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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24. 2021

#1 그녀 -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사람

직장 생활 소고

20대 중후반을 외국에서 보냈다.

같은 직장 동료끼리 집을 구해서 살았는데, 공채로 뽑힌 뒤 실제 입사는 1년 뒤에 하는 바람에, 이미 졸업 전 회사를 다니고 있던 나는 뒤늦게 동기 무리에 합류했다.


다른 동기들은 이미 끼리끼리 친해져 있었다.

다행히도 같이 살 동기들은 친한 사람끼리가 아니라 입국일 순서대로 정해졌고 그리하여 그녀와 나, A는 하우스메이트가 되었다.


그녀는 악의는 없으나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타입이었다.

남의 가슴에 돌 던지고

"어머, 거기 있는지 몰랐네? 아팠니?"라고 할 것 같은 사람이다.

- 실제로 그녀가 제일 잘하는 말은 '어머! 몰랐어!'였다.

모르는 것도 죄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이해는 했지만 체감을 한 건 그녀 덕분이다.


세상의 모든 예쁜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 아니겠지?!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외모로 과분한 대접을 받은 이들 특유의 근자감이 있었다.

거기에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소위 쿨한 내지는 배려 없는 행동으로 이어졌고,

단지 예쁘다는 것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되지는 않음을 몰랐던 그녀는,

사는 내내 나와 A를 버겁게 했다.


A는 똑똑한 아이 었다.

A는 그녀에 대한 하소연을 하다 지쳤는지, 1년 후에 집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원래 친했던 동기와 같이 살기로 했다고 하고 나를 버려두고 나갔다.

'난 어쩌라고?'라고 A를 붙잡고도 싶었지만, 나는 당시 A의 하소연에도 질린 참이라,

'될 대로 돼라' 모드였다.


자기 돈은 허투루 쓰지 않는 그녀는 다른 조의 B를 새로운 하우스 메이트로 초빙하였다.

나는 지금도 왜 B가 굳이 우리랑 같이 살기로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의 생각 없는 행동은 이미 몇몇 동기들 사이에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었는데 말이다.

- 나중에 그녀의 결혼식에 굳이 안 가겠다고 하는 동기도 있었다.

  참고로 우리 기수는 20명이 채 안됐다.


내가 '그녀'에 대해 구구절절하게 묘사하는 까닭은 '그녀'는 나에게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의 모습과 그 저변에 깔린 권력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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