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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지금 Jun 29. 2024

미니멀 살림, 예쁘다. 내 하루.

남편의 유학길에 같이 해외에 나오면 어디를 제일 자주 가고 무슨일을 제일 많이 하게 될까?


한국을 떠나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이국땅에 발을 디뎠으니 열심히 새로움과 낯설음속에서 보고 듣고 맛보느라 바쁠것도 같은데.


실은 제일 오래 머무는 곳은 집이요.

제일 긴 시간을 들여 하는 일은 밥짓고 치우는 일이다.


올 2월까지, 한파를 고 옷을 여미며 출근길에 오를때 그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그낭 있어도 좋을 것 같았던 집에 이렇게 원 없이 머무는 요즘.


한가지 바람으로 끝나는게 사람의 삶이 아니라

흐르는 물같은 우리 인생 살이속에서

그 강을 따라 가다보니 다른 산과 다른 평지와  계곡을 만나듯

내 마음의 풍경도 달라져

또 다른 바람들이 뭉글거리며 올라오는 시간을 보내다보면


정지 된 사진 같은 집 풍경과

무한 반복되는 영상같은 집에서의 일상은

때때로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칫 그 답답함에 머물다보면

무기력으로 이어지기도 하기에

서둘러 나 자신을 일으키고 환기시켜줄

작지만 분명한 변화들이 필요할때가 있다.


나에게 그 변화는 참 가까이에 있다.


미니멀한 살림으로

집안에 단정하면서도 신선한 변화를 이어가고

또 유지해가는 것.

먼저, 설거지를 끝낸 그릇들이 다 마르고 나면 건조대를 깨끗히 비운다.

예전에는 1시간도 채 안되어

다시 꺼내쓰게 될 그릇을 무엇하러

챙겨넣을까 했다.


그러나 실제로 건조대를 싹 비우고

접시와 수저등을 제자리에 잘 정리해서 넣는 일련의 행동 자체가 어수선한 내 마음을 정돈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설혹 1시간도 안되어

다시 그릇을 꺼내고 설거지를 이어 한다해도

그 1시간동안 수없이 오고가며 보게되는 주방과 건조대의 말끔한 모습은  내 일상에 상쾌함과 단정함을 더해준다.


냉장고 측면에 고리자석을 붙히고 각종 조리도구를 걸어둔다. 정면에서 보이지않아 주방이 깔끔해보이고 그 옆에 전기렌지가 있는 주조리공간이라 조리시 손 닿는 곳에 바로 위치해서 사용도 간편하다.


찬장에  그릇들은 우리 4인가족이 쓸 양으로만 최소로 두고있다. 그릇을 더 얻으려고 했다면 더 많이 구비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부러 최소로 놔둔다.

설거지 양도, 정리하는 품도 덜 들지만

정리 후 찬장을 열어볼때마다

이런 여백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아래 서랍도 마찬가지.

후라이팬 하나. 냄비와 스텐볼도 각각 최소로만 두고 쓴다.

밀대는 혹시 수제비라도 할 일이 있을까해서 가지고는 있는데 두달넘게 손이 안갔으니

조만간 정리를 할것 같다. :)


조리공간.

식사준비할때 가장 분주해지는 곳이자

그래서 더 미니멀하게 깨끗히 유지하려고 신경쓰는 곳이다.

조리가 끝나면

깨끗하게 훔치고 각종 조리도구  및 그릇들도 모두 제자리로 옮긴 후 다음 식사준비때까지 가급적 물건을 올려두지 않으려고 한다.


싱크볼 바로 아랫 부분.

한국에서 가져온 정수기를 설치하고

싱크대를 뚫어 수도꼭지를 위로 올릴 수가 없어서

모양새가 이상하지만 이 상태로 물을 받아쓴다.

일단 구조적으로 깔끔하기가 힘든 좁은 공간이라

물건자체를 최소화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쓰레기 봉지와 야채바구니 그리고 압력밥솥.

위에 두기도 어렵고 부피가 큰 도구들을 넣어두었다.


여기서 더 채워넣지 않도록 신경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이들 소소한 간식까지 다 먹고난 후

그날의 마지막 설거지를 끝낸 후

오늘도 수고한 수세미를 탈탈 털어

빨래집게로 수저통에 고정시킨다.


물기 머금은 수세미를  빨래집게를 이용해 공중에 띄워 고정시켜 두면 건조도 빨리 되고 보기에도 깔끔하다.


수세미까지 제자리로 돌아가면

나의 작은 살림살이가 뿌듯한 기지개를 켜며 말을 건넨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라고.


살림이란게 그렇다.

하고 먹고 치우고의 반복이다.


그런데 그 살림이 "산다. 사람이"의 줄임말 같다.

그 반복의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은 자라고

가족이라는 열매가 영근다.


반복같지만 꾸준한 "성장" 인 것이다.


내 눈과 마음이 자칫 둔해져  그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 작은 "살림" 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작아서 더 미니멀한 소소한 행동들을 반복하고 우직하게 이어간다.


아이들도 남편도 몰라봐도

그 손길이 스치고 간 후 반짝이는 변화가

나에게는 보물같다.


그 단정함 속에서 내 마음도 차분해진다.


그렇게 분주함과 고요함이 왔다갔다 하면서 일상을 물들인다.

그 색깔은 결코 지루하거나 무디지않고

예쁘다.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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