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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May 28. 2021

외국계 회사 면접 후기

직장 생활 소고

한국에서 두번 외국계 회사 면접을 봤다.

두번 다 떨어졌다.

헤드헌터 말로는, 경력이 좀 꼬여있지만,

영어가 가능하다는 점이 제일 중요하니,

요건에 조금 맞지 않는 것은 면접을 잘 보면 커버할 수 있다고 했는데,

꼬인 경력 문제였는지,

나라는 사람이 그 포지션과 그 회사에 맞지 않았는 지

번번히 합격을 못했다.


나는 외국계 회사랑 잘 맞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서가 아니라,

국내회사가 매우 안맞는다는 경험적 확신을 가지고,

외국계로 이직을 하고 싶어 했다.

소처럼 무식하게 일은 하지만,

사내 정치에는 무심했기에,

사람을 많이 알고 사내동향에 민감해야 하는

한국의 인사 업무와는 잘 맞지 않았다.


첫번째 면접을 본 곳은 다국적 기업의 프랜차이즈였다.

가맹점주를 교육시키는 역할이었는데,

1차로 한국 지사 대표와 인사부장과 면접을 보고

2차로 스카이프로 싱가포르와 호주에 있는 아시아지역 대표?에게 PT를 했다.

취업학원 강사 경력을 빼고는 이쪽 분야의 경험이 전무했지만,

나는 분명히 아시아지역 대표로부터

"면접자 3명 중에서 최고로 잘했다.

선발권한은 나의 단독은 아니지만, 이것 만 봐서는 너는 합격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

- 결론은 탈락.


그렇게 1주일을 PT를 짜고, 당시 2살? 3살이었던 둘째를 앞에 앉히고

저녁마다 영어로 PT를 연습하던 나의 노력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었다.

물론 재미있기는 했다.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는가?


두번째 면접을 본 것은 유명한 제약회사였다.

면접 제의를 받고 나름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서류 통과 이후 바로 임원면접이었다.

단체협상과 영업사원 인센티브 설계가 주 업무였다.

페이밴드 설계는 해봤으나,

영업사원 인센티브는 비율로 나눠주는 것 이외에는 해본 적이 없어

해봤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비록 다양한 인센티브 설계는 해보지는 못했지만,

보상은 이런 점이 제일 중요하니, 이렇게 해보고 싶다고 답변을 했다.

- 취업학원 강사 경력은 나의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

안해봤으면 안해봤다고 솔직히 말하되, 일에 대한 열의를 보여라 식의 Tip.

물론 나는 떨어졌다.


이제는 나이가 더 들어 아쉽지만

실무진으로 이직할 기회가 더 이상은 없을 것 같다.

일욕심에,

가끔 내가 결혼을 안했다면?

아이가 없었다면?

이런 가정을 해보기도 하지만,

이 또한 의미가 없다.

뭣하러 일에 목숨을 거는가?

그보다 소중한 가치들이 더 많은데.

단언컨데 나는 일보다 가족이 더 소중하다.


외국계 회사는 JD(Job Description)를 명확하게 기술한다.

JD가 맞아야 한다.

JD가 안맞아도, 요구 경력에서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는 사실이 아니다.

- 지사가 얼마나 현지화되었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하다.

물론 내가 떨어진 이유는 JD가 안맞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


어려서는 내가 면접에서 떨어진다면 그게 내 잘못처럼 느껴졌겠지만,

내가 인사담당자가 되어보니 꼭 그래서만은 아니더라.

면접자에게는 말할 수 없는 회사 내부의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경력직은 더 그렇다.

부서의 인원구성이 이러이러(연령대, 성별, 학력 등)한데,

이 사람 자체는 훌륭하더라도,

이 사람이 입사를 하게 되어,

서로 다름으로 구성원들간 부딪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사전에 차단하는게 회사 입장에서는 안전한 선택이다.

그래서 무난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일을 잘해봤자 얼마나 잘하겠는가?

국내회사라면 더욱 그러할 것 같다.


그러니, 외국계 회사는 JD에 맞춰 경력을 쌓자.

국내 회사는 떨어지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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