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부엌에 서면, 손부터 망설여질 때가 있다. 도마 꺼내고, 칼 꺼내고, 재료를 손질하는 데만 시간이 걸린다. 시작도 전에 그 준비과정과 시간을 미리 예상하면 이미 반쯤 지치는 기분이다. 워킹맘들은 그 풍선빠지듯 , 지치는 기분을 알리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가볍게, 더 단순하게, 더 간소하게 만드는 것!
그 모든 과정을 줄이는데 가위 하나면 충분하다. 가위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대신할 수 있다.
닭가슴살을 큼직하게 자를 때도, 두부를 국물 위에 바로 넣을 때도, 애호박이나 대파를 냄비 위에서 자를 때도 모두 가위 하나로 끝난다. 손끝으로 잡아 자르면 칼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무엇보다 도마가 필요 없으니, 씻을 것도 줄어든다.
예를 들어 콩나물국을 끓일 때,
물에 씻은 콩나물을 냄비에 바로 넣고 양파 반쪽을 가위로 잘라 넣는다. 다진 마늘 반 스푼, 소금 약간,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리고 뚜껑을 덮는다.
불을 올리고 끓이는 동안 손은 자유롭다.
칼도, 도마도, 채반도 없다. 냄비 하나만 남고, 설거지는 고작 국자 하나뿐이다.
닭볶음, 참치볶음, 두부조림 같은 반찬도 마찬가지다.
가위로 재료를 자르며 바로 팬에 넣으면 별도의 손질 과정이 사라진다.
양념도 직접 팬 위에서 섞으니, 그릇에 따로 덜어놓을 필요가 없다.
가위를 쓰면 요리 순서가 단순해진다.
손에 들고 바로 자르기 때문에 ‘재료 손질 → 조리 → 담기’의 경계가 흐려진다.
흐름이 만들어지면 그냥 내 손을 거기에 얹으면 된다. 그만큼 편해지고 자연스러워진다.
이 단순한 흐름 덕분에 조리 시간이 줄고, 주방이 한결 빠르게 정돈된다.
도마와 칼을 완전히 없애건 아니다. 큰 무를 자르거나 단단한 당근을 썰때는 도마도 칼도 제자리를 잡는다.
단지 매일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다.
가위를 중심으로 한 조리법에 익숙해지면, 손이 덜 가고, 생각도 단순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설거지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저녁을 준비하고 식탁에 둘러앉아 한옹큼 야무지게 밥을 퍼서 잘 먹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퇴근 후 바쁘게 준비하는 저녁준비에 대한 보상이다.
하지만 함께 나누는 기쁨을 마무리한 후 싱크볼에 가득 담긴 그릇은 또 다른 출근 같으니 사실 전혀 즐겁지 않다.
그랬던 것이
가위를 쓰고 도마와 칼의 사용빈도를 줄이면서 설거지 거리는 눈에 띄게 줄었고 덕분에
하루 중 가장 피곤한 시간이 조금 더 가볍고 짧아진다. 특히 요리 중에 틈틈이 설거지를 끝내버리면 식사 이후에도 그릇 몇 가지와 수저만 정리해도 된다.
요리가 간단해지면 저녁이 길어진다.
식탁 앞에서 숨 고를 시간, 그 빈틈만큼 마음에 찾아온 여유와 함께 조금은 덜 부산스럽게 밤시간을 맞이하면 잠이라는 시간이 더욱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게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