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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Mar 09. 2022

점심메뉴를 고르는 것이 중요한 이유

워킹맘 이야기

"점심 뭐 먹을까?"

"아무거나."

"한식, 중식, 일식 중에 골라봐."

"오키. 그럼 한식"


점심 약속을 한 동료와 나눈 메신저 대화다.

딱히 당기는 음식이 없을 수도 있다. 너무 바빠서 식사 메뉴를 고를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수도.

어쩌면, 상대방이 원하는 메뉴를 고르지 못할까 봐, 나는 딱히 가리는 게 없으니, 당신이 원하는 대로 골라보라고 양보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점심식사면 차라리 낫지.

우리는 사소한 문제결정을 내리지 못. '결정장애'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딜레마도 아닌데  선택을 못하는 걸까?


베프는 식사 메뉴를 꼭 나보고 고르라고 했다.

"그냥 다 좋다고 하지 말고. 뭘 먹고 싶은지 네가 정해."

이런 말도 해줬다.

"남에게 휘둘리지 말고, 거울 보고 싸우는 연습을 좀 해봐."


남에게 휘둘리는 이유는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나의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비칠까?

내가 화를 내도 괜찮은 걸까? 이게 적절한 걸까?

'기준'이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 있기 때문에,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에게 맞춰서 살다 보니, 작 내가 원하는 것에는 무관심해진다.


나보다 '남'을 앞에 두는 유는 무얼까?

겁이 나기 때문이다. 내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는지 자신도 없고, 결정에 과도한 책임을 지게 될까 두렵다. 무엇보다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다. '좋은 사람'이고 싶다.


엄마는 둘째를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고 한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내가 얼마나 얌전했는데?"

"넌 그냥 환경이 안 받쳐준 거야. 안 그랬으면 너도 대단했을걸?"

심지어 남편까지 나랑 그 녀석이 닮았단다.


막무가내인 둘째를 탓할 사람이 필요한 건지,

'또 만만한 나? 생긴 건 아빠인데?'라고 생각하지만, 가족 중 2명이나 나를 닮았다고 하니 할 말을 잃는다.

베프가 나에게 한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가족들의 말도 사실일 것이고 베프가 한 말도 사실일 것이다.

베프는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나'보았기에 '자기표현'을 하라고 충고지만 가족들에게 ''는 솔직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감정인지를 표현할 수 있으려면, 상대방에 대한 '믿음' 필요하다.

가족들같이 믿을 만한 사람들 사이라면 '나'를 드러내도 괜찮다.


유독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말을 안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에는 자기 패는 안 보이고 남의 패만 훔쳐보는 깍쟁이 같다 싶었다.

이제는 살면서 많이 데었다보다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려는 자세일 수도 있겠어색하게 대화가 멈춘 뒤에도, 굳이 자기 이야기로도 화두를 꺼내지 않는 걸 보면, 사람을 조심하는 거다.

의식적이던 그렇지 않든 간에.

같이 대화하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거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나도 굳이 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점심식사 메뉴를 뭘로 할지, 결정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자기표현을 한 경험이 부정당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 다 같이 짜장면 먹는 분위기에서 혼자 짬뽕이라고 외쳐서, '너 때문에 식사가 늦게 나왔잖아?'라고 타박을 받았다던가, 고깃집에서 막내가 '전 냉면이요.'라고 말해서, 선배가 고기를 굽게 한 일로 두고두고 씹혔다던가?


내지는 지나치게 책임을 많이 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 '이거 메뉴 한번 잘못 골라서 다들 한 마디씩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면, '위대한 자아'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나는 늘 항상 다른 사람들이 100% 마음에 들어 하는 메뉴를 골라야 한다고 자신의 능력 범위를 넘어선 착각을 한다.


"네가 먹고 싶은 걸로 해."라고 했다면, '좋은 사람'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

-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고르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에 우선하는 거니까.

그 사람의 행복이 나의 행복인 사이는 제외.


사소한 것이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내 감정을 표현하고 내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나'를 표현하는 것억압할 때, 나는 나에게 대면 대면한 존재가 된다.

표현을 하지 않다 보니,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 점심메뉴 하나 고르는 것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따져볼 일이다.


깊은 감정이 머리에 의해 강하게 억압당한 경우에 인간의 정신은 갖가지 변조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 최고는 이인증이다.

이인증상이란 현실감을 잃은 상태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현상은 물론이고 보고 듣는 모든 것을 남의 일처럼 데면데면 느끼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마치 영화나 슬라이드를 보거나 타인의 일을 멀거니 바라보는 듯이 느낀다. 슬프다, 화난다, 행복하다, 괴롭다 등등 말로는 알지만 그 내용을 실감하지 못한다. 물론 자기 안에서 감정이 끓어오르는 일도 없다. 이것을 감정표현 불능증(실감정증)이라고 말한다. 깊은 감정이 정체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감정이 내실을 동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살아 있는 감각을 잃어버린다. 마치 로봇 같은 상태다. 이렇듯 인간이 활력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깊은 감정이 자유로이 움직여야 한다.

<출처 :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실마리를 찾을지도, 지은이 이즈미야 간지 p.106 >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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