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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May 24. 2022

점프하고 싶은 도도냥과 발 받침대가 되기 싫은 첫째

워킹맘 이야기

도도가 첫째를 할퀴다.

큰 아이가 아침에 사진을 하나 보냈다. 냥이 할퀸 자국이 손목과 팔 안쪽에 2차선 도로마냥 쭉 그어져 있었다. 오해가 있을까 말하지만, 냥이들은 위협을 느끼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을 할퀴지 않는다.


짐작은 갔지만 무슨 일인가 물어봤다. 도도(냥이)가 또 아일랜드 식탁에서 냉장고 위로 점프를 하려고 했단다. 도도는 레오에 비해서 덩치가 작고 점프를 잘 못한다. 레오가 냉장고 위에서 거실 전체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부러웠나 보다. 자기도 냉장고 위로 올라가겠다고 그리 기를 쓴다. 스스로 힘이 안되니 (주로) 큰 아이 어깨를 받침대 삼아 올라간다. 큰 아이는 도도를 내려놓으려고 하다, 내려가기 싫다고 광분한 도도에게 팔등 안쪽이 쭉 긁힌 것이다.


도도도 간사한 것이 절대 둘째 어깨 위로 올라가진 않는다. 만만한 큰 아이와, 내 어깨 위로 올라간다. ㅠㅠ 지난번에는 남편 어깨 위로 딱 한번 올라간 적이 있었지만, 미수에 그쳤다. 도도 고정 발 받침대는 큰 아이다.

첫째와 카톡

도도 기준 우리 집 서열은 둘째 > 남편 > 나 > 첫째 순인 듯 보인다.


첫째와 도도의 욕구 충돌

고양이가 무슨 야망? 이 있다고, 나도 저런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다. 때마침 읽고 있었던 책,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에 이런 말이 떡하니 있었다.


"거만한데 곧지도 못하고, 어리석은데 공손하지도 못하고, 무능한데 신실함도 없다면, 나는 이런 사람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출처 :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지은이 박상미, 논어 태백편 재인용, p.96>


맞는 말이다. 이 말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다.

거만한데 곧지도 못하고 : 곧은 사람은 곧 잘 거만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자기가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분명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동조하지 않는다.

어리석은데 공손하지 못하고 : 잘난 사람은 자기가 잘난 줄 알아서 공손하기가 어렵다. (다만 이게 현명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리석은데 공손하다면, 자기가 부족한 것을 알기에 배울 수 있다.

무능한데 신실함도 없다면 : 재주가 빼어나다면, 성실하지 않아도 자기 앞가림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이게 오래갈 수 있는지는 별 개의 문제) 무능하지만 신실함이 있다면, 매일 가르치고 배워서 나아질 수 있다.


도도가 큰 아이 등을 타고 오르는 문제는 사실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 큰 아이는 식탁 끝, 냉장고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먹는 걸 좋아한다. 그 자리에 안 앉으면 된다. 큰 아이에게 두어 번 말을 해봤지만, 그 자리에 앉는 걸을 포기하지 않는다. 큰 아이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도도의 행동을 고치고 싶어 한다. (그게 너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아?! 아이야 미안하다. 어리석은데 공손하지 못하고? 에 해당하는 것 같다.)


무조건 엄마 탓!

냥이를 설득할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냥이를 혼 낼 마음도 없다. 둘째가 늘 하는 말처럼 문제 아이의 뒤에는 문제의 엄마가 있다며, ^^;; 문제 냥이의 뒤에는 문제의 내가 있으려니^^;; 큰 아이와 도도 모두 사랑하는 엄마는, 그냥 받침대를 하나 사기로 했다. 아일랜드 식탁에 받침대를 두는 게 이상하지만, 접이식이니, 평상시에는 펼쳐놓고 도도 받침대로 쓰고, 밥 먹을 때는 접어놔야겠다.

https://link.coupang.com/re/NONPROFITSDP?lptag=CFM31140266&pageKey=5273447133&itemId=7522023819&vendorItemId=74812732535

그래, 간단하게 돈으로 해결되는 거라면야, 만원 주고 해결해보자. 구매는 했다만, 남편이 지저분하게 이게 뭐냐고 할 게 눈에 보인다.


난 모르겠다. 문제 하나 클리어를 했다고 생각하면, 다른 문제가 떡 하니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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