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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ug 28. 2021

내 패는 감춰야 하는가?

직장 생활 소고

부서에 신입이 들어왔다. 회사가 제일 좋아한다는 중고 신입이다.

내 업무의 일부가 신입에게 돌아갔는데, 중고 신입답게 그녀는 바로 업무에 착수했다.


"선배님, 전에 교육할 때 법정교육 입 퇴사자 명단을 보낸 기록이 있는데, 실제 과금은 어떻게 했나요?

최초 입과 인원 기준인가요? 최종 입과인원 기준인가요?"

솔직히 법정교육을 매년 하긴 하지만 집체교육으로 할 때가 더 많아 잘 기억은 안 났다.

찾아보고 알려준다고 하고 기록을 뒤졌더니, 지출결의에 기재된 금액이 최초 입과인원과 달랐다.


그래서, 해당 문서를 조회할 수 있도록 문서번호를 알려주고,

"최초 입과인원과 다른 걸 보니, 입과 기준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업체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수강료에는 업체 서비스 비용 포함일 텐데, 최초에 입과 처리를 하고 퇴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문자 발송 등 독려는 하니까, 일정 시점 기준으로 그전까지는 입퇴사 인원을 반영했는지 등을 한번 물어보세요."라고 답변했다.


그랬더니, 업체가 최초 입과인원 기준으로 과금을 한다고 이미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물어봤지? 살짝 의아해하고 말았는데,


나는 요새 들어 글을 쓴답시고 조금 집요하게 내 감정의 이유를 찾는다.

내가 의아해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는데,

처음에는 '이미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왜 다시 나에게 물어봤지?'

그다음에는

'나를 떠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업체를 떠보는 걸 수도 있다.

업체에서 최초 입과 인원을 기준으로 과금하기로 했다고 이미 이야기를 했다면,

만약 나라면,

"업체에서는 이렇게 말하는데, 기록을 보면 그게 아닌 것 같아서요. 실제로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시나요?"라고 물어봤을 것 같다.


사실 별 일 아니고, 나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의아했던 마음을 따져보니, 그녀는 자기가 가진 정보는 감추고, 나에게 물어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업체랑 확인하는 게 좋다고 하니 이미 확인했다고 이야기한 거다.


자기가 아는 정보는 알려주지 않고 다짜고짜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러든 말든 내가 아는 거면 그냥 알려주는 편인데,

간혹 알고도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에 대해서 조금 불편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나라면 그렇지 않을 텐데 싶어서다.

범인 심문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회사에서 관련 사항에 대해서 내가 아는 정보를 말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물어보아야 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내가 수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어쩌면 그것은 중고 신입의 사회생활 결과 생겨난 노련함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사실 굳이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왜 굳이? 이게 얼마나 큰 일이라고?


물론 신입은 예의가 바르고 매번 대화마다 엄청난 양의 ㅠㅠ를 보낸다.

삐딱선을 타서인가?

나는 그게 자신의 포지션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신입 때 ㅠㅠ를 보냈던가?

나는 약한 내 포지션을 굳이 활용하고 싶지 않고 그러지도 않았다.


신입은 물론 좋은 사람이만,

어쩌면 조금은 착한 얼굴의 약은 내지는 좋은 의미로 현명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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