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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n 22. 2022

적응하기 힘들었던 그 회사

사람 사는 이야기

아싸 3인

평일 수요일 저녁과, 일요일에 승무원 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시절에 알게 된 분들이 있다. 학원 아싸 3인방이다. 우리 셋은 P항공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셋다 그 회사를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뒀다.

*회사 이니셜은 회사 약자가 아니다. 임의로 붙였다.


A : 어릴 적 꿈이 승무원. 외항사(홍콩) 승무원으로 커리어를 시작, 이후 국내 S항공사에 신입 공채로 입사, 내 어릴 적 꿈은 P항공사 승무원이었다며, P항공사로 재 입사, 1년 동안 온갖 마음고생을 하다 마음의 병을 얻어 그만 둠.


B : 경영학 전공, 취업 압박에 시달리다 우연히 P항공사 공채로 입사, 3년을 일하고 그간 모은 돈을 가지고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미술사학을 공부함(석사), 한국에 들어와 보니 다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음, 결국 승무원 커리어를 활용하는 일로 자리를 잡아 승무원 학원, 대학 항공운항과에 출강, 불어는 와인 라벨을 멋있게 읽을 때 밖에 쓸 일이 없다고 함.


나 : 교생실습 중 갑갑한 학교 분위기가 싫어 이건 내 길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림, 외국에 대한 동경으로 P항공사 공채로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마음고생을 하던 중 같은 팀 언니 추천으로 외항사(싱가포르) 시험을 봄, 한국에 들어오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여러 업을 전전하다 (현재까지는) 인사업무에 정착.


적응하기 힘들었던 그곳, P항공사

우리 셋은 국내 P항공사를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A는 외항사에서 S항공사를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자기 꿈이었던 P항공사는 넘사벽이었다고 소회를 읊었다.


B, 더 다니다간 자기 성격이 이상해질 것 같다며 그만뒀다고 한다. 프랑스 유학 중에 바게트 빵 하나로 하루 끼니를 때울 때도 많았지만 행복했단다... 마음은 편했다고.


나, 하필이면 첫 팀 사무장이 고졸 보안관 출신, 열등감인지 뭔지 굳이 퍼스트 클래스에서 나랑 카트를 잡겠다고 내려왔다. 애틀란타 호텔에서 굳이 나만 옷 몇 벌 가져왔는지를 체크하더라. 당시 타 팀 조인 언니가, "너 갈굼 당하는 건 소문이 자자해, 힘내라."라고 말할 정도로 유명했다. 같은 팀 언니가 자기가 가고 싶었던 외항사 공고가 3년 만에 떴다며, 여기 가보라고 추천해서 다른 회사 면접을 봤다.


외항사를 다닐 무렵이니 거의 20년 전 일이다. P항공사 동기가 요새는 '언니'라는 표현도 안 쓰고 다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다들 개인주의라 이전처럼 그런 것도 없고, 오히려 좀 삭막해졌다고 했다.

궁금해졌다. 정말 변했을까?

(나) "그럼 호텔 픽업 버스 오면, 짐칸 뒤에서 가방 올리는 거 그거 아직도 막내들이 해?"

(동기) "야,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P항공사 동기는 나 포함 4명이 친했다. 한 명은 영화배우가 되겠다고 그만뒀고, 단역으로 몇 번 나오더니, 이제는 소식이 끊겼다. 다른 하나는 3년을 일하다 마지막 팀에서 독한 *을 만나 그만뒀다. 장거리 비행이 끝나면 자기 밑에 주니어들을 불러 무릎 꿇고 손들라고 시켰단다. 그 동기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마찬가지로 한국에 돌아오니 할 일이 없었다. 다행히 신생항공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길 때였는데 굳이 다 합격하고 E항공사를 가는 바람에, 마음고생하고 있다. 회사가 이제 개인주의로 변했다고 주장한 한 명은 이제 소위 '큰 언니'급이 되었다. 독하게 쉬는 날 영어학원 나가고 기어이 영어 과외, 방송 과외까지 받더니 사무장까지 쭉 승진했다. 남는 자가 최후의 승자인가 보다. 신입시절 좋은 팀을 만난 게 자기 복이려니.

나도 두 번째 팀은 좋았다. P항공사 다닐 당시 첫 1년, 매번 비행이 눈물바다였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울다 나옴) 대단한 회사였다.


수직적인 기업문화의 끝판왕

항공사 서열문화가 유명하다지만 P항공사는 서열 문화의 끝판왕이었다. 나는 그곳이 첫 직장이어서 내가 사회생활을 적응하느라 그런 건지, 아니면 이 회사가 이상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인내심 하나는 타고난 탓에, 무식하게 꾹 참았다. 세상이 원래 그런 거려니 하고. 한국에 와서 5인 미만, 30인 미만 사업장 두루 일해봤지만, 다 그렇진 않더라. 아니면 시대가 변한 것이려나?

막내니 사무장이랑 부르스를 추라는 이상한 주문을 하는 언니들이나, 그 뒤에서 코러스를 맞추던 기이한 문화... 그 팀이 유독 이상했던 걸까. 나에게 타 항공사 공고 떴다고 알려준 팀 언니는 비행 생활 10년 했지만 병가를 내 본 건 그 팀이 처음이라고 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입법화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그 당시만 해도 2000대 초반이었으니까. 지금은 변했겠지? 변해야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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