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하니, 출근시간 전장연 시위를 겪을 일이 없었다. 시위로 회사에 늦는다고 부서 단톡방에 톡이 떠도,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불편했겠네. vs 장애인 이동권은 보장해야지. 내 생각은 딱 그 정도에 멈춰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뉴스도 잘 안 본다. 남의 일에 관심이 별로 없다. 전장연 시위도 중요하고 관심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직접 겪은 적이 없어 더 그랬던 것 같다.이거 생각보다 힘들구먼.
6시 퇴근길, 4호선에서 승하차 시위가 시작됐다. 장마라 공기도 축축한데 빽빽하게 들어선 사람들 무리들이 내뿜는 짜즈응아우라. 그 와중에 내 뒤에는 나랑 키가 비슷한 사람이 등을 돌리고 있었는지 궁둥이가 맞닿았다. 따뜻한데 불편했다. 열차가 흔들릴 때마다 궁둥이가 부딪힌다.허허.
충무로에서만 이럴 줄 알았지?
'난 혜화에서도 멈출 거야.'약 올리듯 열차는 다시 멈췄다. 여기서 거의 10분을 넘게 기다렸다. 그 와중에 엄마는 계속 전화를 하신다. 엄마는 문자 확인을 못하신다. 문자로 이따가 연락하자고 보낼 수도 없는 데다전화를 안 받으면 받을 때까지 전화를 하신다. -둘째의 집요함은 아무래도 할머니를 닮은 것 같다. 안 되겠다 싶어 내려서 통화를 했다. 내린 김에 버스나 탈까 싶어 밖에 나갔더니, 지옥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 우산에 가려 몇 번 버스가 오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11분 뒤면 온다는 버스는 11분이 지나도 지체 표시다.
20여분을 기다렸더니 이제는 곧 도착이라고 뜬다. 그래. 이걸 타야지.
집에서 오매불망? 게임을 하며 날 기다릴 둘째에게 전화를 했다.
"배고프지만 조금 참아? 엄마가 막국수 해줄게."
그제부터 막국수 타령이라 쿠*에서 평 좋은 걸로 로켓**쉬 배송을 시킨 터였다.
아이는 배가 고파서 라면 끓여먹었다고 한다.
곧 도착 이랬는데?
1**번 버스가 사라졌다. 난 버스를 보지도 못했는데? 다시 대기 18분이다.
30분 넘게 기다렸다고! 시계는 저녁 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다시 둘째에게 전화를 했다.
이 녀석쿨하게 한 마디 한다.
"택시 불러줄 테니 비도 오는데 택시 타고 와."
아 진짜. 택시를 불러도 내가 부르지. 네가 부르냐. 이 초딩이 허세는.
- 그래. 네 여친은 이쁠 것 같다. 이 놈 말로만 위하고 그러는 거 아니지?
에라 모르겠다. 밥이나 먹자.
마로니에 공원 뒤편으로 들어갔다. 요기가 바로 어릴 적 내 나와바리다. 나는 종로 토박이다. 쌀국수를 시켜놓고 짬을 내서 어제 저장해둔 글을 이리저리 고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