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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Aug 14. 2018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지에 챙겨간 책들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8월 12일 마흔 번째 방송은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읽은 책들을 소개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j 얼마 전이었죠?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때 읽은 책을 공개했거든요. 무려 3권이나 되는 책을 공개했는데, 어떤 책인지 궁금해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요. 오늘은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며 읽은 책들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ann 작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때 읽은 책을 공개해서 큰 화제가 됐잖아요?

작년에는 <명견만리>를 읽는 모습이 공개돼서 화제가 됐죠. 그 이후에 명견만리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돼서 한동안 순위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자리를 지키기도 했고요. 그만큼 대통령이 읽는 책에 대한 관심들이 큰 것 같아요.


ann 그렇군요그럼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책을 읽었는지 알아볼까요

모두 3권을 읽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소설가 김성동의 장편 대하소설인 <국수>, 그리고 진천규 기자가 쓴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이렇게 3권의 책을 휴가 기간에 읽었다고 청와대에서 밝혔습니다. 


ann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빼면 사실 익숙한 책들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죠. 사실 저도 소년이 온다를 빼면 대통령이 읽었다는 기사가 나오기 전에는 못 읽은 책들인데요. 방송에서 소개해드리려고 급하게 찾아봤죠. 찾아보니까 낯설 수밖에 없는 게 <국수>와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두 책은 바로 얼마 전에 출간됐더라고요. 국수의 경우는 문화일보에서 27년 동안 연재를 하던 대하소설이라서 아는 분이 조금 있을 것 같은데요. 책으로 출판이 된 건 이달 초고요.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도 지난달 말에 출간이 됐거든요. 아무래도 일반 독자들은 낯설 수밖에 없었겠죠.

ann 책밤지기는 두 책 다 읽어보신 거죠어떤 가요?

사실 <국수>는 대하소설이거든요. 무려 다섯 권짜리 소설이라서 저도 아직 다 읽지는 못했고요. 그래도 읽으면서 ‘아, 이런 게 바로 대하소설이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좋은 대하소설이 많았잖아요. <태백산맥>이나 <토지> <임꺽정> 같은 대하소설들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엔가 대하소설이 눈에 많이 안 들어왔거든요. <국수>는 그런 대하소설의 맥을 이을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nn 어떤 내용인지도 조금 소개해주세요국수라고 하면 먹는 음식 이야기는 아니겠죠?     

우리가 즐겨 먹는 국수는 아니고요. 바둑에서 한 나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국수라고 부르잖아요. 바로 그 국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대 배경은 19세기말 조선시대인데요. 임오군변,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이 벌어지는 시대를 배경으로 민중 개개인에 이런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주인공 소년인 석규가 바둑에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국수라는 제목을 붙인 것 같고요.     


ann 생각해보면 휴가 때가 아니면 대하소설을 읽을 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기도 하죠. 국수는 우리말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인데요. 작가인 김성동 소설가가 19세기 당시에 쓰던 조선말을 최대한 되살려서 풀어내려고 노력했다고 하거든요. 소설을 보시면 그런 노력이 느껴집니다. 다만 이런 옛말에 익숙하지 않다보면 조금 읽는 게 불편할 수는 있는데, 소설에 빠져들면 의식하지 않을 정도니까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ann 그럼 노래 한 곡 듣고 이야기해봅시다.     

j 윤종신의 웰컴 서머입니다.


