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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Nov 11. 2018

일본으로, 뉴욕으로 떠나는 책방여행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11월 4일 쉰 두번째 방송은 책방 여행을 다룬 두 권의 책을 소개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여행에 대한 책인데요. 그냥 여행이 아니라 테마가 있는 여행입니다. 


ann 테마가 있는 여행어떤 테마죠?

바로 책방 여행이라는 테마입니다. 저는 해외 여행을 가면 늘 그 도시의 서점을 찾아가 보거든요. 일본이나 유럽, 미국의 도시들에서도 그랬고요. 가보면 영어도 그렇지만 일본어나 독일어, 프랑스어 같이 그 나라 말로 된 책들도 많거든요. 읽을 수 없는 책들인데도 어쩐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게 있거든요.


ann 외국의 도시를 방문하면 꼭 서점을 들르는군요. 책밤지기 같은 분들이 많은가 봐요.

아마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다들 그럴 거 같아요. 서점을 가면 선물을 사기에도 좋으니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들은 아예 작정하고 해외의 책방을 여행하고 돌아온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ann 첫번째 책부터 만나볼까요.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조경국 씨가 쓴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ann 오토바이로일본 책방일단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그려지는데요정말 오토바이로 일본을 여행하는 이야기인건 가요?

맞습니다. 이책을 쓴 저자분은 서울에서 기자 생활을 하시다가 지금은 고향인 경남 진주에 내려가서 작은 헌책방을 하고 계시는 데요. 책만큼이나 오토바이를 사랑한다고 스스로 적고 있습니다. 이 책은 2015년 9월부터 10월까지 한 달 동안 저자가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일본 전역을 횡단하면서 찾아간 서점과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부산에서 페리를 타고 시모노세키로 가서 훗카이도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대장정을 한 권의 책에 풀어내고 있습니다.     

ann 오토바이와 책의 조합뭔가 어울릴 듯하면서 생소한 그런 조합이네요.          

그렇죠.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책방 여행이라는 컨셉에 가장 어울리는 교통수단이 바로 오토바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책방이라는 게 대도시의 중심지에 있는 대형 서점도 있긴 하지만, 헌책방이나 동네마다 있는 작은 책방들도 많거든요. 그리고 이 책의 저자분이 찾아다니는 책방은 그런 작은 책방들이고요. 외국에서 대중교통을 탄다는 게 꽤나 스트레스받는 일인데, 오토바이가 있다면 여기저기 자주 다니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죠.     


ann 오토바이로 일본 열도를 횡단하며 들른 책방에 대한 이야기들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나눠볼게요.     

적재의 별 보러 가자입니다.


M1 적재 – 별 보러 가자

https://youtu.be/JLT8qOdpDPM


ann 외국 도시로 떠나는 책방 여행먼저 오토바이로일본 책방이라는 제목의 책 만나보고 있어요어떤 책방들이 나오나요?     

굉장히 다양한 책방과 도서관, 책과 관련된 공간들이 나오는데요. 제가 인상깊게 본 것 중에 기조 그림책마을이 있어요. 규슈의 어느 산골에 작은 마을인데, 마을에 있던 폐교된 소학교 옆에 그림책 마을을 만들어 놓은 거죠. 


ann 산속에 있는 작은 마을이 그림책 마을로 다시 태어났다생각만해도 기분 좋은 공간일 거 같은데요.

j 그렇죠. 1만6000권 정도의 그림책을 모아놨다고 하는데요. 그림책 마을이 문을 연 게 1996년이었대요. 그런데 그 전에는 젊은 사람들이 떠나는 전형적인 쇠락하는 시골 마을이었던 거죠. 그러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 해야 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어디에 써야 할까를 놓고 토론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그림책 마을을 만들자 였대요. 


ann 쇠락하는 산골 마을을 살리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가 그림책굉장히 낭만적인데 그게 성공한 거네요.

맞습니다. 처음 그림책 마을을 열면서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세계 그림책 원화전을 개최해서 1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고 해요. 그 이후에 그림책이라는 테마를 잘 간직한 덕분에 지금도 매년 3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그림책 마을이 된 거죠. 산속에서 깨끗한 공기 속에 그림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가보고 싶지 않겠어요? 그런 공간을 만들어낸 거죠.


ann 산속의 그림책 마을또 어떤 책방이 마음에 들었나요?     

