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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May 22. 2022

사과를 할 때는

직장 생활 소고

당신은 사과를 어떻게 하시나요?

당신은 사과를 어떻게 받고 싶으신가요?

당신은 혹시 사과를 하면서 자기변명을 늘어놓지는 않나요?


그걸 상대방이 일이 벌어진 맥락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내지는 '넌 네 이야기를 했으니 나는 내 이야기를 할 차례다, '라는 식으로 포장하지는 않았나요?


나의 책임을 인정합니다.

당신이 그렇게 느꼈다니 유감입니다.

이런 점은 내가 잘못했어, 그런데,...

제가 이 점은 잘못한 것 같아요. 오해를 한 것 같은데, 당신도 다음에는 조심해주세요.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첫 번째 문장, 네가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네 책임이지만, 제가 그렇게 느꼈다니, 나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나를 오해한 것 같고, 나랑 친한 네가 기분이 안 좋다니, 그래서 이게 우리 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싶어 나도 기분이 좋지 않다.


두 번째 문장, 너라고 뭐 잘한 줄 아니? 의 다른 말입니다. 나도 이 부분은 내 책임을 인정하겠지만, 너라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니? 난 네 이런 면도 참았는데, 넌 나한테 지금 이런 일로 따지는 거야?


세 번째 문장,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관계를 유지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사과를 하면 질 것 같은 느낌, 그러니 너도 잘한 거 없다.(속 마음은 너나 잘해라.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사과를 할 때는 진심에서 해야 합니다.

내 변명을 덧붙이지 마세요. 애초에 왜 사과를 하고 싶었는지를 생각해보세요.

만약 그 이유가, '좋은 게 좋은 거'라서라면, 차라리 사과를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진심이 아니라면 상대방도 알기 때문입니다.

간혹, 상대방도 당신과 껍데기뿐인 관계지만 유지하고 싶어 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관계가 진심을 내보여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적당한 사과를 받아줄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사과를 깔끔하게 해야 합니다.

주저리주저리 내 입장을 늘어놓으면, 사과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던 사람도 다시 곱씹게 됩니다.


상대방이 어떤 기분이었는 지를 알아봐 줘야 합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상처를 입은 사람이 어떤 기분일지, 헤아려주세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이해와 공감이 바탕이 된 사과입니다.


상대방을 100% 이해하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 다르니까요. 그간 살아온 경험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예민한 부분이 다릅니다. 그렇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세요.  

그 사람은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걸까?

관계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일수록, 상대방이 내 감정을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감정을 나누고 싶어 하니까요.

선을 지키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보다는, 재발 방지 약속이 효과적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알려주세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로이 레위키 Roy Lewicki 교수 등은 효과적인 사과의 구조를 조사하였습니다.

다음 6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할수록 효과적이었으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3) 책임 인정입니다.     

(1) 후회와 안타까움의 표현

(2)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

(3) 책임 인정

(4) 뉘우침 선언

(5) 보상 또는 보완책 제시

(6) 용서 구하기     


한편, 6가지 요소를 부분적으로 조합하여 제시했을 때, 특정 요소들의 조합이 좀 더 효과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결론적으로 사과는 (1) 후회하고 (4) 뉘우치고 (6)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보다 (2) 이유를 설명하고 (3) 책임을 인정하고 (5) 보상 또는 보완책을 제시할 때 더 효과적입니다.     

후자가 효과적인 이유는 사회적인 기준을 지키지 않은 행위를 인정하고 그것을 수정하겠다는 약속을 할 때, 피해자는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전자는 미안하다는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그칩니다.


사과를 하는 데 억울한 마음이 드나요?

그렇다면 아직 사과할 때가 아닌 거예요. 사과를 하지 마세요. 거리를 두세요. 100% 옳고 그른 관계는 없습니다. 누가 그걸 판단하나요? 다 나름의 최선을 다해서 사는 건데요. 그 사람과 내가 안 맞는 겁니다.

가치관이 안 맞고, 생각이 안 맞는 거죠. 다만, 그냥 '다름'으로 치부하기에, 지나치게 착취적이고 억압적인 관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개인적 논리가 아니라 상식에 맞추세요.

'사회통념상'이라는 표현 많이 들어보셨죠? 객관적인 위치에 있는 제삼자가 보기에도 명백하게 잘못했다가 보이는 정도라면, 잘못한 겁니다.

아들러는'개인적 논리'와 '커먼센스'를 구분했습니다. '개인적 논리'는 '한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공동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의미'를 말합니다. 당신의 논리가 '개인적 논리'가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싸움은 양쪽 이야기 들어봐야 하는 것이죠. 입장이 다 다르니까요. 그렇다고 50보 100보는 아닙니다.

건전한 상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참고 : An Exploration of the Structure of Effective Apologies Roy J. Lewicki, Beth Polin, and Robert B. Lount Jr. p.181, p.183,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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