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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Sep 23. 2018

경제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9월 16일 마흔다섯 번째 방송은 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책들을 소개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미리 말씀드리면 재미가 덜 할 수는 있습니다. 대신에 꼭 필요한 이야기일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약간 공부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방송을 들으시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ann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요어떤 책을 가져오셨길래 겁을 주시나요?

요즘 뉴스 중에서 제일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가 바로 경제거든요. 보통 경제 뉴스는 정치나 사회, 스포츠 뉴스에 밀려서 포털 사이트 메인에 잘 안 걸려요. 사람들이 관심이 덜하니까요. 그런데 요즘에는 경제 뉴스가 꼬박꼬박 메인에 걸려 있거든요. 그만큼 사람들이 경제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거죠. 


ann 먹고살기가 힘들다는 뉴스가 많으니까요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 찬반 토론도 활발하고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단편적으로 올라오는 뉴스만 봐서는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경제라는 분야 자체가 워낙 어렵기도 하고, 전문가들 말을 들어보면 다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거죠. 그래서 오늘은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이 경제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끔 도움이 될만한 책을 두 권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ann 정말 공부하는 시간이네요그런데 책 한 두 권 읽는다고 어려운 경제 분야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죠. 책만 읽는다고 될 일은 아니고 평소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뉴스도 보고 고민도 해야 할 텐데요. 아무래도 경제학을 다룬 학문 서적을 추천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저도 동의하고요. 그래서 오늘은 경제 정책을 직접 짜는 공무원들이 쓴 책을 두 권 가져왔습니다. 교수나 학자들이 쓴 책보다 아무래도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경제 정책을 실제로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실행되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책들이거든요.

ann 경제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이 쓴 책이라고 하니까 뭔가 새로운 느낌이 있네요먼저 소개해줄 책은 뭔가요?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제목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입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을 거꾸로 쓴 거죠. 이 책은 6명의 기획재정부 공무원이 공동으로 쓴 책인데요. 지금은 아시아개발은행에서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송인창 기획재정부 전 국장을 필두로 그 밑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기재부 공무원들이 함께 나눠서 집필한 책입니다.     


ann 기획재정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분도 있을 거 같아요.     

그렇죠. 저희가 정부라고 하면 보통 청와대나 국회를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입니다. 지금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기획재정부 장관을 겸임하고 있거든요. 기재부 장관이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을 밑에 두고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한다고 보면 되죠. 저도 세종시에 파견가서 2년 조금 넘게 취재한 적이 있는데 그때 기재부도 같이 취재를 했습니다.     


ann 그렇군요그럼 노래 한 곡 듣고 기재부 공무원들이 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이야기 자세히 해볼게요.     

CRACKER의 Low입니다.


M1 Cracker - Low

https://youtu.be/gYdlqjiQPAc


ann 경제 정책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 만나보고 있어요먼저 기재부 공무원들이 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어떤 책인가요?     

제목이 특이하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 말을 경제 정책에 적용하면 이런 뜻인데요. 과거의 상황에 들어맞던 경제 정책이나 원리가 지금 바뀐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뜻인 거죠. 한국 경제가 과거에 70년대 80년대에는 고도 성장기였잖아요. 그때 쓰던 경제 정책이나 논리를 아직까지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는 지금의 문제를 풀 수가 없는 거죠.


ann 책에 나오는 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대표적인 게 GDP가 있습니다. 국내총생산이라는 개념이죠. 경제 전문가들이 한 국가나 사회의 경제 발전 정도를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손에 꼽는 경제 지표가 바로 GDP거든요. 이게 어떤 거냐면 한 나라 안에서 모든 개인, 기업, 정부가 생산활동에 뛰어들어서 창출한 생산물의 가치를 더한 거예요. GDP가 몇 퍼센트 늘었다 이런 걸로 각 나라의 경제 상황을 측정하는 거죠. 예컨대 한국은 올해 2분기에 GDP가 0.6% 증가했거든요. 예상보다 조금 안 좋은 상황인데, 이런 걸로 경제가 얼마나 성장하는지 보는 거예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GDP라는 개념이 과거의 개념이라서 현재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ann GDP도 틀릴 수 있다는 말인 거네요.

