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미니멀 키친. 미니멀 안전수칙 챙기기
저녁 준비를 하다 보면 아주 작은 순간들이 있다.
어제 남은 밥만으로는 4인용으로 모자라서 햇반을 급하게 데우려고 꺼냈다가,
오늘은 국 하나 끓여내기도 벅차서 카레 파우치를 살짝 들어보다가,
남편이 아이들 데리고 나가줘서 모처럼 혼자 즐기는 점심에 사발면을 꺼내다가,
주말에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털어 넣다가—
그때 문득 스치는 질문.
“이거… 괜찮은 거 맞나?”
일회용 나무젓가락, 종이컵, 파우치, 아이들 식기…
이런 것들은 일상에서 너무 자주 쓰다 보니
오히려 의심조차 늦게 찾아온다.
그렇지만
싱크대 앞에서 내가 조리한 음식 앞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오늘도
뜨거운 밥 숟가락을 부지런히 들고 그 밥심으로
아이들이 오늘도 내일도 자라고 내가 매일같이 출근할 힘을 얻는다는 그 단순한 사실 앞에서
이런 질문들은 이제 익숙하다고 그냥 지나치기엔 묵직하다.
그래서 한번 진지하게 찾아보았다.
한때 아이들 식기로 유행했던 옥수수전분 식기가 있었다.
“자연 유래”, “친환경”이라는 말이 주는 안심 때문이었지만
알고 보니 이 재질은 높은 열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돌아온 결론은 아주 단순했다.
뜨거운 음식은 스테인리스나 도자기
전자레인지는 유리 용기
실리콘은 조리용보다 보조용으로
매번 사용할 때마다 정확한 정보가 없으니 약간의 찝찝한 염려가 남아있었는데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훨씬 고민을 덜었다.
역시 “아이 입에 닿는 건 조금이라도 더 확실하게”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엄마의 마음부터
편하게 해 준다.
예전엔 커피를 종이컵에 타서 마시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일상의 한 풍경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뜨거운 액체가 종이컵의 코팅을 지나면서
미량의 미세 플라스틱 성분과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후
이제는 그전처럼 뜨거운 음료를 종이컵에 바로 부어 마시지는 않는다.
교무실에서는 늘 구비하고 있는 개인 스텐텀블러, 집에서는 머그컵, 밖에 나갈 때는
가급적 집에서 마개를 꼭 잠글 수 있는 텀블러를 챙겨 나온다.
물론 깜빡하고 텀블러 없이 외출했을 때는 테크아웃 커피컵을 그대로 사용할 때도 있다.
그래도 그 횟수가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다.
매번 이렇게 챙기는 것이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익숙해지면 또 습관이 되고
무엇보다 내 몸에 좋다 싶으니 마음도 편하다.
햇반은 시간 없고 밥솥을 열 여유조차 없는 바쁜 저녁 시간에 너무나 고마운 존재다.
그렇지만 가끔 전자레인지에서 하얗게 김이 올라오는 뜨거운 햇반 용기를 집어들 때면
예의 "안전한가"라는 염려가 따라 올라온다.
그렇게 알아본 햇반의 안전성.
결론적으로 햇반은 "안전하다".
햇반의 PP(폴리프로필렌) 용기는 전자레인지용으로 안전한 축에 속한다.
다만 나는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데운다는 원칙이 있다. 시간을 초과해서 데우면 예의 그 찜찜한 염려가 따라붙으니 딱 돌리라고 명시한 시간만큼만 데운다.
그리고 사용한 용기를 재사용하는 일은 절대 금지!
사소한 주의 하나가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카레나 짜장 파우치를 전자레인지에 넣기 전,
나는 라벨을 꼭 확인한다.
“전자레인지용” 문구가 있으면 OK
없다면 무조건 중탕
아이가 먹는 음식일수록 이 확인 과정이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어쩌면 안전이라는 건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라
한 번 확인해 보는 성의에서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참 편리한 시대를 산다. 전자레인지 한 번 ‘띵’ 하고 울리면 저녁 한 끼가 완성된다.
하지만 이 편리함을 오래, 안전하게 누리고 싶다면 아주 작은 원칙 몇 가지는 지켜야 한다.
뜨거운 건 일회용에 넣지 않기
파우치는 라벨 한 번 확인하기
아이 식기는 재질 먼저 보기
전자레인지는 유리로
작고 사소해서 때로는 챙기거나 확인하기가 귀찮기도 한 일들. 그런데 우리 일상의 대부분은
이런 귀찮은 일들의 연속이다. 그래서 귀찮은 걸 계속해야 우리 일상이 안전해진다.
편리함은 기술이 주지만 안심은 결국 습관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