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선택에 확신은 없습니다
부쩍 추위가 더해진 12월에는 어떤 모양의 내 생각을 기록하면 좋을까, 집 근처의 한 카페에서 골몰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두세 살로 추정되는 아이 둘과, 아직 첫 돌도 지나지 않아 보이는 아기 하나, 그리고 보호자 두 명이 추위를 뒤로하고 따뜻한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순식간에 카페 안의 공기는 온화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돌변하였다. 사장님과 많은 손님들이 이 아이들에게 이목을 집중하였다. 나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내 동생은 심지어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들에게 온전히 푹 빠져들었다. 재잘재잘, 아장아장, 꺄르르 꺄르르... 솜사탕처럼 퐁신퐁신한 이 분위기에 갑자기 나의 마음 한편이 불편해지려고 한다. 이처럼 딱딱하고 어둑어둑한 감정은 무엇일까?
올해로 결혼 7년 차인 우리 부부는, 이전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24년 겨울 기준, 아직까지는) 2세 계획이 없는 상태이다. 나의 몸과 마음의 질병도, 낳고 기를 자신이 없는 것도, 우리 둘만으로도 행복한 나날들도 모두 이유가 될 수 있다.
어제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을 키우는 한 지인을 만났다. 여러 대화를 나누던 중, 나를 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정말 예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런가요? 저도 참 궁금해요. 어떤 아이가 불쑥 튀어나오게 될지를 말이에요. “
이런 대답을 에둘러했던 기억이 난다. 진심이다. 궁금하다. 나의 어느 생김새를 닮을지, 남편의 어떤 성격을 닮을지, 얼마나 짬뽕이 되어 나올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직접 낳아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분야일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아이를 낳고 싶은가? 그건 또 아니다! 이제 막 태어난 망아지처럼 카페 안을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넘어질까 다칠까 내가 다 불안하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보호자가 한 눈을 파는 순간 카페의 인테리어 소품을 일부 망가뜨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내가 다 불편해진다. 통제 불가능한 존재를 통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 뚝뚝,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잔뜩일지도 모른다. 그 어떤 반짝거리는 존재를 향유하지 못한다면, 심지어 그 존재를 가진 자들이 반짝거림에 대해 자랑과 자부심 가득이라면, 부럽기도 하고 못내 아쉽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부럽고 아쉽다는 이유만으로 그 반짝거리는 것을 내 것으로 취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기에,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책임감... (절레절레) 여전히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로 돌아와 고개 돌려 다시 보아도 정말 어여쁜 존재들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워 바라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낯선 사람인 나를 이모라고 부르며, 손을 흔들고 손뽀뽀를 날리는 작고 빛나는 존재라니! 그렇게 귀염성을 마음껏 뽐낸 후, 그들은 문을 열고 다시 세상 속으로 사라졌다. 시나브로 해가 저물어가는 중이다. 다시 카페에는 적당한 냉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 이 시원함이 나는 좋다. 음식도, 커피도 지나치게 뜨거운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두툼한 후드티를 입고 있던 나는, 나의 체온을 스스로 어느 정도 지키며 적당히 시원한 지금을 만끽할 것이다. 훗날 뜨거움을 간절히 갈망하는 내가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