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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지금 Sep 07. 2023

오늘도 어제처럼 할 일을 한다.

꿈과 바람을 미니멀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요 근래 간절히 바랐던 일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모습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을 겪으면서  나의 질문은 두 가지였다.


먼저, 나는 왜 자라지 못했을까? 였다. 인생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과 이 세상에서 나 자신을 제외하고 ( 물론 나 자신도 쉬이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포함해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늘 생각했는데 막상 바라는 일이 잘 안 되자 나는 우리 첫째와 같은 다섯 살 아이가 되어 발을 구르고 울고 그리고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삐져버렸다.


둘째, 꿈과 소원도 집을 정리하듯 버릴 수는 없을까? 였다. 여건과 상황에 맞지 않는 꿈. 나의 욕심이어서 다른 가족들에게 강요해야 하고 그래도 잘 안되면 그들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일까지 불사해야 하는 바람들. 결혼 전에는 꿈꾸는 것이 쉬웠다. 그래서 간절함은 덜했고 그 결과 온전히 나의 것이었던 시간과 자원들을 낭비한 적도 많았다. 그리고 결혼 후 인생의 타이틀이 많아지고 더 이상 시간과 환경을 내가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도리어 간절함이 강해졌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제는 주어진 여건과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을 다 살펴야 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나의 미성숙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는 그 조율의 과정이 힘들다. 나 같지 않은 남편의 느림과 미지근한 태도가 답답하고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내 계획대로 밀어붙혔을때 미칠 영향이 두렵다.


이렇게 속이 답답해질 때 나는 무얼 했더라? 

그때 나는 비우기를 했다. 그냥 다시 내 일상을 꾸리는 거다. 설혹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청소뿐이고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우리 집뿐이라 할지라도 내 손과 발을 움직여 내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가시적 변화 한 가지를 만들어 내는 것. 그래서 내가 주도적으로 내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존재임을 아주 작게나마 확인하는 것. 그것이 현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다,


여건과 상황에 떠밀려 꿈을 미니멀하게 줄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나의 꿈이 가족 모두의 꿈이 아닐 때 그것을 강요하는 어리석은 짓 또한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은 기다림이다. 나 자신을 기다리고 가족들을 기다리고 상황을 기다리는 것.

그리고 청소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움직인다.


언젠가 유튜브를 통해 무슨 강연에서 우울증이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언을 들었다.


"매일 일어나면 먼저 이를 닦고 머리를 단정히 빗고 세수를 하세요. 매일 하는 일상적인 작은 일들을 습관처럼 일정한 시간에 하세요."


감정이 폭풍우가 되어 휘몰아칠 때 내가 붙들 수 있는 뿌리 깊은 나무는 무엇인가.


여전히 흔들거리는 나에게 미니멀라이프는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매일 현관을 쓸고 설거지 후 싱크대 주변의 물기를 깨끗이 닦아내고 화장실 신발을 걸이에 가지런히 꽂아두는 것.


그리고 버릴 물건을 찾아내는 흥분과 비운 후 개운함을 누리는 것.


그렇게 꿈을 놓지 못해 잠정 보류하고 마음이 힘들어 허덕거리는 나를 붙들어 줄 뿌리 깊은 나무, 미니멀라이프를 붙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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