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정 Jun 19. 2022

누군가를 동경한다는 것 - 책한민국님께

사람 사는 이야기

책한민국님, 안녕하세요.

용기 내서 책한민국님께 연락을 했다. 시즌 1에서 부터 시즌 3까지 구독을 시작한 그날부터 거의 하나도 빼지 않고 그분 영상을 봤다. 책한민국님 채널은 책을 요약 설명해주는 게 아니라, 책의 본문을 읽어주신다. 성악 공부를 하신 덕에, 목소리가 그윽하니 듣기가 편하다.


책한민국 채널 변천사

시즌 1에서는 본문을 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책한민국님이 선정하는 책이 아니라 출판사가 보내주는 책 중에서 영상에 올리는 책을 정하는 것으로 문제는 일단락이 되었다. 당시 책한민국 채널뿐 아니라 책추남 등 북튜버 분들이 같이 출판사와 이야기를 해서 내린 결론이다. 영상에 소개되면 그 책의 판매가 올라가니, 출판사에서도 홍보용으로 책을 안 보낼 이유가 없다.


시즌 2는 순항을 탔다. 어느덧 구독자도 31만이 되었다. 나라도 박수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번에는 구글 정책이 문제가 되었다. 다른 창작물(책)에서 인용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내가 구독하는 유튜버(책한민국)가 구독하는 채널이 추천으로 떠서 들어가 봤더니, 다른 북튜버 분들도 책 내용을 인용해서 읽어주던데, 구글은 왜 이분만 꼬집어서 문제제기를 하는가? 추정하자면 다른 분들은 화면에 영상이 조금 더 다양했고, 책한민국님은 책 표지만 떠있긴 했다.


구글은 1차적으로 AI필터를 통해 크리에이터에게 문제제기를 한다. 소명을 하면 그때 그 사유를 2차적으로 사람이 심사한다고 한다. 시즌2 말미에는 '좋아요' 뿐 아니라 댓글도 남기기 시작했다. 읽어주신 책 내용을 요약하거나 책한민국님이 책을 읽고 느낀 '하루치 생각'을 정리해서 올렸다. 안타깝게도 내 댓글들은 영상이 사라지면서 죄다 사라졌다.


시즌 3에서는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하셨다. 북카페 회원들과 교외로 나들이하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 북 콘서트 할 때 참여하신 분들이 '사랑'이라는 주제로 쓴 글 낭독 등 다채로운 모습이 보인다.


책한민국님께 편지를 보내다.

책한민국님께 제 책을 소개해주십사 연락을 드렸다. 전문서적이라, 방영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열심히 읽어보겠다고 해주셨다. 이메일 문장을 곱씹으면서, 나도 저렇게 잘 배워야지 생각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주시는 세련됨, 성의 있고 빠른 답변, 채널 성격이 달라 영상으로 제작될지는 모르겠다고 이야기하시는 솔직함, 존경합니다.^^


그제 저녁에 출판사에서 보낸 책 10권이 도착했다. 좀 더 주지, 딱 10권이다. ㅎㅎㅎ

- 나중에 알게 된 건데, 기획출판은 10권 정도 주고, 반기획 출판은 50권~100권 정도를 준다고 한다. 책한민국님께 보낼 책을 골랐다. 정성스레 편지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성'이 들어간 글 치고 악필이다. 노무사 공부를 하면서 글씨체가 변했다. 나중에는 20분에 A4 4페이지를 쓸 정도로 글씨 쓰는 속도가 빨라졌다. 요령이 있다면 첫자음 크게, 받침은 작게 쓴다.

<책한민국님께 보내는 손편지>

쓰다가 망쳐서 8번을 다시 썼다. 손 글씨 쓰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책한민국님께 그간 감사한 마음을 담아 꼭 써보고 싶었다. 중고등학생 시절 학, 거북이를 접어 유리병에 담아 보내는 마음이랄까?


내가 존경하는 책한민국님 채널이 번성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채널 링크를 단다.

https://youtube.com/channel/UCi1hLu811KJHTiKWZmSQx8g


동경하는 것과 실제의 내 모습 사이

세상이 먹구름 낀 하늘 같이 암담하고 우울하게만 느껴졌던 대학교 4학년 때, 나를 지탱해 준 책이 2권이 있다. 하나는 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 다른 하나는 브리짓 존슨의 다이어리다. 둘은 너무 다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내가 동경하는 삶이고, 브리짓 존슨은 당시 내 모습 같아 보였다.


나에게 책한민국님은 벤자민 프랭클린을 떠올리게 한다.

1. 책을 읽을 때 일정 간격으로 책을 읽고 푸시업을 한 뒤 다시 책을 읽는다.

2. 소식한다.

3. 규칙적인 삶을 산다.


이과는 아니지만 내 기준 이과돌이는 벤자민 프랭클린과 레이달리오다. 인생을 자로 잰 듯이 사는 사람들 같다. 책한민국님은 진짜 이과인 것 같다. 직업이 엔지니어로 보인다.

이과돌이가 부러운 이유는, 나는 좋은게 좋은거다 하는데, 이 분들은 뭉뚱그리지 않고 요소로 나누어 그 안에 관계를 낱낱이 살펴보는 분석적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스마트 하다.


현실의 나는 브리짓 존슨에 가깝다. 늘 체중조절에 실패해서 살짝 비만한 체형이다. - 승무원 시절에는 이게 극도의 스트레스였다. 당시 몸무게 보다 무려 10킬로가 넘게 더 쪄버린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내려놓음의 평온함을 누리고 있다.


삶이 극도의 계획과, 완전히 놓아버리는 양 극단을 오간다. 원래는 P였으나 세상 살면서 J로 변한 유형이 아닐까 추정한다. 엄마를 '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했다고 비난하지만, 나 역시 별반 다를게 없다. 남을 잘 믿는다.

브리짓 존슨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All by myself'를 열창하는 모습을 기억하는가? 당시 나는 그 모습이 내 인생의 메타포 같았다.


설렌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책이 출간되었다. 이걸 빌미로 좋아하는 분에게 편지도 보낸다.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이다. 그렇네?


상처뿐인 영광이란 말이 맞다. 다시 돌아가면 안할꺼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 없다.

그렇지만, 이 일이 아니면 내가 용기내서 그 분께 연락을 해보겠는가? ^^

설렌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로필을 바꿀까 말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