도쿄에서 저자가 감동을 받은 공간이 나오는데요. 바로 쓰타야서점의 다이칸야마점입니다. 


ann 쓰타야서점은 일본에서 가장 큰 서점 체인 중에 하나죠그런데 이런 대형 서점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하니까 의외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죠. 사실 우리나라에 있는 대형서점들 생각하면 감동이란 걸 받기가 어려운 구조거든요. 책을 많이 팔려고 엄청 쌓아놓기만 하고, 평대에 진열된 책들은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 책들이 많고요. 대형서점 가서 읽을만 한 책 고르기가 쉽지가 않죠.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간 쓰타야서점, 그리고 그중에서도 도쿄 다이칸야마점은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서점의 모든 게 설계가 돼 있어요.     


ann 어떤 점이 그런가요?     

예컨대 이 분은 오토바이를 사랑하는 분이라고 했잖아요. 쓰타야서점 다이칸야마점이 어떤 식이냐면, 오토바이와 관련된 책만 있는 서가가 따로 있어요. 이것만 해도 굉장히 부러운 건데 그 서가 옆에는 실제 오토바이를 전시를 해놓고 있는 식입니다. 그런데 그 오토바이가 그냥 아무거나 가져다 놓은 게 아니라 영국의 유명 모터사이클 경기의 전설인 존 맥기네스라는 선수의 실제 바이크를 전시해놓고 있는 거예요.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분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냥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책에 담겨 있는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전시하고 팔고 있는 겁니다.     


ann 여기는 책밤지기도 가본 적이 있다고 하셨죠?     

저도 도쿄에 여행갔을 때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이 쓰타야서점 다이칸야마점을 꼽아놓고 갔죠. 가보시면 정말 서점이란 이런 공간이어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듭니다. 도쿄 여행을 준비 중인 분이면 꼭 가보면 좋을 거 같아요.


ann 이책을 쓴 저자분도 직접 헌책방을 한다고 하셨잖아요책방 주인들끼리 만났을 때만 나올 수 있는 그런 재밌는 대화도 있을 거 같아요.     

저자가 후쿠오카에서 열린 헌책 판매 행사에 참여했다가 다른 헌책방 주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저자가 후쿠오카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헌책방 주인에게 그 비결을 물어봐요. 어떻게 이렇게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할 수 있을 수 있냐.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나옵니다.

“버블경제가 꺼지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때 지금의 책방 공간을 얻은 덕분이다.”

그러니까 건물주여서 가능했다는 거죠.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아 일본도 우리나라랑 다를 건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ann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만나볼게요.     

프롬의 서로의 조각입니다.


M2 프롬 – 서로의 조각

https://youtu.be/jx6GBqZMB14


ann 외국 도시로 떠나는 책방 여행두 번째로 만나볼 책은 뭔가요?

이번에는 현대 사회 문화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죠. 뉴욕에 있는 작은 책방들을 찾아간 책입니다.


ann 일본과는 또다른 분위기일 거 같아요뉴욕의 작은 책방들

앞에서 소개해드린 책이 오토바이를 타고 일본 열도를 횡단하며 책방들을 찾아다닌, 뭔가 히피풍의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커피 한잔 손에 들고 뉴욕 골목골목에 있는 책방들을 찾아다니는 느낌인데요. 우리가 뉴욕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소호나 쇼핑, 브런치, 멋진 카페들 이런 이미지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뉴욕이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거든요. 마크 트웨인, 아서 밀러, 스콧 피츠제럴드, 폴 오스터 헤밍웨이 같은 세계적인 문호들이 뉴욕에 살면서 글을 썼고, 그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기도 하고요.


ann 대가들의 숨결을 남아있는 책방 여행이것도 굉장히 재밌을 것 같은데요.

이 책은 저자가 3년 동안 뉴욕에서 살면서 매주, 매일 찾아다닌 작은 책방들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건데요. 50여곳의 책방 중에서 특별히 저자의 마음에 남은 20곳의 책방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 담아놨습니다. 글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꼼꼼하거든요. 마치 일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요. 뉴욕에 여행갈 일이 있으면 한번 읽어보고 가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잘 정리돼 있는 책입니다.     

ann 뉴욕에서는 어떤 책방이 인상적이었나요?     

