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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Sep 12. 2019

손흥민과 박찬호가 생각한 것들

tbs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9월 1일 아흔다섯 번째 방송은 스포츠 스타들이 쓴 에세이를 소개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스포츠 선수들의 에세이를 준비했는데요. 한국을 대표해 세계 무대에서 뛰고 있고, 또 뛰었던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운동 실력만큼이나 한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더 큰 선수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네요.


ann 스포츠 선수들의 에세이. 어떤 선수부터 만나볼까요?     

먼저 소개해드릴 스포츠 스타는 손흥민입니다. 박지성의 뒤를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스타이자, 이제는 월드클래스 급의 축구 선수로도 인정받고 있죠. 손흥민 선수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16살의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 스카우트돼서 유럽 무대에 진출했고요. 함부르크에 이어 독일 최고 명문 구단인 레버쿠젠에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우며 이적을 하고 이후 2015년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으로 이적을 합니다. 지난 시즌에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영국 BBC가 뽑은 역대 최고의 아시아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고요. 말 그대로 한국을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축구 선수로 거듭났죠.


ann 그런 손흥민 선수가 책을 썼군요.     

지난 7월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에세이인데요. 제목은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입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손흥민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의 꿈을 꾸고 독일을 거쳐 영국으로 가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영국에서 마침내 세계적인 선수들과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하게 된 이야기까지, 우리가 잘 몰랐던 축구선수 손흥민과 스물일곱 청년 손흥민의 이야기가 고루 담겨 있는 책입니다.

ann 손흥민은 단순히 축구 실력만 좋은 게 아니라 팬 서비스도 좋고 인성도 좋은 걸로 유명하잖아요. 그런 손흥민 선수의 인생사가 담겨 있다고 하니 기대되네요.     

j 얼마 전에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한국을 방문했다가 팬들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서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죠. 스포츠 스타는 그저 운동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롤 모델이 되기 때문에 행동거지 하나하나도 신경쓰는 게 중요한데요. 손흥민은 팬 서비스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훌륭한 선수로 유명하죠.     


M1 유희열 - 여름날

https://youtu.be/gUG5-w6Ce_4


ann 스포츠 스타들의 에세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먼저 손흥민 선수의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이야기 중입니다. 손흥민의 팬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나요?     

손흥민 선수가 가장 소름 돋는 순간이 언제인지 책에서 밝혔는데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거나 데뷔골을 넣거나 이런 순간이 아니라고 합니다. 자신이 가장 소름이 돋았던 순간은 주말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한국에 있는 팬들이 월요일에 출근하면서 너무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라고 해요. 출근길 지하철에서 손흥민의 골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요. 정말 팬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이 뚝뚝 묻어나오는 이야기죠.


ann 손흥민 선수가 지금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죠. 이렇게 성장하기까지는 아버지의 노력도 많은 역할을 했다고 하던데요.     

책에도 아버지와의 기억, 추억이 많이 나오는데요.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엄청 엄격했던 걸로 유명하죠. 책에서 읽고 굉장히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이거예요. 손흥민 선수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마침내 데뷔골을 넣은 날이에요. 아들의 성공을 바라면서 열심히 뒷바라지한 아버지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쁘고 흥분되겠어요. 그런데 그날 경기가 끝나고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대요.

"축구선수한테 제일 무서운 게 교만이야. 한 골 넣었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아. 지금 네가 할 일은 다음 경기 준비야. 내일 보자."


ann 정말 엄격한 아버지였네요. 그랬기 때문에 손흥민 선수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겠죠.     

손흥민 선수 아버지는 이 말을 하고 자기 방에 돌아간 뒤에 기도를 했대요. 어떤 기도냐면, 자기 아들이 오늘 하루만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해달라고요. 아들이 자만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한 거죠. 손흥민 선수 아버지의 어록이라고 할 만한 말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이런 말들을 늘 입에 달고 사셨대요.

"성공은 선불이다. 지금 인생을 투자해야 10년, 20년 후에 결과를 거둘 수 있다."

"호황이면 좋고 불황이면 더 좋다."

이런 식으로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가 아들의 멘탈을 잡아준 게 지금의 손흥민을 만든 게 아닌가 싶어요.


ann 물론 손흥민 선수 본인의 치열한 노력도 있었겠죠.     

사실 손흥민 선수가 축구를 잘하는 건 두말하면 입이 아픈 이야기니까요. 책에서 그런 부분보다도 저는 손흥민 선수가 해외 리그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에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독자들도 그 부분을 읽으면서 배울 게 많을 것 같고요. 손흥민 선수가 어릴 때 독일에 갔잖아요. 언어가 안 통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겠죠. 그럴 때 손흥민 선수는 창피당하기 싫다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오히려 다짜고짜 들이대기를 택합니다. 클럽하우스에 들어갈 때마다 구텐모르겐, 하고 크게 외쳤대요. 당연히 팀 동료들이 인사를 받으면서 이런저런 말을 더 하겠죠. 그러면 구텐모르겐 뒤에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는 거예요. 그래도 그렇게 대화를 계속해야 말이 느니까 꾸준히 그렇게 했던 거죠. 독일에서도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사람은 없다고 손흥민 선수가 적는데 이런 부분이 축구 실력만큼이나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ann 어디서든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노력하는 스타일이었던 거네요.     

손흥민 선수가 자신이 토트넘 올해의 선수에 뽑힐 수 있었던 비결을 밝히는데요. 이렇게 말합니다.

"축구를 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축구만 해야 한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는 본인만 원하면 얼마든지 화려한 삶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망각하지 않는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뛸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수도승으로 살아갈 수 있다."

