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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지금
Jun 24. 2024
2년간의 적금을 내고 얻은 것
이스라엘
은 4월부터 11월까지는 건기입니다. 비가 오지않고 거의 매일 햇살이 가득한 날이 이어집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작은 화단 가득 햇살이 쏟아집니다.
햇살부자가 되어
저 햇살을 놓칠세라 바삐 손을 놀리며 그 아래 널어 놓을 것들을 모읍니다.
집에 의자들을 꺼내놓고 그 위에 베개와 이불을 널어놓고 앞뒤로 돌려놓으며 바짝 말립니다.
눈에 보이지않는 진드기, 먼지 벌레 등이 싹 살균되어 사라지는 것 같아 뽀득뽀득 설거지를 끝내고 마른 행주로 물기까지 싹 훔친 후 매끈한 그릇을 만지듯 상쾌한 기분입니다.
오늘도 여름이불과 매트리스 커버를 싸악 벗겨서 빨래 후 탈탈 털어 말렸습니다.
이렇게 두면 얇은 두께의 천일 경우 금방 마릅니다.
햇살에 말린 빨래 냄새를 맡아보신적이 있나요?
건조기랑은 또 다르답니다.
바싹 마른 천에서는
햇살향기가 묻어 납니다.
갓 세수를 한 아기 얼굴에서 나는 듯한
보송거리는 향이 가득합니다.
빨래를 널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여기 예루살렘에 와서 시간을 선물받았구나..."
이스라엘로 오기위해 2년여간 들었던 적금을 다 해지하고 돈을 다 모았습니다.
남편은 유학으로 저는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 둘과 함께 온 길이라 당분간은 수입 없이 모아둔 돈을 쓰며 지내야합니다.
사실, 모아둔 돈으로 예정하고 있는 유학 기간을 채우기에는 당연히 모자라지만 미래를 미리 다 계획하기를 내려놓고 현재 열린 길을 걷기로 하고
내딛은 시작이었습니다.
통장의 숫자는 조금씩 줄고있지만
이제는 크게 마음을 쓰지않습니다.
과거도 미래도
저의
것이 아니구나 하고 알게되니
내려놓는게 크게 어렵지않았습니다.
늘 어떻게 해야하는지 미리 계획하는것이 최적화 된 사람으로서 종종 이렇게 생각없이 지내도 될까 하는 예의 걱정과 초조함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 걱정과 초조함으로 통장의 숫자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을요. :)
그래서 이왕이면 편하게 있기로 했답니다.
적금을 다 내고 무얼 샀을까요?
네. 시간을 얻었습니다.
이스라엘로 오기 전, 저는 워킹맘으로 아이 둘은 어린이집, 유치원으로 남편은 사역으로 가족들은 바빴습니다.
아침에는 출근하느라 바쁘고
출근해서는 일하느라 바쁘고
퇴근해서는 먹이고 씻기고 재우느라 바빴습니다.
주말에는 주중에 못한 것 하느라, 가야할 곳이라도 한번 가보려니
바쁩니다.
바쁨속에서도 머리와 마음은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를 왔다갔다하느라 쉼이 없었습니다. 과거의 일에서는 아쉬움과 섭섭함과 후회를 길어올리고 미래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고 뭘하고 살고 뭘먹고 살고...를 고민하느라 불안과 걱정을 끌어왔습니다.
현재에 머무는게 이다지도 힘든 일이었나요...
그러다
예루살렘에 왔습니다.
이제는 현재에 머물며 이상적인 삶을 살고있는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비슷한 씨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햇살과 바람. 뽀송뽀송해진 빨래를
보고 만지고 느끼고 볼을 부벼볼
시간을 얻었습니다.
출근할때면 아직 자고 있는 두 아이들의 얼굴만 보고 나서느라 급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의 아침을 차려줄 수 있는 시간을 얻었습니다.
살랑거리는 커텐과 햇살따라 흔들리는 그림자의 무늬를 멍하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매트로 만든 텐트에 초대받아 놀러갈 수 있는 시간을 얻었습니다.
직장에서 바쁘고 힘들때 뭐하러 이렇게 힘들게 사나 하는 질문에 "돈 벌려고" 하며 자문자답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 돈이 시간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나에게
내가 서있는 지점을 계속 보게합니다.
과거인지 미래인지.
아니면 지금 여기 현재인지.
현재에 머물며
평범하고 특별한 순간을 누리고
기록하는 일상을
이어가다보면
다시
외부적 환경으로
바빠지더라도
그 바쁨에 쓸려가기보다는 그 속에서 현재를 누리는
나로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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