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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Nov 30. 2019

사랑의 방정식을 찾아서

tbs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11월 10일 백다섯 번째 방송은 사랑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영원히 풀 수 없는 난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이라는 예측 불가능하고 어렵기만 한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에 대해 도움을 줄 만한 책을 가져와 봤습니다.


ann 사랑은 정말 어렵죠. 사랑이라는 문제에서는 정답도 없을 것 같은데요.     

딱 이게 정답이라고 알려주는 책이 있다면 아마 만오천원이든 이만원이든 아끼지 않고 책 한 권 사겠죠. 우리가 연애나 사랑을 할 때 겪는 시행착오를 생각하면 책 한 권 값이야 전혀 아까울 게 없으니까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책들은, 제 생각에는 완전한 정답까지는 아니어도 책 한 권 값을 투자해서 읽어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책입니다. 우리가 연애나 사랑에 대해서 간과하기 쉬웠던 부분들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주는 그런 책들이죠.


ann 어떤 책부터 만나볼까요?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제목만 보면 평범한 텐데요. 책의 저자가 특이합니다. 해나 프라이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요. 이분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첨단공간분석연구소에서 일하는 수학자예요.

ann 사랑에 대한 책이면 작가나 심리학자 정도가 썼어야 할 것 같은데 수학자가 썼다고요?      

굉장히 특이하죠. 이분이 원래 하는 일이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인간 행동의 다양한 패턴을 연구하는 일이라고 해요. 그리고 부업처럼 일상 속의 과학적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고요.


ann 약간의 해답이 되네요.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인간 행동의 패턴을 연구하는 일이라고 하니까요.     

사랑이나 연애도 결국에는 인간 행동의 한 패턴이잖아요. 수학적 모델로 인간의 행동 속에 숨어 있는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면 연애나 사랑의 패턴도 마찬가지로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거죠. 수학적 모델로 찾아낸 연애나 사랑의 패턴이 만능 공식까지는 아니어도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는 한 가지 힌트는 될 수 있겠죠.


M1 윤종신&장재인 - 아마추어

https://youtu.be/vLl36jnsElg


ann 오늘은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어보고 있습니다. 먼저 수학자가 쓴 사랑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 만나보고 있어요. 수학적 모델로 찾아낸 연애와 사랑의 패턴.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하네요.     

예컨대 데이트 앱에서 어떤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릴 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우리가 잘 나온 사진을 당연히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소위 말하는 얼짱 각도로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고, 최대한 근사하고 멋지게 보이는데 초점을 두죠. 그리고 자신 없는 단점은 최대한 가리려고 노력하고요. 그런데 연애에 성공하기 위한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단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사진을 프로필에 올리는 게 수학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해요.


ann 어떻게 그런 거죠?     

데이트 앱으로 이야기하다가 결국에는 실제로 만나야 하는데 단점을 가린 프로필 사진은 실제 만남에서 상대방에게 실망감을 주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기대감을 꺾는 요인. 반면에 처음부터 자신의 단점을 당당하게 드러낸 프로필 사진을 쓴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만나는 상대방은 이미 나의 단점을 좋아해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연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책에서 하는 조언은 '당신이 머리숱이 적다면 과감하게 모자를 벗은 사진을 프로필로 올려라'입니다.


ann 수학적 모델로 사랑의 패턴을 찾아내는 작업. 흥미로운데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오나요?     

게일-섀플리 알고리즘이라는 수학적 모델이 있는데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들이 만든 알고리즘이에요. 상대방에게 선호를 가진 경제 주체들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매칭을 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알고리즘인데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애정촌의 공식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네요. 어떤 알고리즘이냐면, n명의 남녀가 한 집단에 있다고 하면요. 일단 각 남성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에게 프러포즈를 해요. 여러 명의 남성에게 프러포즈를 받으면 여성은 그중에서 한 명을 골라서 매칭이 돼요. 매칭이 안 된 남성이 다시 남은 여성 중에 프러포즈를 하고 여성은 그중에 선호하는 남성을 고르는 식의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거죠. 이렇게 되면 결국 모든 매칭이 이뤄지게 된다는 이론이에요. 최근에는 장기기증자를 찾을 때 이 알고리즘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ann 그런데 이 알고리즘을 어떻게 연애에 적용한다는 거죠?     

이 알고리즘이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데 사실 엄청 단순한 거예요.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먼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과감하게 고백을 하는 게 가만히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진다. 먼저 선택을 하는 사람이 훨씬 더 좋은 짝을 찾을 수 있다는 거죠. 반면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한다면 결국에는 제일 덜 싫어하는 사람과 짝이 된다는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짝이 되는 것과 제일 덜 싫어하는 사람과 짝이 되는 것.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마음에 드는 이성이 보이면 용기를 내라는 게 수학적 확률에 기반한 수학자의 연애 조언인 거죠.


ann 수학자가 이야기한 거니까 훨씬 설득력이 있게 들리네요.     

뼈 때리는 이야기도 많은데요. 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 본인이 30대에 접어들고 보니까 연애 시장에 남아 있는 아름답고 지적인 싱글 여성의 수와 잘생기고 괜찮은 싱글 남성의 수 사이에 상당한 불균형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래요. 그래서 '괜찮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하는 한탄이 나왔다는 거죠.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여성입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도 이런 말 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문제는 남성들은 괜찮은 여성이 없다고 하고, 여성들은 괜찮은 남성이 없다고 하는 거죠. 책에서는 수학적으로 보면 이런 불균형은 불가능하다고 해요.


ann 하지만 정말 불균형이 있지 않나요? 괜찮은 남성이 안 보이는데요!     

