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개성이 뚜렷했던 만큼,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맹목적으로 좋아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쎄고 당당한 이미지에 불편해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이미지의 그녀보다, 독특한 개성의 그녀가 매칭 확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연애라는 게 호감만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어서 그렇다.
누구나에게 좋은 건 그냥 좋은 거지만, 꼭 만나보고 싶다면, DM를 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DM을 보낼 정도로 마음이 흔들렸다면, 그건 그 사람이 가지는 비교 불가능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의 심리학자 허즈버그(Frederick Herzberg)에 의하면, 무릇 인간에게는 서로 독립적인 다른 두 종류의 욕구(欲求)가 있는데, 그것은 만족을 얻으려는 욕구와 불만 또는 고통을 피하려는 욕구라는 것이다.
직무와 관련하여 만족(滿足)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직무상의 성취감과 그것에 대한 인정, 보람 있는 직무, 지위의 상승 및 능력발전 등이다. 이러한 것들은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조직에의 참여[업무수행]에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므로 동기부여 요인(motivators) 또는 만족 요인(satisfiers)이라 한다.
한편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불만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는 보수(報酬)·감독·대인관계·작업 조건 등이다. 이러한 것들은 직무 수행상의 작업 환경과 관계되는 요인이므로 위생 요인(hygiene factors) 또는 불만요인(dissatisfiers)이라고 한다.
재력, 외모는 '비교 가능'이다. 외모에는 취향이 반영되기 마련이나, 여기서는 일반적인 '미'를 말한다.
그러니까, '김태희'가 예쁜 건 비교 가능한 '미'이고 동생이 내 눈에 예쁜 건 비교 불가능한 '개성'이다.
비교가 가능하다는 말은 정량적이라는 의미고,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정성적, 즉, 나의 주관적 판단에 따름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내 타입.
그래서 롱테일의 법칙(Long tail theory)처럼 '이런 거 누가 사나?' 싶은 취향 저격의 상품들이 팔리는 거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바로 '취향 저격의', '나만의', '독특한' 등의 수식어가 붙는 것들이다.
- 이게 결혼하고 나서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추진력 있는 모습에 반했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사고를 치면 원수 같아 보일 수도 있고,
이것저것 재지 않는 착한 마음에 반했지만, '이거 호구인가?' 싶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교 가능한 것들이 지속적일 수도 있다.
딸 셋의 막내였던 이전 직장 후배는,
"큰 언니는 선봐서, 둘째 언니는 죽고 못살아서 연애결혼했는데, 큰 언니가 더 행복해해요. 전 선보려고요."라고 했었다.
#3 알고 보면 진상 남주
타지에서 몇 안 되는 동기들끼리 동고동락하다 보면, 정말 말 그대로 숟가락 몇 개인지까지는 아니어도, 그 옷 어디서 샀는지 - 어디 Macy's인지, 어느 브랜드인지를 꿰게 된다. 더불어 연애사도.
남들에게 관심이 많을 20대였던 데다, 뭐 그리 오프는 긴지, 할 일이 없어서 더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건전하게 현지 대학원을 진학하거나, 취미 분야에 개인 레슨을 받거나, 심지어 부동산에 투자를 했던 언니들도 있긴 했다만, 나와 대부분의 동기들은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고 가끔 운동하고 매우 자주 쇼핑을 다녔다.
수많은 연애담을 보고 들었지만, 로맨스 소설 단골 해쉬태그인 "집착남", "여주 한정 다정남" 키워드에 충실했던 남주라면, 단연코 동생을 쫓아다년던 마이클(한국인이다. 가명, 이하 '마서방')이었다.
마서방은 펀드매니저였는데, 툭하면 자기 하루 노동량을 생각하면 맥도널드 점원보다 낮다고 투덜거렸다.
지금이라면 '무슨 개소리냐?'라고 말했겠지만, 당시에 나는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라 그냥 일이 많아 힘든가 보다 정도로만 이해했다.
마서방은 늘 화가 많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종업원들에게 별거 아닌 걸로 화내는 사람이다. 마서방은 그런 일로 화를 자주 냈다. 싱글리쉬(싱가포르식 영어)를 구사하는 종업원에게 일부러 정중하게 "I beg your pardon"이라고 했던 녀석이다.(나랑 동갑이었다.)
내가 포멀 하게 말할 일이 없어서 그럴 수는 있겠다만, 대게는 그 상황에서, "I'm sorry?"를 더 많이 쓰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