꼭 스포츠 선수가 아니더라도 책을 읽는 독자들도 얻어갈 게 많은 책입니다.     


M2 전기뱀장어 – 널 향해 달리기

https://youtu.be/InI1dZKEC90


ann 스포츠 스타들의 에세이 이야기 중입니다. 두 번째로 만나볼 책은 뭔가요?     

앞에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손흥민 선수를 만나봤으니까요. 이번에는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박찬호 선수의 에세이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ann 지금은 류현진이 최고지만, 그 이전에 박찬호가 있었죠. 박찬호가 없었으면 류현진도 없었을 지 몰라요.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의 문을 열었고 그 문을 더 넓힌 게 류현진 선수니까요. 최근에 TV 프로그램을 통해서나 박찬호 선수를 접한 분들은 '투머치토커' 같은 별명부터 생각하겠지만, 저만해도 어릴 때면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자랐거든요. 1994년에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이후 LA 다저스의 1선발급 투수로 자리잡았죠. 2000년에는 18승에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고요, 2001년에는 올스타전에도 출전했죠. 2010년 10월에는 124승째를 거두면서 노모 히데오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고요. 올해 환상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 류현진 선수가 이제 메이저리그 50승을 넘겼으니까요. 124승은 정말 대단한 업적인 거죠.

ann 박찬호 선수의 에세이는 어떤 가요? 투머치토커라는 별명처럼 내용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박찬호 선수의 에세이 제목은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인데요. 2013년에 나온 책입니다. 야구 선수로서 은퇴하고 쓴 책인 거죠. 그때는 투머치토커라는 별명이 없을 때지만 책을 보면 그 조짐은 꽤 찾아볼 수 있는데요. 책에 박찬호 선수의 사인이 있는데요. 팬들에게 전하는 감사인사를 담은 사인이 무려 9줄이나 됩니다. 그만큼 할 말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는 걸 알 수 있죠.


ann 생각해보면 박찬호 선수가 말을 참 조리있게 잘하잖아요. 책도 재밌을 것 같아요.     

책은 박찬호 선수의 선수 생활을 시간 순서대로 따라간다기보다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일화를 적는 식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박찬호 선수의 야구 생활 자체가 영화 몇 편은 찍을 수 있을 만큼 파란만장했거든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서 대단한 영광을 누리기도 했지만, 한 이닝에 한 선수에게 만루홈런을 두 개나 맞는 그 유명한 한만두 사건을 겪기도 했고요. FA 후에 성적 부진으로 큰 비난을 받기도 했고요. 워낙에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다보니까 책도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그런 거죠.


M3 페퍼톤스 – 노래는 불빛처럼 달린다

https://youtu.be/mbXwvDoH4BQ


ann 스포츠 스타들의 에세이 만나보고 있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에세이 이야기했고, 두 번째로 박찬호 선수의 에세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이지만 에세이의 느낌은 다른 것 같아요.     

손흥민 선수도 대단한 업적을 써내려 가고 있지만 '최초'라는 기록과는 거리가 있죠. 손흥민 이전에 박지성이 있었고 박지성 이전에 차범근이 있었고요. 그런데 박찬호는 앞에 누구도 없었던 거예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은 박찬호가 처음이었던 거죠. 삼진을 기록해도 최초, 안타를 쳐도 최초, 뭐든 최초였던 거죠. 거기에서 생기는 부담감이 대단했던 것 같아요. 


ann 박찬호 선수는 그런 부담감을 어떻게 표현하나요?     

이런 말을 해요. 한국에서 만든 전자제품에 불량이 생기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욕을 먹듯이, 나 또한 한국이 만들어낸 사람이니까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것은 내 이름이 더럽혀지는 게 싫다는 본능적인 자존심이었다. 내 이름은 박찬호이기도 했고, 코리안이기도 했으니까.


ann 내 이름은 박찬호이자 코리안이기도 했다. 이 한마디로 박찬호 선수가 느꼈을 부담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언어나 음식, 문화 모든 게 낯선 나라에 오로지 야구 실력 하나만 가지고 무작정 도전했던 거니까요.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바로바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요.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 수 있죠.

박찬호 선수하면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가 경기 중에 상대 선수에게 이단옆차기를 날린 건데요. 1999년 6월의 일이에요. 책에 보면 그 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요. 박찬호 선수는 이렇게 적어요. 그 상대 선수가 한국인을 무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한국인이 나의 이단옆차기를 통쾌해했다고요. 반면에 미국 팬들과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는 차가운 시선을 받았고요. 나에게는 최고로 수치스러운 경기였는데 사람들에게는 가장 통쾌한 경기라고 한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이런 마음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요.


ann 박찬호 선수가 얼마나 고독했을지 느껴지는 부분이네요.     

FA로 거액을 받고 팀을 옮겼다가 성적이 부진했을 때는 팬들의 비난 때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하고요. 그래도 그런 어려움을 담담하게 극복해나갔고 그 끝에 124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거겠죠. 

책에 인상적인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박찬호 선수가 오래전에 쓴 일기를 읽다가 이런 말을 했대요. '거 봐, 인마' 하고요. 그 일기 속의 마지막 문장이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로 끝나고 있던 거죠. 그걸 보면서 박찬호 선수가 이렇게 속으로 생각한 거죠.

'거 봐, 인마. 그렇게 됐잖아. 그 아픈 것도 다 지나가서 이제 괜찮잖아.' 하고요.


M4 넬 – Ocean of Light

https://youtu.be/0 Ze0 TVXXH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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