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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May 19. 2019

"나는 엄마다 나는 엄마다 나는 내가 아니고 엄마다."

엄마의 사랑에 대한 책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5월 12일 일흔아홉 번째 방송은 엄마의 사랑에 대한 책 두 권을 소개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5월은 가정의 달이잖아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도 많고 청취자 여러분도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그럴 일도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세상이라는 험한 곳에서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 줘야 하는 가족이 오히려 나를 위협하고 위태롭게 하는 일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존속살해 사건이 60%나 증가했다고 하고요.


ann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를 위협하면 속수무책일 것 같아요.     

아마도 사는 게 갈수록 팍팍해지다 보니 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을 내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도 가정의 달이니까 이런 기회를 살려서 다시 한번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ann 오늘은 가족에 대한 책을 가져오셨나요?     

가족 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애틋하고 이름만 불러도 괜히 눈물이 찡하고 나올 것 같은 존재가 있죠. 바로 엄마, 어머니인데요. 오늘은 엄마에 대한 책을 두 권 가져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두 권이에요.

ann 엄마에 대한 책. 먼저 소개해줄 책은 어떤 책인가요?     

먼저 가져온 책은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이 책은 열두명의 엄마들을 인터뷰한 책인데요. 이분들은 모두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입니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가진 엄마의 이야기, 시각장애를 가진 자녀를 돌보는 엄마의 이야기, 자폐나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기르는 엄마의 이야기들인데요. 이 책을 쓴 작가도 본인이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평생 지체장애를 가지고 살았다고 합니다. 장애를 가진 자녀였던 작가가 장애를 가진 자녀를 기르는 엄마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은 거죠.


ann 장애를 가진 자녀를 기르는 엄마의 마음은 건강한 자녀를 가진 엄마들과는 또 다를 수밖에 없겠죠.     

정호승 시인이 이 책의 추천사를 썼는데요. 이런 말을 하셨어요.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 장미 향기는 꽃잎에서 나는 게 아니라 가시에서 난다. 그러면서 얼마나 모성의 본질이 희생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본인은 다시금 깨달았다고 적거든요. 건강한 자녀는 어느 시점이 되면 독립해서 부모의 곁을 떠나지만 장애 자녀를 그럴 수가 없잖아요. 끝이 없는 희생, 평생에 걸친 보살핌이 필요한 거죠. 그걸 묵묵하게 해내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호승 시인이 모성의 본질은 희생이라는 것, 그리고 모성에는 신의 사랑이 숨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ann 장애 자녀를 가진 엄마들의 이야기는 따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다들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 책에 나오는 엄마들 중에도 자신의 자녀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몇 년 동안은 모임에도 전혀 안 나가고 바깥 활동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세상과 담을 쌓은 경우가 있다고 해요. 장애 자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들은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데요. 그게 아이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그리고 세상에 나와서는 아이들을 위해 누구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요. 뇌성마비가 있는 인해씨의 엄마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는 6년 동안 매일 아이를 업고 학교에 함께 갔다고 해요. 


M1 크래커 – 그런 날

https://youtu.be/gUSVenaVywE


ann 가정의 달, 엄마에 대한 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먼저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야기하고 있어요. 장애 자녀를 둔 12명의 엄마들 이야기입니다.

내 아이가 건강하길 바라는 건 모든 엄마들의 공통된 마음이겠죠. 이 책에 나오는 엄마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어느날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알게된 날, 세상 모든 기쁨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고 해요. 성빈 엄마는 아이에게 자폐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날 집 안의 모든 살림살이를 치워버렸다고 해요. 그만큼 화가 나고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거죠.

그리고 우리 사회는 장애 자녀가 있으면 그 부모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겠냐는 잘못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잖아요. 그런 시선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고 고백하고요.


ann 엄마에게, 부모에게 잘못을 돌리는 일은 정말 없어야 할 텐데요.     

정말 그래요. 그래도 이 책에 나오는 12명의 엄마들은 아이의 두 손을 꼭 붙잡고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향해 함께 걸어가요. 자녀에게 장애가 있다고,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고 버리기까지 하는 부모들도 많은데, 이 책에 나오는 12명의 엄마들은 이 세상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모든 건 꾹꾹 눌러담고 오롯이 아이를 위해서만 사는 거죠. 아이가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찾아내고, 한국 사회의 후진적인 장애 정책과 행정 때문에 공무원들과 옥신각신하기도 하고, 장애를 가진 아이와 짝꿍을 하지 않으려는 학교 학생들을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대신 인사를 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면서 아이를 어떻게든 한 걸음씩 더 걷게 하는 게 이 엄마들의 삶인 거죠.


ann 시행착오도 적지 않겠죠.     

엄마들은 다들 열심이에요. 포기하지 않는 거죠. 시각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엄마는 아이들의 장애를 이해하기 위해서 점자를 배워요. 시각이 살아 있는 일반인이 점자를 배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시각 때문에 손 끝 감각이 둔하니까요. 그럼에도 3급 자격증을 따요.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들을 위해 자격증을 땄다는 데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요.

그렇지만 말씀하신 대로 시행착오도 많죠. 자폐를 가진 성빈이는 굉장히 할 줄 아는 게 많은 아이인데요. 학교에서 상도 받고 그림도 잘 그리고 컴퓨터 자격증도 따고요. 이 모든 게 성빈 엄마의 노력이었던 거죠. 본인이 직접 아이를 위한 놀이 학습법도 만들고요. 그렇게 아이를 열심히 가르쳤는데 어느 날 아이가 엄마가 원하는 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순간 화가 나서 아이의 등짝을 한 대 때려요. 그러고 나서 성빈 엄마가 자신이 아이를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게 만들었는지 깨달은 거죠. 이 아이를 위한 게 어떤 건지 다시 고민하게 되고요. 이런 순간순간이 장애 자녀를 기르는 엄마에게는 매일, 매시간 찾아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ann 책의 제목이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 잖아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과연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 것 같았나요?     

