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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Oct 05. 2021

센스가 필요해

직장 생활 소고

#1 부서에 생 신입이 들어왔다.

올 초에 신입직원이 들어오기 전까지 부서에 막내였던 직원 이야기다.

그는 대학교 4학년 졸업 전에 시험을 봐서 바로 입사한 그 흔한 인턴 경력도 없는 생 신입이었다.


"그래, 처음이라 그럴 수도 있지."

이렇게 여러 번 마음을 다잡게 하더니,

결국 작년 공채 필기시험 때 일이 터졌다.

코로나로 옆 부서 직원들까지 동원해서, 비접촉 체온계로 입실하는 수험생들 체온을 쟀었다.


그런데 막내 직원,

느닷없이 수험생(그것도 여성) 손을 잡더니 체온을 재는 것이 아닌가?

접촉을 해도 되는 거면 비접촉 체온계를 왜 쓰는 걸까?

게다가 여자 수험생 손은 왜 잡는 것인지?

물론 의도가 없는 거 안다. 마음이 급했겠지.

그런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2 전 화이자입니다.

코로나로 한동안 안 하기는 했지만, 원래 오늘은 부서 점심이 있는 날이었다.

오늘 점심이 가능한지 선배가 물어보는데,

느닷없이 막내 직원,

"전 화이자입니다."라고 대답을 하더라.


이게 무슨 말이지?

알고 보니 점심에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을 예정이었단다.

대게는 그런 경우,

"저는 OOO 이유로 참석이 어렵습니다." 내지는

간단하게 "저는 참석이 어렵습니다."라고 대답하지 않나?

상대방은 점심을 같이 먹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건데...




#3 경험이 필요해

왜 대답을 저렇게 할까?

듣는 사람 입장에서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에 몰입해서 그렇다.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 게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체온을 빨리 재서 수험생을 입실시켜야 한다는 데 꽂혀서 그렇고,

백신 주사를 화이자로 맞아서 나름 기뻤던 건지? 화이자 주사를 맞는다는 사실에 꽂혀서 그렇다.


타고난 걸 수도 있긴 한데,

어린 시절 눈치를 보는 환경이어서 눈치가 빠른 사람도 타고났다고 표현하므로,

그냥 경험이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동인 데다, 모범생 루트를 밟아왔으니, 남에게 눈치 볼 일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사실 모범생들 중에서 은근 눈치 없고 일 센스 없는 사람들이 많다.

공부머리랑 일머리는 그래서 다르다고 하는 것 같다.




#4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기

가정이나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는 엉뚱한 매력이 있다고 좋게 봐줄 수도 있겠지만,

같이 일하는 회사에서는 구박 떼기가 되기 십상이다.


일 센스가 있는 사람이 되려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말해야 한다.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렇게나 자료 조사를 많이 했다.'

'이게 이렇게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알려주고 싶겠지만, 보고 받는 사람은 나 말고도 신경 쓸게 많다.

그러니 결론을 제일 앞에, 자료는 꼭 필요한 것만, 실무적인 부분은 빼거나 간략하게만 언급해야 한다.


#5 세월이 약이다.

첫 1년, 나도 신입 시절 저랬을까?

그때 선배들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과거를 돌이켜봤다.


세월이 약이다.

나 역시, 첫 번째 직장에서 '공부나 하지 그랬어?'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던가?


범생이 중 상 범생이인 그가,

특유의 성실함으로 언젠가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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