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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지금
Jul 06. 2024
물건이 건네는 위로
미니멀리스트가 사랑하는 물건 2
항상 곁에 두게 되는 물건들이 있다.
몇날을 고민하고 두번 세번 가게에 들러 입어보고 만져보고 들어보고 산 물건임에도 막상 구입한 이후에는 옷장이나 수납장속에 넣어두고 자주 안쓰게 되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어느날 누군가에게 얻었거나
큰 고민없이 싼 가격에 산 물건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찾게 되고 쓰게 되고
늘 곁에 두고 아끼는 물건도 있다.
처음 구매하거나 받을때는 그 물건의 진짜 가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겉모양의 화려함이 어느정도 가신 후
시간이라는누구에게나 공평한 테스트를 거친 후
그 진짜 모습을 보게되는 것 같다.
그런 물건은
마치 사람처럼 나에게만큼은 "진국"이다.
직접 손뜨개로 만든 컵 받침이다.
처음 이 니트 손뜨개를 받았을때 나의 첫 반응은
"어떻게 쓰는거지? 힘도 없어서 잘 쓰지도 못하겠는데..." 였다. 흐물흐물한 질감부터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단지 어딘가에 접어 들고 오기 편해서
이스라엘까지 오게 된 이 컵받침은 이제 매일 식탁에 오르고 있다.
오후가 되면 커피 한잔을
이 니트 컵받침에 받쳐서 테이블 위에 올린다.
하루의 반을 보내며
잠시의 여유를 커피 한잔과 함께 누리는 시간.
은은한 커피향과 손에 부드럽게 잡히는 뜨개받침의 촉감은 나에게 쉼이라는 선물을 매일 안겨준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겠고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도 기억도 잘 나지않는 오래된 천가방.
아마 친정집 옷장 어딘가에 있던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들고온 듯 하다.
처음에는 아기 기저귀나 분유 등 가방 안에 다 안들어가는 여분의 짐을 넣는데 사용했었다.
아기가 크면 자연스럽게 가방의 크기도 준다.
한창 갓난아기를 육아하던 시절. 소위 말하는 기저귀가방에 이 천가방까지 들고 여기저기 다니던 시절.
예전처럼 예쁘고 가벼운 가죽 핸드백을 들고 다니던 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때는
이 천가방은 그저 또 하나의 짐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라고 이제는
아이들 물병정도만 챙기면 될 정도로 가벼워진 지금.
이 낡은 캔버스 가방은
내가 가장 편하게 걸치고 다니는 가방으로 늘 함께한다.
가볍우면서도 탄탄한 캔버스천이라 모양도 쉬이 바뀌지않고
천의 특성상 보기보다 이것저것 물건도 많이 들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래지고 낡아지는 느낌도
캔버스천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하고 잘 어울린다.
그리고 예전 가죽 핸드백보다
따뜻한 느낌이 들어 좋다.
어깨에 걸치면
내 체온과 금방 하나가 되는 것 같다.
집게형 북스탠드.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보니 잘때 같이 누워야한다.
그러다보니
혼자 더 책을 읽는다거나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싶을때에도
누워있다 같이 잠들게 된다.
경험상, 어린 아이들을 키울수록 엄마의 개인공간과 개인시간 확보는 너무나 중요하다.
짧게라도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과 장소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네식구가 사는 방 하나, 거실 하나인 집에서 나의 시간은 둘째치고 내 공간을 만들 수는 없다.
이 집게형 북스탠드는
공간을 만드는 나만의 해결책이다.
꼭 벽과 닫힌 문으로 공간을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새근거리며 잠든 후
이 작은 북스탠드를 키면
그 빛이 닿는 거리만큼
딱 나만의 공간이 나온다.
빛은 책 한권을 비춰줄 정도라 그 따뜻한 빛속에
쏘옥하고 내 몸을 접어 들어가면
안온하고 포근한 나만의 공간이 나온다.
그 곳에서
가끔 책도 읽고
짧은 일기도 쓰고
작은 소리로
기도도 드린다.
그리고 나서 이불 안으로 들어가 청하는 잠은
참 부드럽다.
이제 만 8년이 되어가는 성경책.
시간만큼 낡기도 했고
아이들이 찟거나 뜯어서 없어진 페이지도 몇 있다.
많이 읽어서 낣아졌다기보다는
사실 여기저기 편하게 막 들고 다녀서
외양이 더 낡아버린 내 성경책.
처음 살때 밝은 핑크색과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누구의 것이든
낡은 성경책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가끔
눈물이 나기도 한다.
알지 못하지만
그 성경책을 펼쳐든
그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들이,
수많은 기도들이 켜켜히 녹아있는 듯 하다.
성경책을 손에 들고
때로는 기뻐하며 때로는 힘겨워하며
때로는 설레어하며 때로는 눈물지으며
그 분을 기다렸을
삶의 모든 순간들이
그 낡은 외양속에 물들어 있는 듯 하다.
다른 누군가는 몰라도
그 사람과 그 사람이 꼭 쥐고 있었을 성경책과
그리고 그 분만이 나누었을 이야기들이
아름답고도 가슴 시리게 아리게 느껴지기도 한다.
낡은 성경책은
그분과의 삶의 동행의 일기장 같다.
내 곁에서 나의 일상을
묵묵히 같이 하는 물건들.
그들은 오늘도 성실하게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소소한 그 따뜻함이 딱 오늘 만큼을 보낼 힘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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