M1 윤종신 – welcome summer

https://youtu.be/zw4B6wZI8YE


ann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때 읽은 책들을 살펴보고 있어요먼저 김성동 작가의 대하소설 <국수만나봤고요이번에는 어떤 책이죠?     

j 이번에는 언론인 진천규씨가 쓴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라는 책입니다.


ann 제목에서부터 북한에 대한 책인 걸 알 수가 있네요아무래도 이번 정부에서 대북 관계가 진전되는 걸 반영한 거겠죠?

j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한국 언론인으로는 유일하게 단독으로 북한을 방문해 취재한 진천규 기자가 평양의 현재 모습을 그려낸 책이거든요. 전에 저희 방송에서도 북한의 실상을 다룬 책들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 책들만해도 몇 년 전의 북한의 모습을 다루고 있거든요. 북한이 아무리 폐쇄적인 사회라고 해도 5년, 10년 전의 모습은 지금이랑은 많이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불과 작년 10월에 북한을 방문해서 취재하고 그 내용을 담은 책이예요. 우리가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북한의 실상으로 본다면 이 책이 가장 최신판이라고 할 수 있겠죠.


ann 2017년 10월이면 정말 얼마 전이네요. 1년도 채 되지 않은 북한의 모습을 담고 있군요.

맞습니다. 이 책을 쓴 진천규 기자가 북한 취재를 많이 한 기자로 유명하거든요. 1988년 한겨레 창간 멤버로 판문점 출입 기자로 활동했다고 하고요. 2000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회담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고요. 이 책은 작년 10월 이후 진천규 기자가 방문한 북한 평양과 원산, 마식령스키장, 묘향산, 남포, 서해갑문 등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책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딱 봐도 바로 지금의 모습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죠.

ann 어떤 부분이 그런가요?     

역시 평양의 모습을 전하는 부분이 제일 인상적이고 현대적이랄까 그런 느낌인데요. 이 책의 저자가 2000년에 평양을 방문하고 17년 만에 다시 평양을 찾은 거예요. 17년 만에 찾은 평양의 모습이 정말 놀랍게 느껴졌던 거죠. 휴대폰을 북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쓴다는 건 이제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책에서 재밌었던 건 평양의 교통 이야기였는데요. 책에 보면 평양에서 운영 중인 택시만 6000대는 된다고 해요. 서울에 택시가 7만대 정도 있으니까 훨씬 적은 거기는 한데, 사실 평양에 택시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 택시를 실제로 일반 평양 주민들이 탄다고 하거든요. 이런 부분이 꽤 재밌게 느껴지죠. 평양의 지하철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는 건 서울이랑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도 재밌고요.


ann 사람 사는 모습은 서울이나 평양이나 다를 게 없네요.

그런 것 같아요. 이 책은 사실 사진이 주를 이루는 데요. 저자가 사진 기자 출신이거든요. 글로 아무리 열심히 묘사를 해도 사진을 제대로 한 장 보여주는 것만 못하잖아요. 평양 지하철 역에 사람들이 가득한 모습이나 73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평양 려명거리의 집 안 모습 같은 건 다른데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죠. 또 재밌었던 게 북한의 유명한 식당이죠. 옥류관과 청류관의 주방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어요. 한국에서도 평양냉면이 엄청 인기잖아요. 바로 그 평양냉면의 뿌리 같은 곳이 옥류관일 텐데요. 그 옥류관의 주방을 직접 사진으로 찍고, 주방장의 이야기를 듣는 건 굉장히 재밌는 경험인 거죠.

  

ann 결국 같은 민족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네요.     

책에 보면 결국 북한 사람들과 말이 통한다 사이이기에 가능한 에피소드들이 나오거든요. 사진을 찍고 있는데 북한의 여학생이 다가와서 사진을 지워달라고 바로 말하는 에피소드 같은 거죠. 북한 문제나 통일 문제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어쨌거나 북한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책이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죠.


ann 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만나볼게요.

스위밍풀의 취할 듯 파란입니다.


M2 스위밍풀 – 취할 듯 파란

https://youtu.be/N5Ki6V0B6DA


ann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때 읽은 책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있어요마지막 세 번째 책은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는 말이 필요없는 소설가죠.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받으면서 당당히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죠.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여섯 번째 장편 소설인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채식주의자를 뛰어넘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채식주의자만 해도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었는데, 소년이 온다는 이걸 또 한 단계 뛰어넘은 거죠.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 작품에 대해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이라고도 했는데 정말 딱 맞는 말이죠.


ann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이죠.

