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떼'시절에는 가사과목이 있었다. 바느질이며 청소 등 가사 관련된 여러가지 내용들이 교과서에 나왔는데 가장 흥미로웠던것은 음식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삼첩, 오첩... 구첩 반상등 옛 음식 문화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반질 반질 윤이 나게 닦은 나무밥상 위에 밥, 국, 3~5개의 반찬들이 담긴 접시가 올려진 한끼 식탁이 예시로 소개되곤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남이 차려놓은 밥상은 맛있어 보였던지 그 사진들을 한참 들여다보며 먹지않아도 흐뭇해 했던 기억이 난다. 정성이 담긴 정갈한 밥상은 그 자체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감사하게도 늘 삼첩 이상의 밥상을 받아왔다.
일하는 엄마를 대신하여 같이 살았던 이모는 뛰어난 요리솜씨에 손놀림도 빠르고 특히 손이 커서 한끼마다 풍성한 식탁을 준비해주셨다. 밥과 국, 김치류는 기본이요, 나물반찬에 육고기 혹은 생선 반찬이 곁들여져 나오니 아마 늘 오첩 언저리의 식단이지 않았을까. 하루 중, 가족들이 다 함께 나누는 유일한 식탁인 저녁밥상은 늘 그렇게 훈훈하고 든든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늘 급식을 먹었다. 밥. 국. 김치류. 나물이나 채소 반찬. 육고기 요리. 기름으로 조리한 요리가 거의 항상 나왔다. 바쁜 일과 속에 밥먹는 시간은 모두를 넉넉하게 만들어준다. 배가 고파 다들 인지하지는 못해도 살짝 짜증이 나고 예민해져있을때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과 포슬포슬 뽀얀 흰밥을 한숟갈 퍼서 입 안에 넣으면 모두가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여유를 되찾는다.
긴 직장생활만큼 급식 기간도 길어져서 나중에는 지루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매끼 손에 물 한번 안묻히고 받는 따뜻한 한끼 식사는 언제나 감사한 기억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자라고 이제 밥상 준비는 나의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내가 누군가의 수고로 감사히 먹고 이만큼 살아온 것 처럼 나도 이제 나 아닌 누군가에게 밥을 차려줄 때가 온 것이다.
다만, 나의 밥상은 삼첩 혹은 오첩 반상과는 좀 거리가 있다.
살림을 살 수록 점점 그 '접시'의 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 과제가 되어간다.
반찬수는 줄이되 영양과 맛은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
이것이 내 미니멀 키친의 기본방향이다.
영양과잉이 오히려 문제가 되어가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먹는다는 것,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