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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an 07. 2019

오늘이란 앞으로 살아갈 날 중 내가 가장 젊은 날이다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12월 30일 예순 번째 방송은 나이 먹는 불안감을 떨쳐줄 책을 소개했습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방송이잖아요. 이맘때면 다들 많이 하는 생각이 있죠. 아, 한 살 더 먹는구나. 내년엔 떡국을 한 그릇 더 먹어야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죠. 


ann 한 살 한 살 먹는 게 참 무섭기도 하죠. 

그래도 어쩔 수가 없잖아요. 나이 먹는 게 무섭고 싫기도 하지만 거스를 수가 없는 거니까요. 기왕 나이를 먹을 거면 제대로 먹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이드는 즐거움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들을 가져와봤습니다. 


ann 기왕 나이를 먹을거면 제대로 즐겁게 받아들이자는 거군요. 어떤 책부터 볼까요? 

인문학자 김경집 교수가 쓴 ‘나이듦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의 책인데요. 책의 부제가 인문학자 김경집의 중년수업이거든요. 김경집 교수가 사십대 후반에 이 책을 쓰면서 붙인 이름인데, 꼭 중년에 해당하는 분들만 이 책을 봐야되는건 아니고요. 김경집 교수가 중년수업이라 함은 제 나이를 사는 즐거움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 모두가 읽어도 괜찮은 책인 거겠죠. 

ann 제 나이를 사는 즐거움, 참 쉬운 말인데 지키기 어렵기도 하죠. 

그렇죠. 사실 나이 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죠. 그게 당연한 반응이기도 할 테고요. 나이 든다고 생각하면 당장 서글퍼지잖아요. 연말이면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 이유도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이 책은 나이 드는 걸 서글퍼할게 아니라 그걸 서글퍼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서글퍼하는 게 맞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거든요. 나이 드는 건 우리가 막을 수 없지만, 나이 든다고 서글퍼하는 건 생각하기 따라 바꿀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사고의 전환을 했을 때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에요. 


ann 발상의 전환이기도 하네요. 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이 책은 김경집 교수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글을 모은 책인데요. 아무래도 지인들이라고 하면 김경집 교수의 동년배들이 많잖아요. 40대후반, 50대 이런 연령대의 분들.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들과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나누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게 더 나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같이 해결책을 고민해보고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거죠. 


M1 이능룡 – 끝없는 이야기

https://youtu.be/7807JyQxuw8


ann 김경집 교수의 나이듦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제 나이를 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걸지,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는지 더 이야기해볼게요. 

책에서 인상적인 글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이런 말이 나와요. 속도를 얻으면 풍경을 잃고 풍경을 얻으면 속도를 잃는다. 우리가 매일매일 삶에 치이면서 살잖아요. 정해놓은 목표를 위해 살다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우리가 원하던 삶의 풍경들은 정작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죠. 여기서 김경집 교수의 말이 또 인상적인데요. 50대 언저리의 나이가 속도도 풍경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나이라고 설명을 해요. 젊을 때는 속도에 집중하기 마련이고, 나이를 더 먹으면 아무래도 속도를 잃게 되기 마련인데 자신의 나이는 속도도 풍경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거죠.


ann 자신의 나이에서 어떤 좋은 점을 찾아내는 것도 같네요. 

김경집 교수가 오늘이란 앞으로 살아갈 날들 중 내가 가장 젊은 날이라고 말하거든요. 매일매일, 매년매년이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얼마나 좋은 날인지를 찾아내는 거죠. 자기위안일 수도 있지만 거기에서 에너지를 얻고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면 좋은 시도가 아닐까 싶어요. 


ann 또 어떤 말이 인상적이었나요? 

이런 말도 나와요. 나이를 먹으면서 잃은 것은 시력, 얻은 것은 심력이다. 이말은 조금 풀어보면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가 몸의 힘을 조금 잃게 되잖아요. 물론 관리를 잘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영향을 줄일 수는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몸이 예전만큼 못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겠죠. 제 주변에도 사십 언저리에 있는 지인들은 슬슬 노안이 오니까 다들 그렇게 서글퍼하더라고요. 


ann 그런데 시력을 잃는 대신 심력을 얻는다. 몸의 변화가 마음의 변화로 대체된다는 거군요. 

그렇죠. 나이를 먹는다는 건 오랜 세월을 살았다는 거니까 거기에 걸맞게 얻는 것도 있기 마련인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그렇게 얻은 걸 제대로 쓰고 있지 않다는 게 김경집 교수의 생각입니다. 심력을 얻는 만큼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중년 세대의 역할일텐데 김 교수가 보기에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하고요.


ann 나이에 맞게끔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해야된다는 말이죠. 

맞습니다. 제 나이를 제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 자체로 권위를 가지게 되는 거죠. 돈이나 권력, 아니면 나이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런 사람들은 주변에서 저절로 존중하고 존경하게 되니까요. 그런 인격의 힘 같은 것들은 결국 나이에 맞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저절로 나온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ann 김경집 교수의 인터뷰를 보니까 매년 유서를 새로 쓰신다는 말도 인상 깊었어요. 

매년 설날에 유서를 쓴다고 하는데요. 유서를 쓴다는 게 달리 말하면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나이에 맞게 살아가려면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지 잘 알아야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유서를 쓰시는 게 아닌가 싶고요. 다만 최근 인터뷰를 찾아보니까 가족들이 눈치를 줘서 요즘에는 짧게 쓰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쓰는 시간도 설날이 아니라 12월의 마지막 날로 바꿨다고 하고요. 일 년 동안 이건 잘했고, 이건 좀 아쉽고.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쓰는 거죠. 저도 유서까지는 아니어도 올해의 마지막 날에는 그렇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고 생각해봤어요.