저로서는 도저히 짐작도 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계신 분들이잖아요. 책에 보면 다운증후군을 가진 승민 엄마가 이런 말을 해요. “나는 엄마다. 나는 엄마다. 나는 내가 아니고 엄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돌보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매 순간 이런 말로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고 해요. 원래는 자신감이 세고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아이를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되는 거죠.

제 생각엔 이런 것 같아요. 다른 모든 엄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장애 자녀를 가진 엄마들은 나를 버렸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거구나. 아이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당연하지만, 거기에 하나가 더 있구나. 이 분들의 자기희생은 자기 자신을 버리는 수준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ann 엄마들뿐 아니라 엄마를 둔 모든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네요.     

엄마들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하며 살고 있는지 절절하게 깨닫게 해주는 책이죠. 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 또는 장애를 가진 주변의 누군가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도 한 권 추천해드리고 싶은데요. ‘그때 엄마가 알았더라면’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이 책은 반대로 장애를 가지고 자란 사람들이 자신의 유년기를 돌아보며 쓴 책인데요. 엄마가, 가족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찬찬하게 돌아보면서 해주는 책입니다. 아마도 장애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되돌아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M2 윤하 – 답을 찾지 못한 날

https://youtu.be/VwrxHW9iH0U


ann 가정의 달을 맞아 엄마에 대한 책 만나보고 있어요. 두 번째로 이야기할 책은 어떤 책인가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요즘에 굉장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책인데요. 바로 ‘내 어머니 이야기’라는 제목의 만화책입니다. 모두 4권으로 이뤄진 책인데요. 얼마 전 소설가 김영하씨가 절대로 세상에서 없어져서는 안 될 책으로 소개하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게 됐죠. 이후에 책이 재출간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고요.


ann 서점에서도 그렇고 이 책을 찾아보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마침 가정의 달이고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어서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이 책은 마흔살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딸이 자신의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의 삶을 만화로 다시 풀어낸 거예요. 엄마의 기억력과 재미난 이야기에 딸의 그림 실력이 더해지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거죠.

ann 내 엄마의 삶. 사실 이렇게 누군가의 삶을 책으로 풀어내는 건 위인전이나 평전 같은 게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잖아요.     

그렇죠. 정말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이 책이 더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데요. 물론 유명한 정치인, 스타들의 삶도 의미가 있지만 유명하지 않다고 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가치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저마다의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니까요. 이 책은 꼭 유명한 사람의 삶만 기록될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도 모두 기록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삶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ann 우리 모두의 삶이 기록될 가치가 있다. 아름답다.     

요즘에 그런 게 많이 있더라고요. 자신의 삶이나 부모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서 남기려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그런 걸 대신해주는 출판사도 있고요. 이 책은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만화책으로 탄생한 거지만 모든 분들이 그런 재능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나는 글솜씨나 그림실력이 안 되니까 못하겠지 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분들을 위해 대신 자서전 작업을 해주는 출판사나 회사들도 있으니까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모든 삶은 기록될 가치가 있으니까요.     


M3 카더가든 - 나무

https://youtu.be/cHkDZ1ekB9U


ann 가정의 달을 맞아 엄마에 대한 책 만나보고 있어요. 이번에는 ‘내 어머니 이야기’ 만나보고 있는데요. 어떤 책인지 조금만 더 소개해주세요.     

이 책은 모두 4권으로 돼 있는데요. 작가의 엄마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천천히 따라가는 책입니다. 1부는 일제강점기 함경도 북청 지역을 배경으로 해요. 놋새라는 아명으로 불리던 엄마의 유년시절을 보여주는 거죠. 이 1부의 이야기를 재밌어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아무래도 우리가 흔히 접하기 힘든 북한 지역에서의 평범한 삶의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아직 분단 전이기는 하지만요. 이 만화에는 엄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함경도의 사투리를 철저하게 재현해서 담고 있는데요. 그런 사투리를 읽는 재미도 남다르고요.


ann 굉장히 투박하면서도 정감이 묻어나는 느낌도 있더라고요.     

그렇죠. 2부에서는 엄마가 원치 않는 결혼을 했다가 광복을 맞이하는 내용이 나오고요. 이후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피난민이 되고 함경도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와 정착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3부는 거제 수용소에서의 생활,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논산에 정착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엄마가 고군분투하는 삶이 펼쳐지고요. 4부는 1970년대에 가족이 서울에 상경한 뒤의 삶, 그리고 이 책을 그린 작가의 이야기가 함께 맞물리면서 현재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ann 전쟁을 겪고 피난민 생활을 하기는 하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부모님들의 삶이잖아요. 이런 삶이 4권의 만화책으로 탄생했다는 게 다시 한번 놀랍기도 하고요.     

모든 삶은 기억될 가치가 있다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례가 아닐까 싶고요. 이 책들을 읽다보면 책에 나오는 엄마가 아니라 우리 엄마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당장 달려가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해지고요. 저는 엄마가 어릴 때 돌아가셔서 직접 물어볼 수가 없고, 대신 엄마의 동생들, 제 이모죠. 이모들을 만날 때면 이따금씩 물어보곤 하는데요. 다들 책을 읽는데서 그치지 말고 엄마가 어떤 삶을 사셨을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엄마의 삶은 어땠을지 이번 주말에 한번 시간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떨까도 싶습니다.     


M4 커피소년 –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

https://youtu.be/Zt1KtUJjU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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