총기를 난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두 명의 학생 중 한 명이 딜런 클리볼드인데요. 바로 이 책을 쓴 수 클리볼드의 아들입니다. 이 책이 나온 게 2016년인데요. 콜럼바인 사건이 나고 17년이 지나서죠. 총기 난사 사건 때 가해자인 딜런이 17살이었거든요. 수 클리볼드는 자신의 아들이 사건을 저지르기 전까지의 17년,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뒤의 17년, 이렇게 모두 34년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신이 잘못한 건 뭐였는지를 담담하게 적고 있습니다.     

ann 자신의 아들이 총을 난사해서 13명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남은 엄마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네요정말 그 이후의 삶은 살아 있는 지옥 같은 게 아닐까요.     

맞습니다. 사실 그 심정은 우리가 짐작할 수 없는 부분이겠죠. 총기 난사로 희생된 피해자의 엄마가 느낄 고통도 엄청날 테지만, 가해자의 엄마가 느낄 고통도 마찬가지겠죠. 게다가 가해자의 엄마는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책임에 시달리게 되니까 자신의 고통을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힘들 테고요. 이 책이 나오는 걸 놓고도 미국에서 논란이 있었다고 해요. 희생자가 아닌 가해자의 엄마가 이런 책을 내는 게 말이 되느냐는 거죠. 그렇지만 책이 전하는 메시지라고 해야 할까요,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제가 읽기에는 정말 진정성이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분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조금 늦게나마 방송에서 소개하려고 가지고 나왔습니다.


ann 노래 한 곡 듣고 이야기해봅시다.     

라디의 엄마입니다.


M1 라디 엄마

https://youtu.be/xRHPRcivWrg


ann 아이를 기르는 부모에게 추천하는 책먼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이야기하고 있어요이 책은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의 엄마가 쓴 책인데요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다고 했잖아요그 메시지가 뭔가요?     

이 책은 해설이 먼저 나오는데요. 거기에 나오는 말이 사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 클리볼드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 앤드루 솔로몬이 해설을 썼는데, 이렇게 적었어요.

“이 책에 담긴 궁극적 메시지는 충격적이다. 내 자식을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것. 아니 어쩌면, 자식을 아는 게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렵게 생각되는 낯선 사람이 바로 내 아들이나 딸일 수도 있다.”


ann 내 자식을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것어쩌면 당연한 말인데 우리는 가족에 대해서 당연하다는 듯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렇죠. 부모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가 바로 내 자식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이거든요. 자식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말하면 직무유기인 것처럼 느껴지기 십상이죠. 사실은 잘 모르는 게 당연한 건데 말이에요. 책의 저자인 수 클리볼드도 마찬가지였거든요. 수 클리볼드는 대학에서 장애인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 교사였고요. 지역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엄마였어요. 웬만한 엄마들보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전문가였던거죠. 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기도 했고요. 그런 저자도 자신의 아들이 수십 명을 총으로 쏘아 죽일 거라는 걸 전혀 짐작도 못한 겁니다. 


ann 부모가 생각하는 아들의 모습과 실제 아들의 모습이 180도 달랐던 거죠.

책에 보면 저자가 이렇게 적어요. 자신의 아들인 딜런을 올바르게 기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적었는데요. 아이를 임신했을 때 술을 마시지 않았고, 그 어떤 신체적 언어적 학대도 하지 않았고, 가난 속에서 기르지도 않았고, 소외나 분노, 인종주의를 접하지 못하게 노력했고, 닥터 수스의 그림책을 수천 번은 자기 전에 읽어주며 사랑한다고 말했다고요. 그리고 아들은 이 모든 걸 잘 받아들였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랐다고요.

그런데 이 모든 게 잘못된 믿음이었던 거죠. 저자가 책의 말미에 이렇게 적어요.

“나는 내가 아는 아이를 기르기 위해 내가 아는 최선의 방식으로 길렀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 아이를 기르는 최선의 방식은 알지 못했다.”


ann 내가 아는 아이의 모습만 보느라 내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은 모르고 지나쳐버린 거네요.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이 있고 나서 많은 사람이 가해자의 부모들을 비난했거든요. 아이를 제대로 기르지 못했다, 아이가 비뚤어지는 걸 부모가 몰랐다, 이런 비난이 쏟아진 거죠. 그리고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청소년이 문제를 저지르면 그 부모가 잘못 키웠다고 비난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이런 비난도 틀린 말은 아니겠죠. 1차적으로는 부모에게 책임이 있는 게 맞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ann 정답이 아니라면??

그런 식으로 아이를 잘못 길렀다고 비난하는 건, 기본적으로 아이가 잘못 자랐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문제를 일으킨 아이를 괴물로 여기면 그건 사회에서 예외적인 일이 되는 거죠. 괴물을 몰라본 부모의 잘못이 되고요. 하지만 정말 이런 사건을 일으키는 모든 가해자가 괴물일까요. 수 클리볼드는 이렇게 말해요.

“이 극악무도한 참극의 배후에 있는 불편한 진실은 좋은 가정에서 걱정 없이 자란 수줍음 많고 호감 가는 젊은이가 그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딜런을 괴물로 그려서 콜럼바인의 비극이 평범한 가정과는 상관없는 일로 여기는 건 어떻게 보면 진실을 외면하는 걸 수 있다는 거죠. 부모들은 뉴스를 보면서 남의 자식이 잘못 자랐다고 탓하기만 하는데, 사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누구도 자신의 자식에 대해서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ann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내 아이에 대해서 완전히 아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면 부모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게 아닐까요.     