맞습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광주에서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 그리고 그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소설과는 달리 실제로 있었던 일을 다루는 거잖아요. 한강 작가가 직접 철저하게 취재를 해서 썼다고 합니다. 

ann 한강 작가도 광주 출신이잖아요?

작가 본인이 어릴 때 광주에서 살았고요. 광주민주화운동이 벌어지기 얼마 전에 광주를 떠나 서울로 왔다고 하거든요. 당연히 주변에 아는 사람들 중에도 희생자가 있었겠죠. 그런 마음들이 책을 읽다보면 느껴지는 게 있어요. 이 책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도 상황이지만, 그 이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굉장히 비중있게 다루거든요.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치욕이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걸 끝까지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소년이 온다는 광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짐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의 소설인 겁니다. 어떻게 보면 작가인 한강 자신도 그곳에서 살아남은 거니까요. 이런 것들이 소설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ann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j "특별히 잔인한 군인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M3  레드벨벳 – 7월 7일

https://youtu.be/9xWiro_tS1k


ann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때 읽은 책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봤어요다른 대통령들이 휴가 때 어떤 책을 읽었는지도 알려져 있는 게 있나요?     

j 대통령마다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거든요. 문재인 대통령은 매년 휴가 때마다 읽은 책을 꼬박꼬박 공개하는 편인데 사실 우리 대통령 중에는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았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만 해도 특정 책을 읽었다고 공개하면 다른 출판사들이 소외될 수 있다면서 휴가 때 어떤 책을 읽었는지 공개하지 않았고요.     


ann 그렇게 볼 수도 있군요.

j 그래도 몇 권의 책이 공개된 적이 있는데요. 2015년에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에 국무회의에서 휴가 때 읽었다며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어요.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가 쓴 책인데요.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만의 앞선 문화가 어떤 게 있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뒤에는 클라우스 슈밥의 <4차 산업혁명>을 읽고 있다는 게 알려지기도 했죠.


ann 다른 대통령들은 어떤가요?

j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넛지>가 유명합니다.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함께 쓴 책인데요. 행동경제학을 쉽게 풀어낸 책으로 유명하죠. 청와대 참모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면서 알려졌는데, 독서도 굉장히 실용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나타나죠.


ann 기업인 출신답게 바로 실제 정책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책을 읽었다고 볼 수 있군요.     

j 그렇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휴가 때 읽은 책들을 비교적 자세하게 공개한 편인데요.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주5일 트렌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같은 책들이 대표적입니다. 다들 유명한 책들인데요. 제가 흥미가 갔던 건 주5일 트렌드라는 책입니다. 얼마 전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직장인들의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잖아요. 이전에는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됐거든요. 이게 바로 2003년의 일입니다. 토요일 근무가 요즘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당연한 걸로 받아들여졌거든요. 이런 변화에 대해 대통령이 고민하고 있었다는 걸 휴가 때 읽은 책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는 거죠.     


ann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휴가에서 읽은 책만 봐도 북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걸 알 수 있잖아요.     

j 맞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 읽은 책을 거의 의무적으로 공개하는데요. 어떤 문제를 고민하는지가 독서 목록에서 나타나죠. 부시 전 대통령이 2005년 여름휴가 때 읽은 책은 <평양의 어항: 북한 강제수용소에서 보낸 10년>이라는 책이거든요. 탈북자가 직접 쓴 책인데, 당시 미북 관계가 어려웠다는 걸 독서 목록만 봐도 알 수 있죠.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여름휴가 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다룬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 번째 대멸종>을 읽었고요. 이런 식으로 대통령의 독서 목록을 살펴보면 우리 시대가 당면한 과제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M4 볼빨간 사춘기 - 여행

https://youtu.be/xRbPAVnqt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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