맞습니다. GDP는 웬만하면 매년 성장하는데요. 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GDP는 매년 오르는데 왜 국민들 살림살이는 나아지지가 않는 거냐”고요. 그리고 이 질문에 답을 구하라고 최고의 경제학자들에게 연구를 맡겼어요. 2009년에 이 질문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는데요. 보고서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GDP는 틀렸다”고요.

왜 그런가 하고 보면 GDP는 일단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는 반영을 못 해요. 예컨대 가정주부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활동은 GDP에 반영이 안 됩니다. 가정주부가 돈을 버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육아 도우미를 쓰면 GDP가 늘고요. 아이를 돌보는 활동은 다를 게 없는데 GDP에서는 천지차이인 거죠. 아이러니한 건 재해나 재난이 닥치면 GDP가 는다는 겁니다. 2011년에 동일본 대지진 때 일본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죠. 그런데 파괴된 도시를 복구하면서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GDP는 오히려 증가했어요. 그런데 GDP가 이렇게 늘어난 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았겠죠. GDP는 이런 식으로 한계가 있다는 거죠. 


ann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제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거네요.     

그렇죠. 이 책이 재밌는 건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각 장마다 한 명씩 소개를 해요. 유명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가 과거 한국 경제에는 어떻게 적용됐는지 살펴보고, 지금은 같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다른 식으로 적용해야 할지를 설명하는 거죠. 여러 학자 중에서 경제학 전공자가 아닌 분들이 재밌게 볼만한 학자는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있는데요. 이 분은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였는데 소비 문제에 대해서 연구한 전문가였습니다.


ann 소비 문제의 전문가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이 분이 쓴 대표적인 책이 ‘풍요한 사회’였는데요. 사회가 풍요로워서 좋다는 뜻이 아니라 사회는 풍요로워지는데 왜 개인은 갈수록 궁핍해지는가를 분석한 책이에요. 여러 가지 이유를 분석했는데 이 분이 제시한 대표적인 이유가 광고입니다. 광고 때문에 사람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소비를 하게 되고 결국에는 자원 배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사회 전체가 풍요로워지는데도 개인은 궁핍해진다는 거죠.     


ann 광고 때문에 필요하지도 않은 곳에 소비하게 된다는 말은 정말 많은 분이 공감하실 거 같은데요     

그렇죠. 이 책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말이 있는데요. 

가계부채가 늘어나는데도 요즘 사회 분위기는 소비를 권한다. 가계는 과소비 때문에 문제고, 전체 경제는 저소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쪽에서는 빚이 너무 많다는 경제 기사가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돈을 너무 안 써서 문제라는 기사가 나오는 시대거든요. 원인도, 해결책도 사실 분명하지는 않지만, 이 아이러니한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사람이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죠. 경제학을 모르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한번 경제 정책이나 경제 이론이 궁금한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nn 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만나볼게요.

피터팬 콤플렉스의 자꾸만 눈이 마주쳐입니다.


M2 피터팬 콤플렉스 – 자꾸만 눈이 마주쳐

https://youtu.be/rBQ3ng9qDhU


ann 경제가 뜨거운 이슈인 요즘에 걸맞게 경제 정책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책 만나보고 있어요두 번째로 만나볼 책은 뭘까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경제철학의 전환>이라는 책입니다.


ann 제목부터 뭔가 어려워 보이는 느낌인데요왜 이 책을 고르셨나요?

이 책을 쓴 분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인데요. 아마 아실만한 분은 다 아시는 그런 이름일 겁니다. 노무현 정부 때 경제 정책을 총괄한 분이라고 보시면 돼요.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고요. 연예 뉴스를 많이 보신 분이라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의 스캔들로 알고 계실 수도 있고요. 그 스캔들 이후에는 특별히 공직에 나서지 않고 계시고요. 지금은 민간 영역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ann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지휘하신 분이면지금 문재인 정부와도 연관이 있겠네요.

