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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20. 2022

필사를 하는 이유

워킹맘 이야기

읽어야 할 책만 10개쯤 쌓여있다. 어지간하면 이북으로 보리라 다짐하지만, 이북으로 안 나온 책들도 많고, 이북은 종이를 넘기는 맛을 따라 하지 못한다. 사운드만 비스무리 할 뿐.


산 책은 다 읽나? 그런 편이다. 책 읽는 속도도 빠르다. 문제는 읽고 나서 기억을 못 할 뿐.

한 번은 절반 이상을 읽고 나서야, '아, 읽었던 거구나.'를 깨달은 적도 있다.

1년 전부터는 블로그에 읽은 내용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는 그 증상은 좀 덜해졌다. 블로그에 옮기는 건 여전히 귀찮은 일이다. '메모 독서법'을 읽은 이후부터 기록을 시작했데, 결정적으로 지은이의 이 말 때문이었다. 가끔 내 생각인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내가 받아들인 건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사실 IDEA는 퍼지고 모방되고, 발전하기 마련이지만, 최초에 나에게 이런 영감을 떠올리게 한 누군가가 있다는 걸 밝히는 건 중요한 일이다. 저작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방을 존중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글을 쓸 때도 편하다. 글을 쓴다는 건 내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일이다. 그 생각을 떠올리게 한 책이 분명히 있다. 대게는 블로그에 키워드를 검색하면 이전에 내가 읽었던 책의 목록과 옮긴 구절들이 나온다. 서툰 내 표현이 아닌, 세련된 지은이의 말로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새기기도 하고, 내 글로 옮겨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분명히 전한다.


'필사'라고 말하긴 하지만, 사전적 의미에서 필사는 아니다. 내 손으로 옮기진 않는다. vFlat이란 어플로 책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사진을 찍고 OCR 기능을 이용해, 텍스트를 추출한다.

YES24는 하이라이트 기능은 있어도 옮기는 기능은 없는데, 밀리의 서재는 하이라이트를 Ctl+C 하고 Ctl+V 하면 블로그에 옮겨진다. 읽다가 '공유'에서 카톡으로 보내 된다. 그때그때 카톡 '나에게로 보내기'를 하기보다는 하이라이트를 하고, 나중에 PC로 작업하면서 한 번에 옮긴다.

- 교보는 안 써봐서 모르겠다.


이게 도움이 되냐고? 아마 손으로 옮기는 것만은 못할 것 같다. 아무래도 오감을 다 사용하는 게 Input에는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필사 노트가 쌓이면 눈에 보이는 성취감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 마음에 따라 해 봤으나, 결정적으로 글씨가 너무 억망이라 포기했다. 블로그에 옮기면, 내가 원하는 글씨체(주로 나눔고딕, 나눔명조) 깔끔하게 옮길 수가 있다. 가끔 블로그를 돌아보면서, 되새길 수도 있다. Input은 제한되지만 망각곡선 주기를 활용하는 셈?


아침편지

" 지름길은 없다 "


작가가 되고 싶다면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 스티븐 킹의《유혹하는 글쓰기》 중에서 -


* 작가뿐만이 아닙니다.

지름길을 찾는 사람에게서 프로는 탄생되지 않습니다.

지겨운 반복! 피나는 반복!

그것이 프로가 가는 길입니다. 지름길은 정녕 없습니다.


*방금 남편에게 받은 따끈따끈한 아침편지다. 내 고민을 알아차렸나 보다.


처음에 브런치에 입문? 했을 때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했다. 자주 불러주면 그리 된다고? 글쓰기를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지. 후자가 늘 모자라지만, 매일 글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 읽기는 실천 중이다. 이건 구독하는 작가님들이 많아져 얼결에 실천 중인 것 같기도.


장강명 에세이(또 제목이 생각이 안나는 불치병이 도졌다.) 중에서, 아내가 남편이 글을 쓰는 취미가 있어 좋다는 말에 이유를 물으니, '돈이 안 들어서.'라고 했다. 아내를 가난한 집의 장녀라 말하는데, 가난한 집의 외동? 도 마찬가지 이유로 글을 쓰는 것만 한 취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돈 안 드는 고상한 취미를 제대로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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