제일 먼저 눈길이 간 책방은 ‘보니의 요리책 서점’이라는 책방인데요.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는 작은 책방이라고 하는데요. 아주 작은 공간에 한가득 요리책만 잔뜩 쌓여 있는 그런 책방입니다. 18세기의 희귀한 요리책부터 동서양 요리에 관한 앤티크 서적, 미국의 요리들을 다 모아놓은 책들까지. 요리에 대한 오래된 책은 다 모아놓은 거죠.     


ann 요리책만 모아놓은 책방굉장히 따뜻하고 다정한 분위기일 거 같네요.     

그렇죠. 그런데 재밌는 게 이 책방에서 파는 요리책에는 사진이나 삽화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요리책은 사실 글보다 사진이나 이미지가 많잖아요. 그런데 옛날 요리책들은 그렇지가 않았다는 거죠. 이 책방의 주인인 보니 아줌마의 설명은 이래요. 사람들이 다른 책은 읽으면서 왜 요리책은 읽지 않고 보기만 하느냐. 요리책을 읽기 시작하면 머릿속에 음식들의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상상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더 즐거운 책읽기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사진이 있으면 우리의 상상력도 사진을 벗어날 수가 없죠.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정말, 요리책이라고 해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읽을 필요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M3  Harrison Hudson – bookstore girl

https://youtu.be/9PzQk-64kUc


ann 외국으로 떠나는 책방 여행두 번째로 <뉴욕의 책방>이라는 책 만나보고 있어요뉴욕에서는 어떤 책방이 또 인상적인가요?     

인상적이라기보다는 우리한테도 필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세인트막스 서점이라는 곳이 있어요. 굉장히 유서가 깊은 그런 서점이거든요. 세계적인 지성이었죠. 수전 손택이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이 서점에서 문을 닫을 때까지 책을 읽다간 그런 곳인데요. 이 유서 깊은 서점도 한때 문을 닫을 뻔했다고 합니다.          


ann 어떤 이유 때문에요?

아까 일본의 헌책방 이야기 하면서 한 자리에서 서점을 오래하려면 건물주여야 된다고 얘기했잖아요. 미국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는 거예요. 세인트막스 서점이 있는 건물이 미국의 유명 대학인 쿠퍼 유니온이 소유한 건물이거든요. 그런데 대형 서점과 전자책이 인기를 끌면서 세인트막스 서점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거예요. 그래서 대학 측에 임대료를 좀 내려달라고 했는데 대학은 거절한 거죠. 돈을 못 내면 나가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굉장히 유서 깊은 대학이니까요. 세인트막스 서점을 살리자는 운동이 시작된 거죠. 대학 학생과 인근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인트막스 서점에서 책을 사고, 대학을 나온 유명인들은 대학 측에 임대료를 낮춰주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고 그런 노력 덕분에 서점이 제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 겁니다.


ann 지역 사회와 함께한 서점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 빛을 본 거네요.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면 편하긴 하죠. 그렇지만 그런 서점들만 살아남고 동네의 특색있는 책방들이 문을 닫으면 우리가 접하는 책들도 특색이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거든요. 동네의 작은 책방들을 지켜나가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신촌의 홍익문고가 문을 닫을 뻔한 위기가 있었는데 근처 대학교의 학생과 지역 주민들이 지켜낸 적이 있거든요. 그런 사례가 앞으로도 좀 더 많이 나오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ann 정말 그렇네요한국에 있는 작은 책방들을 소개해주는 책들도 많을 거 같은데요.     

서울도서관에서 직접 만든 책방산책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굉장히 정리가 잘 돼 있는 책이니까 서울에서 책방 여행을 하시려는 분은 참고하시면 좋고요. 전국에 있는 작은 책방 주인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를 모아놓은 <동네서점이 사랑한 책들>이라는 책도 있어요. 좋은 책을 추천받을 수 있고, 또 우리 동네에 어떤 동네서점이 있는지도 알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이죠.     


M4 이소라 – October lover 

https://youtu.be/kKdkgHoDC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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