바로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는 건데요. 지금 정부나 정치권에 있는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변양균 전 실장이 알게 모르게 지금 경제 정책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 있거든요. 최근에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못지않게 혁신성장을 강하게 밀어붙이잖아요. 이런 정책의 변화에 사실 변 전 실장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인 거죠.     

ann 실제로 그런 추측을 할 만한 근거가 있나요?     

책을 보면 변 전 실장이 여러 가지 정책을 제시하거든요. 우리 경제가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을 제시하는 거죠. 그런데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을 보면 실제로 이번 정부에서 힘을 싣고 있는 것들이 있어요. 책에 나오는 내용이 실제 현실에서 구현되다 보니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거죠.     


ann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일단 벤처중소기업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과거에는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벤처 업무를 관장했는데 청 단위다 보니까 힘이 떨어진다는 거죠. 실제로 이번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됐거든요.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지난달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현장 방문까지 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거든요. 책에 나오는 대로인 거죠. 이 외에도 이런저런 정책들이 책에 나오는 방향과 궤를 같이 하다보니까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번 정부의 혁신성장이라는 기조가 왜 나왔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M3  장기하와 얼굴들 – 그 때 그 노래

https://youtu.be/9krl0Z69QlE


ann 경제 정책을 공부할 수 있는 책 이야기하고 있어요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쓴 <경제철학의 전환>이라는 책 이야기 중인데요문재인 정부에서 책에 나오는 내용을 많이 참조한 것 같다는 생각이 확실히 드네요. 

그렇죠. 책에 나오는 정책 조언 중에 또 어떤 걸 이번 정부에서 채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꼭 그런 현실적인 측면 말고도 이 책은 경제 정책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는 분들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한국 경제가 처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굉장히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조언들을 하고 있거든요. 변 전 실장의 조언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한 번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는 거죠.      


ann 어떤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나요?

수도권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지금 우리는 어떤 정권이든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거든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 발전을 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인데요. 변 전 실장은 이런 수도권 규제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해친다고 봐요.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요. 수도권에 공장을 못 짓죠. 정부에서는 지방에 지으면 된다고 해요. 여러 가지 혜택도 주고요. 그런데 기업 입장에선 우리나라 지방에는 공장을 지을 이유가 없는 거예요. 인건비는 비싸고 수도권처럼 인프라가 좋은 것도 아니고요. 대신 눈을 돌려서 해외로 나가는 거죠. 그러면 수도권 규제 때문에 수도권에도, 비수도권에도 공장이 안 생기는 거예요. 변 전 실장은 이럴 바에야 수도권 규제를 차라리 풀자고 하는 거죠.


ann 수도권 개발 규제를 풀어라굉장히 파격적인 제안인데요.

대신에 수도권에 새로 지은 공장에서 거둬들인 세금의 일정 부분을 지방에 주자는 거죠. 그 돈으로 지방이 인프라를 개선해서 경쟁력을 높이면 나중에는 지방에도 공장이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인데요. 저는 꽤 설득력이 있다고 봤어요.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기만 하거든요. 뭐든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이 필요하다는 거죠.     


ann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 또 공감가는 대목 중에 하나가 은행들에 대한 비판이거든요. 원래 은행이 산업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은행들은 손해 볼 것 같은 곳에는 대출을 잘 안 하죠. 대신에 주택담보대출처럼 담보가 확실하고, 손해 볼 가능성이 적은 곳에만 대출을 하죠. 변 전 실장은 이런 걸 가리켜서 은행들이 전당포 수준의 영업을 한다고 비판하거든요. 경제나 산업이 발전하려면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은행들도 영업 관행을 바꿔야 된다는 생각도 확실히 하게 됐습니다.     


M4 the smith - asleep

https://youtu.be/6dPGV0col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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