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지만 오래가는 것들로 채운 집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아이템.

by 빛나는 지금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물건들이 있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볍고, 튼튼하고, 매일 써도 스트레스 없는 것들.


어떤 물건은 보기에는 멋진데 막상 쓰기 불편해 서랍 속으로 들어가고, 어떤 물건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이상하게 손이 계속 간다.


이 물건이 사용하기 편한가 아닌가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아침에 자기 출근준비도 해야 하는 워킹맘이 본능적으로 사용하는가 아닌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옷장이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예쁘고 할인도 하길래 사둔 옷들이 많았지만, 결국 아침마다 아이가 집어 드는 옷은 몇 벌로 정리된다. 흐물거리지 않고, 세탁 후에도 모양이 그대로 사는 옷들. 그리고 무엇보다 건조기의 강한 열풍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모양 변형 없이 사이즈도 줄지 않는 옷. 색이 튀지 않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옷들. 스모키 한 블루나 톤 다운된 청록처럼 눈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색은 아이 스스로도 자주 골랐다. 생각보다 중간 베이지도 유용했다. 흙이 묻어도 크게 티가 나지 않고, 세탁 후에도 색이 말라버리지 않아서 한철 이상 거뜬했다.


내가 바빠질수록 미니멀 라이프는 더욱 가속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집 안 물건들도 같은 방향으로 바뀌었다. 며칠 전엔 아이들 책상을 새로 들였다. 원목은 튼튼하긴 하지만 무겁고 이동이 어렵다는 점이 늘 고민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두꺼운 무늬목 상판에 스틸 다리로 된 책상을 골랐다. 안정감은 충분한데, 내가 혼자 들어도 옮길 수 있을 만큼 가볍다. 아이들 방은 끊임없이 재배치하게 되는데, 이렇게 “여자 혼자서도 이동 가능한 무게”라는 조건을 충족하니 훨씬 유연해졌다.


미니멀 루틴이 자리 잡아갈수록 우리 집 가구들도 천천히 교체되었다. 무겁고 어두운 색깔의 원목가구들은 시간차를 두고 사라졌다. 그렇게 소파도 침대도 큰 책장도 식탁도 비어졌다. 비어진 자리에는 일단 없어도 되는 가구는 더 이상 들이지 않았고 튼튼하되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것. 정리할 때 부담이 없고, 아이들 성장 단계가 바뀔 때 재배치가 쉬운 구조라는 조건을 충족시킨 가구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책상도 그랬고 낮은 2단 책장도 그랬고 원목식탁 의자 대신 들인 식탁용 스툴이 그러했다.

이런 이동식 가구들은 묵직한 미는 없지만 그 자체로 기능은 충실하고 이동할 때 적재해서 여자 혼자서도 충분히 들 수가 있다. 그리고 가격도 저렴하다.


우리 집 주방에 자리한 접이식 전기포트도 좋은 사례이다. 작년에 해외 나가면서 딱 접어서 캐리어에 넣어가려고 구매한 물건인데 지금은 집에서도 가장 자주 쓰는 물건이 됐다. 펼치면 충분한 용량이 나오고, 접으면 손바닥 두 개 크기만큼 줄어든다. 물은 빨리 끓고, 세척도 편해서 고민 없이 계속 손이 간다.

용량이 작은 만큼 필요할 때만 필요한 만큼 분량의 물만 사용한다. 디자인도 작고 앙증맞아

미니멀 루틴을 추구하는 나에게 꼭 맞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준이 생겼다.
“나 혼자 들어서 옮길 수 있는지?”
“세탁·정리·관리까지 포함해 편한지?”
“하나로 여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지?”

이 조건을 통과한 물건들만 남기다 보니 집은 더 가벼워졌고, 매일의 선택도 덜 복잡해졌다. 어떤 물건이 특별히 예쁜 건 아니지만, 오래 보고 오래 써도 부담이 없는 것들이 결국 자리를 지키게 된다.

그리고 그 몇 가지 덕분에 하루가 조금 더 부드럽게 흘러간다.

잘 고른 물건 하나가 생활을 정리해 준다.

물건은 친구 같은 존재다. 매일 보니 금방 익숙해지지만 내게 딱 맞는 물건은 오래도록

내 곁에서 내 삶을 윤택하게 해 준다.


미니멀 라이프가 가능한 이유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만나게 된 지금의 미니멀 아이템 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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