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뒤돌아 봤을 때 비로소 이해되지만, 우리는 앞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다. by 키에르케고르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다만, 우리는 매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라,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의 기승전결은 알 수가 없다.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는 언제였을까?
그런 게 있기는 했나? 아직 안 온 걸까? 아니면 바로 지금인 걸까?
바로 지금이라고 하면 너무 억울한데? 정말 이게 다 인건 아니겠지?
인생의 "클라이맥스"는 알 수 없으니,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알차게 살아보자 생각해본다.
오늘 하루 되돌아봤을 때, "하이라이트" 하나 칠만한 거 하나 있으면 되지 않을까?
"나는 이 맛에 산다."
요렇게 말할 만한 게 뭐가 있으려나?
말 나온 김에 적어본다.
좋았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들을 적어보고 그때의 감정을 한 줄로 써본다.
끝맺음은 "나는 이 맛에 산다."로 한다.
▲ "이 맛에 산다." 리스트
- 아침에 커피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행복하다. 나는 이 맛에 산다. - 요새는 누가 내 브런치 글에 라이킷을 해주면 기쁘다. 나는 이 맛에 산다. - 다이어리에 아침에 세워놓은 시간대별 미션을 클리어한다. 뿌듯하다. 나는 이 맛에 산다. - 집에 오면 레오 도도가 중문 앞으로 마중 나온다. 귀여워 죽겠다. 나는 이 맛에 산다.
- 주말에 아이들 학원을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다 키웠구나 싶다. 나는 이 맛에 산다.
- 리디북스에 좋아하는 작가님 시리즈물이 50% 시즌 할인에 들어갔다. 득템 했다. 나는 이 맛에 산다.
'이 맛에 산다.'리스트도 나를 닮았다. 사소하고 (조금은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
다행인 건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거다.
오죽하면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한 팁으로, 휴가를 한번 길게 다녀올 게 아니라, 짧게 여러 번 가라고 하지 않던가? 연휴의 시작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비록 하루나 이틀일지라도 오늘부터 '휴가'라는 마음 자체가 행복의 시작이다.
아울러 직원들 복리후생을 기획할 때는, 작은 행복을 자주 느낄 수 있게 기념일을 챙긴다던가,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
- 일중독자 같다.'행복'을 이야기하면서 복리후생 기획이라니^^;;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는 아직 모르겠다. 이미 지나간 게 아니길 바란다.
오늘 하루의 하이라이트는 지금이다.
내가 만든 양념게장에 밥 한 그릇 뚝딱 먹고, 냥이들과 노닥거리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기분을 색깔로 기록해둔다면, 10점 척도에 7점 정도로 꽤나 만족스럽다.
사소하고 민망한 지언정, 나를 기쁘게 하고, 설레게 하고, 뿌듯하게 만들었던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기록을 해둔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를 위해 하나씩 선물하듯 실행해본다.
'하이라이트'는'메이크 타임'이라는 책에서나온 말이다.
그 책에서는 to do list는 남이 나에게 부과한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니, 주도적으로 중요한 일에 '시간을 내자'고 했다. 여기서 '하이라이트'는 5년 계획보다는 작고 할 일 목록보다는 큰 일의 목록으로, '이 맛에 산다'보다는 '오늘 하루도 보람됐군'에 가까운 개념이다.
주목할만한 하루의 일과라는 점에서는 같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목적이 있고 나의 하이라이트는 목적이 없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더 많이 생각했다. 물론 사람들과의 점심과 업무에서의 중요한 단계들이 내 생활의 전부는 아니었다. 이메일에 답하거나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거나 기한 전에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는 등 끝내야 하는 일상적인 일이 많았다. 그 일들을 처리하긴 했지만 내가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잃어버린 몇 달과 흐릿한 시간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 방법을 돌아보면서 무언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중요하고 원대한목표를 생각하길 좋아했고 매 시각 일을 능숙하게 끝냈지만, 그중 무엇도 진정한 만족감을 주지는 않았다. 나는 현재 매달릴 수 있는 무언가할 일 목록보다는 크고, 5년 후의 목표보다는 작은)가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 내가 계획을 세우고, 기대하고, 완수했을 때 감사할 수 있는 활동이 가장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