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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May 13. 2022

똥 밭에 구르세요.

직장 생활 소고

오은영의 '화해'

출근길에 '나르시시스트' 관련 유튜브 채널을 봤다. 영상 중에 '에코이스트'를 설명하면서 오은영의 '화해'를 인용했는데, 이보다 적절하게 인간 사이 '정치'를 설명하는 말이 없는 듯 보였다.

*얼결에 쌓여 있는 다른 책을 제치고 읽기 시작했는데, 손을 못 뗐다.

<출처 : https://m.youtube.com/watch?v=oa6aA7j6pAs 영상 중 '화해, 지은이 오은영' 재인용>

나르시시스트  먹잇감인 '에코이스트'는 상대방이 목적을 가지고 친절한 것을 나를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나는 이게 '애정 결핍'에서 비롯되었나 생각했다. 그런데 단지 애정 결핍만은 아니다. 다투기를 싫어하는 마음, 문제를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대놓고 말하면 똥 밭에 구르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자의식이 높을수록, 소위 자기 객관화가 잘될수록 자신에게 엄격하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내가 뭘 잘못한 게 아닌가, 고민하고 이유를 찾는다. 결국 제 때 제대로 대응할 에너지를 잃어버린다. 이유를 찾기 어려울수록 수렁에 빠진다. 이럴 때는 간단하게 내가 '똥을 밟았구나!'해야 한다.


나르시시스트는 '웅대한 자아'를 가지기에, 자신을 돋보이게 해 줄 에코이스트가 필요하다. 에코이스트가 능력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사회적인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내 들러리니, 내 위치는 그 이상이라는 말이니까.


직장에서 이런 사람이 있다면, 관계를 피하기가 어렵다면, 퇴근 후에는 의식적으로 모드를 꺼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똥밭에 굴러야 한다.

조던 피터슨이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한 말이 있다.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약자이기에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서 싸우기 싫어서 당한다. 상대방의 수준에 맞춰서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공격성과 폭력성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공격 능력을 실제로 사용할 일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초기부터 단호히 거부하고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면 가해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행동에도 제약을 받는다."

<출처 : 12가지 인생이 법칙, 지은이 조던 피터슨>


적절히 표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누르려 더 강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다시 맞서는 게 좋은지, 아니면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경계를 세울지는 그다음에 판단하면 된다.


내 마음의 나의 것

중요한 건 내 마음속을 그 사람이 차지하지 않게 하는 것.

내 마음은 나의 것이니까.

이 사람은 이렇구나. 이런 경우에는 다음에는 이렇게 해야겠다. 하나 배웠다 생각하자.


"뜻밖에 아주 야비하고 어이없는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짜증 내지 마라. 그냥 지식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라. 인간의 성격을 공부해가던 중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새로 하나 나타난 것뿐이다. 우연히 아주 특이한 광물 표본을 손에 넣은 광물학자와 같은 태도를 취하라.

<출처 : 인간 본성의 법칙, 지은이 로버트 그린, 본문 중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재인용>


에코이스트의 특징

참고로 에코이스트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한다.


1. 주목받는 것을 싫어함

2. 문제가 생기면 내 탓을 함

3. 자기 자신한테 엄격함

4. 남한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함

5. 타인과의 갈등을 피하려고 함

6. 남한테 피해 안 주고 나도 피해 입지 않으려는 성향

https://m.fomos.kr/talk/article_view?indexno=1167558&bbs_id=3


에코이스트, MZ세대 특징이라고도 하는데, 40대 중반인 난 왜 여기에 다 해당이 되는 건지? ^^;;

대학 때 교환학생 그녀, 승무원 시절 하우스메이트였던 그녀, 뒤통수 쎄게 맞았던 승무원 선배이자 비서였던 그녀 등, 계속해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걸 보면, 이건 내 문제이다. 켈리의 공변모형은 이럴 때도 딱이다. "일관성"이 있다면, 문제는 내부에 있다.


이제 똥밭에 구르기를 선택할 차례다.


마지막으로, 이런 힘을 키울 때 직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영향력'이라는 개념에 대한 문화적 편견이다. '왜 다들 그냥 정직하고 투명하면 안 돼? 왜 내가 원하는 걸 그냥 부탁하면 안 돼? 왜 사람들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두면 안 돼? 전략적으로 행동한다는 건 남을 조종하는 추한 일이야.' 첫째, 누가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일단 경계하고 보라. 인간은 무력감을 참을 수 없다. 아무런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면 우리는 비참해진다. 정직을 부르짖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은 천사 같은 자신의 품성을 믿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자기평가와 영향력에 대한 욕구를 서로 조화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수동적 공격성을 띠는 경우가 많고 토라지거나 남들이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절대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둘째, 인간이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모든 말과 행동은 남들에게 검토되고 해석되어 내 의도에 대한 단서가 된다. 내가 침묵한다면 나는 화가 났고 그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공손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기 위해 정말로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해도 사람들은 그것을 어떤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로 읽을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설마 들은 틀린 게 아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의식하든 못 하든 끊임없이 이 게임을 하고 있다.

<출처 : 인간본성의 법칙, 지은이 로버트 그린,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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