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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Dec 23. 2021

많이 보고 적게 뽑아라!

직장 생활 소고

채용 진행할 때, 흔히들 "많이 보고 적게 뽑아라."라고 말한다.

막연히 많이 보면 그 중 옥석을 가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 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문장이다.


입사시험 점수와 직무수행성과를 각각 x축과 y축의 지표로 설정한다.

입사시험 점수의 합격점, 직무수행 성과의 기준점을 잡는다.

입사시험 점수의 합격점 위가 선발된 인원(A, C)이나 우리가 뽑았어야 하는 사람들은 A이다.


직무수행 성과는 좋지 않지만 운이 좋았던 C를 떨어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입사시험 점수의 합격점을 높이면 된다. 채용예정TO보다 선발된 인원이 줄 수는 있겠지만, 사람을 제대로 뽑지 않았을 경우,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기업은 "많이 보고, 적게 뽑아라"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선발 의사 결정의 오류

<출처 : 대한상공회의소>

https://license.korcham.net/k_test/ktest/ktest01021.jsp?m_cd=2&s_cd=1&d_cd=2>


한편, 완벽한 약혼자 찾기, 혹은 완벽한 비서 찾기라고 알려진 이론에서는, N번째 완벽한 약혼자, 비서를 찾으려면 다가오는 인연 중 37%는 보내고 그 다음부터 이전 37%의 인연 중 제일 괜찮았던 사람을 기준으로 더 괜찮은지를 판단하라고 한다.

이 이론을 처음 접한 건  TED강의였다.


<The mathematics of love>

https://youtu.be/yFVXsjVdvmY

7:15-11:40 최적 정지 이론


이 이론에도 단점이 존재하는데, 37%를 보내고 나서 최고의 연인을 만날 수도 있지만, 흘려보낸 37% 중에 내 영혼의 반쪽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확률은 낮지만 말이다.


우리 부서의 막내 직원은, "맞다. 그 놈이 제 인연인데 이미 놓친 것 같아요."라고 했다.

나는 아직 20대니, 인연의 Pool를 너무 적게 두지 말라고 조언?했다.


"많이 만나봐. 많이 만나봐야, 좋은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아니야. 물론 그럴 수도 있지.

더 중요한건 많이 만나봐야, 내가 뭘 못참는지를 알수 있다는 거야."


결국 인연이 이어지는 것은 죽고 못사는 열정이 아니라, 은근한 정과 의리라 믿기에, 나의 배우자가 내가 못참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그 사람이 매력적이어서 내가 정신을 잃고 폭 빠진다해도 그 관계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다.


그러니 그 비율이 37%이건, 그 이상이건, 사람을 많이 겪어보는 것이 좋다.

꼭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이가 아니어도 좋다.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은 하나의 우주를 알아가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관계를 가꾸고 유지하는 것은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며, 이건 내 이상형을 만난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에는, 대상인원이 정해져 있으니, '선발비율을 줄여야'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다.

누굴 만날지? 몇이나 만날지 정해지지 않은 랜덤한 우리 인생의 인연은 '최적 정지 이론'이 맞을 것 같다.


'아니 난 연애를 O번 밖에 못했는데, 이 사람이 내 인연이 아닌 건가?'

이 생각은 입밖으로 내지 말고 머릿 속으로만 생각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그 생각은 틀렸다. 당신이 몇번의 잠재적인 인연을 만날 가능성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신의 배우자가 최고의 인연이다.

위 TED강의에서도 예를 들듯이, 산란기의 물고기가 37%의 잠재적 구애자를 거절하듯, 우리가 인식하건 인식하지 않건, 우리도 결혼하고 싶은 때 만나는 사람이 배우자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지 않던가? 

당신의 배우자는 37%의 인연을 지나치고 만난 최고의 사람이다.(라고 생각하자.)


많은 사람을 보고 적게 뽑건, 완벽한 약혼자 또는 비서를 찾건, 그 생각의 기저에는 완벽한 그 누군가가 있다는 가정이 있다. the best person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인사 이론에서도 말하지 않던가! the best person이 아니고 the right person이다.


올해도 공채가 진행 중이다. 작년 공채에 힘들게 서류, 필기 시험 2번, 면접 3번을 보고 합격을 했던, 나의 멘티는 결국 그만두었다. 넘사벽 필기시험 점수와 양호한 면접 점수(그것도 블라인드)로 붙었는데 말이다. 그와 우리 회사는 the best의 조합은 아니었으리라. 준공공기관인 우리 회사는 갑갑하기 이를 데 없는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그 처럼 재주 많은 사람들이 버티기 힘다.


막내직원에게 많이 만나봐야 내가 무엇을 못참는 지를 알 수 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 사람이 the best는 아닐 수 있어. 그런데, 가 못참는 그 무엇이 그 사람에게 없다면, 그냥 저냥 the right choice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지원자들은 수습 중 그만 두는 일이 없기를!

이번에는 내가 멘토 같은 거창한 걸 하는 일이 없기를!


회사와 그들이 the right choice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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