M2 패닉 - 정류장

https://youtu.be/_q5mn04WLaE


ann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불안감을 떨쳐줄 책들 만나보고 있어요. 이번에는 어떤 책 만나볼까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정신분석 전문의인 김혜남 소장이 쓴 책인데요. 이 책이 처음 나온지 10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읽고 또 공감하고 있는 책이죠. 


ann 이 책은 아마 많은 분이 읽어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우리고 서른이라는 선을 넘어봤잖아요. 스물, 서른, 마흔 이렇게 10년 단위로 인생의 큰 변화가 온다고들 하는데, 서른이 그중 하나인 거죠. 2008년에도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있었고, 2018년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니까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는 앞으로도 무수히 생기는 거죠. 


ann 특히나 요즘 서른살은 예전보다 고민도 많고 삶의 어려움도 많은 나이인 거 같아요. 

그렇죠. 예전에는 서른살이라고 하면 삶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기틀을 잡아가기 시작할 나이라고 여겼잖아요. 그런데 요즘 서른살은 그렇지가 않죠. 취업도 어렵고, 결혼도 늦어지다보니까 서른살이 되고서도 삶의 기틀은커녕 아직 사회생활의 출발선에 제대로 서지도 못한 분들도 많으니까요. 이책이 서른살이되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가 필요한 사람이 과거보다 더 많아졌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ann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도 이야기해볼까요. 

이 책이 처음 주목받았던 건 서른이라는 나이를 심리학의 관점에서 조명해서인데요. 지금이야 그런 류의 비슷한 책이 많지만 이 책이 처음 출간된 2008년에만 해도 많지가 않았거든요. 그런데 서른이라는 나이의 청년들이 가지는 고민이나 불안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해주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주니까 굉장히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은 거죠. 아마 이 방송 듣고 있는 분들 중에도 이제 곧 서른이 되거나 서른이 됐어도 삶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 분들이 읽어보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죠.


ann 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서른.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책밤지기나 저나 서른이라는 나이를 통과하고 있지만 막상 어떤 모습일지 우리는 잘 볼 수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니까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서른의 모습, 그러니까 서른에게 필요한데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게 어떤 거냐면 멘토와 이행기예요. 서른은 삶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나이잖아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럴 때 현명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요즘 우리 사회는 그런 어른을 찾기 어렵다고 하잖아요. 멘토가 없는 거죠. 마찬가지로 이행기마저 허락되지 않아요. 청년들이 이십대를 보내고 사회적으로 독립하기 전에 앞서서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시기가 필요하거든요. 그걸 이행기라고 하는데 요즘 사회에서 청년들은 그런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거죠. 취업난 때문에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만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서른인 거죠. 정글 같은 사회에 떨궈진 채로요. 이런 상황에서 서른이 된 청년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M3 어반자카파 – 봄을 그리다

https://youtu.be/VirRv16h4T0


ann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불안감을 떨쳐줄 수 있는 책 만나보고 있어요. 김혜남 소장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지 더 얘기해볼까요? 

이 책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서른살에 우리가 혼란을 겪고 불안해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원인을 모르면 해결책도 찾기가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해결책을 찾기 전에 원인을 먼저 짚어보는 책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요.

예컨대 이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쿨함’이라는 현상에 대한 분석인데요. 요즘 청년 세대에서 쿨하다는 게 굉장히 멋지고 좋은 삶의 태도처럼 불리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하는 거죠.


ann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사는 그런 거잖아요. 그렇게 쿨하게 사는 게 왜 문제가 될 수 있는 걸까요? 

책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삶이 쿨함을 허락하지 않더라도 쿨함이라는 갑옷으로 무장하려는 젊은이들은 슬프다. 쿨함에 목숨을 거는 건 알고보면 한치 앞도 모르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는 것이고 외로우면서도 상처 입기 두려워 외로움을 참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쿨하게 사는 사람들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산다고 하지만, 사실 쿨하다는 걸 인정받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거든요. 아닌척하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보면 결국 타인의 말 한마디에 큰 상처를 입게 되는 거죠. 쿨하게 산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작은 구멍 때문에 댐이 무너지듯이 한 순간에 마음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 같아요. 


ann 나는 쿨하게 살 거야,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거기에 이런 맥락이 또 숨어 있을 수도 있군요. 

아까 서른살에 필요한 게 멘토라고 했는데요. 이 책이 어느정도 그런 멘토 역할도 해줄 수 있기도 해요. 특히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거든요. 그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꽤 자세하게 정리돼 있더라고요. 


ann 어떤 조언일까요? 

서른살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잖아요.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잡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리기 쉬운 나이거든요. 생각하지도 못한 사이에 갑자기 일에 중독돼 버리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에 대한 조언들이 있는데요.

몇 가지 원칙이 나옵니다. 일 핑계를 대지 말고 휴가를 세워라, 일이 없을 때 불안하다면 왜 그런지부터 따져봐라, 회사 일을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가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말아라. 이런 지적들인데요. 당연한 말들인데도 막상 당사자들은 잊지 쉬운 것들이죠. 책을 읽으면서 내 모습은 괜찮은 건지 스스로 점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ann 이제 곧 서른살이 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 같은 느낌이네요. 

이 책에서 결국 하는 이야기는 서른이라는 나이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그리고 아름다움인데요. 서른살은 아직 청년이잖아요. 이십대의 열정과 패기가 그대로이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야도 훨씬 넓어진 나이죠. 책의 저자인 김혜남 소장이 서른살들에게 하는 말은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라” 거든요.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다고 너무 걱정하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M4 ariana grande – thank u, next

https://youtu.be/gl1aHhXnN1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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