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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n 17. 2022

프로필을 바꿀까 말까?

사람 사는 이야기

프로필을 바꿀까 말까? 

고민이다. 인사 쪽 사람들이 모인 단톡방과 카페 등에 책 소개를 하면서 브런치 매거진 주소를 같이 올렸다. 이거 타고 들어왔는데, 글쓴이 소개가 심심한 거 아닌가?

<현재 프로필>

작가 소개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이다. 경영, 직장, 에세이, 회사원, 이렇게 태그를 달다 너무 없어 보여서 강사, 코치도 달았다. 뭐 나 승무원학원에서 채용 강의 3년 했는데, 달아도 되지 않을까? 이러면서...


누군가 나를 안다는 것

'인사노무 사례 100개면 되겠니?'를 쓸 때는 '레오 노무사'였는데, 노무사 타이틀도 뺐다. 내 일의 본질은 회사원이지 노무사가 아닌데 굳이 타이틀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사실 겸사겸사다. 모 작가님이 '노무사'에 걸맞지 않게 사회의식이 없음을 비판을 한 적이 있다. 그게 무서워서 뗐냐고? 사실이다. 난 무서웠다. 비겁하다 한들 어쩌겠는가? 그게 나인걸.


브런치에 입문하면서 프로필에도 블로그를 링크할 수 있길래 연결해놨다가 그 이후로 지웠다. 내 프로필을 보고 누가 나에 대해서 아는 것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 생겼다.


블로그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더 많다. 시누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 영어 일기 첨삭한 이야기. 사주적성상담사 자격증을 따면서 공부한 명리학 이야기, 하다 못해 구글 설문지 만드는 방법과 치질 연고를 아이크림으로 쓸 수 있다는 정보 등 브런치 프로필 소개처럼 사소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러한 이야기가 '나'라는 사람을 드러낸다. 

 ⇒ 나는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tool 사용을 좋아하며, 피부 미용에 관심이 있었다.(과거형)


그분이 내 글을 오해할 수도 있겠다만 당시 나는 다른 문제로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한 때는 친했다 여겼던 사람이 나에게 하는 말과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어서다. 왜 저렇게 받아들이지? 내가 잘못한 건가? 지금도 그녀가 잘 이해는 안 간다. 프티콜랭의 말처럼 상대방이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으면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그때 베프가 했던 찐한 충고, "의미 담지마. 상대방은 그냥 별생각 없어." 

마음고생 끝에 내린 결론, '타인의 과제'는 타인의 과제로, 나는 나에게 집중한다.


나란 사람

<출처 : Pixabay>

아침에 @뉴로그림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나이 직업을 뺀 나는 무엇일까? 고민해봤다. 작가님 말처럼 "결국 그 사람이 무슨 일을 주로 하고 지내는지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회사원인 나는 금요일을 사랑한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치킨이라도 하나 시키고 영화 한 편 봐줘야 할 것 같다. 토요일이면 큰 아이 학원을 바래다주고 목욕을 한다. 탕에 들어가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읽는다. 평론가 이동진은 탕 속에 들어가 있으면 하루 종일 책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내 책사랑은 그 정도 깊이는 아닌가 보다.

(내지는 주말에 해야 할 집안일이 쌓여있다.) 탕 속에 몸을 담그고 책 읽기. 그분 에세이를 읽고 따라 해 봤다. 화장실은 독립성이 보장된 공간이다. 탕 속에 거품을 잔뜩 내고 들어가 호사스러운 기분을 맛본다. 아이들도 이 시간에는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 (졸병이 화장실에 쉰다고 하던데...) 기분 내키는 데로 밀리의 서재를 돌아다닌다. 일요일은 남편이 같이 쉰다. 여행을 가기도 하고, 양가 방문을 하기도 한다. 한 때는 일요일 저녁에 온다는 무력감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잔다. 월요일이 오는 게 무섭진 않다. 그것도 그 시기가 지나면 없어지는 것 같다. 일을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어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나 = 회사원, 책을 좋아함, 성실한 남편과 각기 사춘기를 맞이한 아들 2명이 있음.

그나마 주식할 때 보던 뉴스도 요새는 잘 안봄. 남 이야기에 별로 관심 없음.

한 때 미드를 좋아했고, 의외로 바느질을 잘하며,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함.


현재 프로필이 결국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인 것 같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회사원. 

- 프로필에 눈사람은 작년에 아이들이 만들었다. 공원 관리인이 그다음 날 치워서 마음 아파하길래 나라도 기억해주려고 남겨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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