수 클리볼드는 딜런이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걸 자살 충동 때문으로 생각해요. 사건 이후에 많은 심리학자를 만나서 자신의 아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지를 연구하는데요. 이런 말을 들어요. “자살과 살인 사이에는 종이 한 장 차이밖에 없을 때가 있다. 자살하는 사람 대부분은 살인과 무관하지만,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자살 성향 때문에 그럴 때가 많다.”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는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의 자식에 대해서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당신의 자식, 그리고 주변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남몰래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라. 이런 겁니다.


ann 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만나볼게요.     

페퍼톤스의 몰라요입니다.


M2 페퍼톤스 - 몰라요

https://youtu.be/xF1KxQDGcC0


ann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이야기하고 있어요먼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만나봤고요두 번째로 추천해줄 책은 뭔가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제목이 조금 과격한데요.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ann 확실히 제목이 과격한데요제목만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책인지는 분명히 알겠네요.

그렇죠. 부제가 ‘가까울수록 상처를 주는 모녀관계 심리학’인데요. 일본의 가족심리 전문의인 가야마 리카라는 심리학자가 쓴 책입니다. 30년 동안 가족으로 인한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일을 해온 분인데요. 가족 안에서는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지잖아요. 가까운 사이인만큼 상처를 받을 일도 많고요. 이 책은 그중에서도 모녀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집중한 책입니다.


ann 모녀 관계는 정말 대단하죠친구 같기도 하고때로는 남보다 못한 사이처럼 크게 싸우기도 하고요.

부자 관계랑은 많이 다른 거 같아요. 제 주변에도 보면 엄마랑 친구처럼 지내는 여자들이 있는데, 아빠랑 친구처럼 지내는 남자는 거의 없거든요. 그만큼 엄마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훨씬 많은 것 같고요.

간혹 보면 모녀 관계를 친구에 비유하기도 하잖아요. 친구 같은 모녀라는 말을 칭찬처럼 쓰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책은 ‘친구 같은 모녀’라는 말이 결코 좋은 뜻이 아니라고 지적을 합니다.

ann 친구 같은 모녀가 좋은 뜻이 아니다왜 그런 거죠?

엄마 때문에 힘든 딸들의 사례를 보면 사이가 나빠서 힘든 게 아니라 사이가 너무 좋아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부모 자식의 관계라는 게 자식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홀로서기를 해야 하거든요. 자식은 부모의 품을 떠나고, 부모는 그런 자식을 응원하는 게 건강한 관계인 거죠. 그런데 너무 친밀한 사이로 지낸 모녀 관계는 이런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거예요. 딸이 엄마에게 감정적으로 종속되는 건데, 그렇게 되면 딸이 엄마에게 말 못하는 어려움이 쌓여나갈 수 있는 거죠.     


ann 딸이 엄마에게 감정적으로 종속된다는 말이 인상깊네요그런데 이런 메시지라면 부모가 아니라 딸이 읽어야 할 책인 것 같기도 한데요?     

엄마와 딸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니까요. 딸들은 엄마에게서 감정적으로 독립하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을 테고요. 엄마들은 딸을 놓아줄 필요가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 말고도 최근에 모녀 관계의 심리에 대한 책이 여러 권 나오고 있거든요. <상처 주는 엄마와 죄책감 없이 헤어지는 법> <엄마와 딸 사이> 같은 책이 이 책과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그만큼 건강한 모녀 관계가 많은 사람의 관심사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딸과 엄마가 함께 읽으면서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M3  양희은&김창기 – 엄마가 딸에게

https://youtu.be/8rWuQI9ljsY


ann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추천하는 두 권의 책지금은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라는 책 만나보고 있어요책 내용을 조금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딸이 엄마에게서 독립해야 한다. 엄마도 나와 다른 타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게 이 책의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입니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요. 저자가 운영하는 심리 상담소에 오는 딸들이 가진 고민은 이래요. 엄마가 지나치게 자신에게 의지하고 많은 걸 부탁한다, 내가 뭐만 하려고 하면 엄마가 비판을 해서 자신감이 사라진다, 엄마 마음에 들려고 노력했는데 한 번도 칭찬을 들은 적이 없다. 이런 식의 문제를 안고 오는 거예요. 이런 문제의 공통점은 결국 엄마라는 존재에게 딸이 매여 있다는 거죠.     


ann 엄마와 딸은 자라면서 친밀한 관계를 맺기 마련이니까요.

그렇죠. 저자는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하게 분석하는 데요. 엄마에게 딸은 그야말로 자신의 복제 같은 존재라는 겁니다. 누구보다 자신이 딸을 잘 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이런 자부심은 나이가 들수록 더 강한 확신으로 변한다는 거예요. 딸이 자신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죠. 그럴수록 인생 선배로서 자신이 딸에 대해 조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고, 딸에게 더 의지하게 되는 거죠. 딸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강해지고요.


ann 딸을 자신의 복제로 여긴다일리가 있는 말 같기도 해요.

그런 식으로 엄마의 말을 따르다보면 딸의 인생은 정말 엄마의 복제처럼 돼버리는 거죠. 책에 이런 말이 나와요. “내 인생이 나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이유는 엄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오롯이 서야 모녀 관계도 더 건강해지고 지속 가능해질 수 있는 겁니다. 엄마는 늙어서 노인이 될 테고, 딸은 나이를 먹어서 엄마의 나이가 되겠죠. 그때도 딸이 엄마에게 종속돼 있다면 나이 들어 병든 엄마를 제대로 돌볼 수도 없겠죠. 결국 더 나은 관계를 위해서 엄마든 딸이든 한 발 앞으로 내딛는 노력이 필요한 데, 이 책은 그런 노력을 위한 좋은 가이드를 제공해줍니다.     


M4 서영은 – 나는 나

https://youtu.be/yU2mS0DKc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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