그걸 '페르미 추정'으로 설명을 합니다. 괜찮은 이성이 안 보이는 건 본인의 눈높이와 기준이 너무 높아서일 수 있다고요. 수학적으로 보면 평균의 이성은 늘 주위에 많기 마련인데 나의 눈높이가 평균보다 너무 높은 곳에 맞춰져 있다보면 '괜찮은' 이성을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기준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생겼을 가능성이 큰데, 정말 제대로 된 연애를 하려면 나에게 맞는 기준을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ann 수학 모델로 사랑에 대해 조언을 한다고 했을 때 긴가민가했는데, 정말로 이해하기 쉽게 쏙쏙 기억에 남네요.     

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수학이 추구하는 바도 현실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이끌어냄으로써 감정과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에 가려져 있는 숨은 패턴과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다. 연애와 사랑이 너무너무 어렵고, 여자친구, 남자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기도 하죠. 그럴 때 상대방의 마음은 도저히 이해 불가능하다고 넘어가기보다는 어떻게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연애도, 사랑도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M2 가을방학 - 첫사랑

https://youtu.be/xGHpnOr5isU


ann 오늘은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어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만나볼 책은요?     

이번에 소개할 책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입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다 보니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 같아요. 에리히 프롬은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문을 연 학자로도 유명하죠. 사회학과 심리학을 결합해 다양한 연구를 했는데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여러 재미있는 글을 남겼거든요. '사랑의 기술'도 그중 하나입니다.


ann 사랑의 기술은 거의 고전에 가까운 책 아닌가요?     

처음 이 책이 출간된 게 1956년이라고 하니까요. 벌써 60년도 더 지난 거죠. 최근에 이 책의 리커버 버전이 새로 출간이 됐거든요. 예전에 국내에 번역돼 출간된 책들은 워낙 오래됐다 보니까 표지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새로 리커버 된 책은 굉장히 손에 들고 싶게 만들었더라고요. 출간 50주년 기념판을 리커버 한 것이라 예전에 번역돼 나온 책에는 없는 에리히 프롬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고요. 고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워낙에 좋은 책이다 보니 꼭 한 번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ann 그런데 1950년대에 출간된 책에 실린 사랑에 대한 조언이나 메시지가 2019년인 지금도 여전히 통하는 건가요?     

그래서 고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시대나 시간을 초월해서 여전히 통용되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 고전으로 살아남는 거죠. 아마도 에리히 프롬은 1950년대의 시대상을 보면서 이 책을 썼겠지만, 2019년인 지금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책 속에서 지금의 시대에 맞는 조언을 찾아낼 수 있거든요. 1950년대와 2019년의 사랑의 풍경이 비슷하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고요.


ann 제목부터가 약간 의미 심장하죠. 사랑의 기술. 사랑을 감정이 아니라 기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건가요?

바로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는 건데요. 우리는 사랑을 감정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강렬한 감정의 근원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프롬은 사랑을 감정이 아닌 기술의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현대 시대의 사랑은 더 이상 순수한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는 게 프롬의 진단이에요. 자본주의나 시장질서가 인간의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연인을 찾을 때도 시장 논리에 따라 생각하는 게 너무 당연해졌다고 보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순수한 감정에 눈 뜨세요 같은 말을 하는 건 너무 순진하다는 겁니다. 기술의 문제로 사랑을 바라보고 거기에서 우리의 진짜 모습을 찾아줄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자는 거죠.


M3 마마무 - 금요일밤

https://youtu.be/NM4NtWH3ClA


ann 오늘은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어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만나보고 있어요.      

사랑을 단순히 감정의 문제로만 치부하면 이건 배울 필요가 없는 게 되거든요. 순간적인 감정이라면 우리가 예측할 수도 배울 수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기술의 문제가 되면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익혀야 되는 거죠. 프롬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굉장히 주체적인데요. 누구를 사랑할 것인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할 능력이 있는지, 능력의 문제라는 게 프롬의 지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롬은 사랑은 빠지는 게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라고 지적을 하고요.


ann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을 쓰잖아요. 이런 표현이 잘못됐다는 건가요?     

프롬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거죠. 사랑은 수동적으로 빠지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내가 참여해야 하는 무엇이라는 겁니다. 빠지는 것이 되면 기본적으로 내가 수동적인 위치에 서게 되잖아요. 프롬이 생각하는 사랑은 능동적으로 주는 것이고 활동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봐요. 이렇게 사랑을 잘 주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랑의 기술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거고요.


ann 사랑마저도 배우고 익혀야 한다니, 안 그래도 배울게 너무나 많은 세상인데요.      

최근에 탈연애 선언이라는 말도 있지만, 저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탈연애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죠. 이성과의 연애 관계를 갖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살면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경험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 책에 이런 말이 나와요.

'사랑의 경우 포기는 불가능하므로 사랑의 실패를 극복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오직 하나뿐인 것 같다. 실패의 원인을 가려내고 사랑의 의미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배울 게 많고 많지만 사랑만큼은 배우는 걸 포기해서는 안될 것 같아요.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사랑을 배워야 한다는 그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적절한 책일 것 같고요.


ann 책에서 이 문장만큼은 꼭 소개해주고 싶다 할 문장이 있을까요?     

요즘 사랑을 쉽게 생각하고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데이트 폭력 같은 문제도 마찬가지죠. 이 문장이 저는 참 좋았는데요.

'사랑에 존경이 없다면 책임은 쉽게 지배와 소유로 타락할 것이다. 존경은 두려움이나 외경을 뜻하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알아차리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을 존경할 줄 아는 사랑이 조금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M4 adele – someone like you

https://youtu.be/hLQl3WQQoQ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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