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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l 02. 2022

당신은 기준이 높은 사람입니까?

사람 사는 이야기

이 정도면 잘했는데?

중학교 1학년 때 일입니다. 저는 첫 동아리로 팝송 동아리에 가입했습니다. 지도 교사였던 영어 선생님은 첫 스타트를 조지 마이클의 Careless whisper로 시작하셨죠. 조만간 두 눈썹 사이가 붙을 것 같았던 조지 마이클의 찐한 눈썹과 끈적끈적한 전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이 곡이 나이트클럽에서 분위기 바꿀 때 쓰는 음악이라는 말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노래 가사는 바람난 남자가 전 여친에게 미안해하는 내용이죠. 저는 홀린 듯 선생님 설명에 빠졌습니다. 입담이 좋으셨거든요.


이후 수업시간은 아이들이 조별로 팝송을 하나 선정해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친구랑 제가 어떤 노래를 선정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날 발표 후 느꼈던 부끄러움은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아무리 단어를 찾아도 중1 학생이 팝송을 다 이해하기는 무리였습니다. 저희 때는 중 1 때 알파벳을 배웠거든요. 선생님이 아이들이 팝송을 고르고, 가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해보고, 발표하는 경험을 주고 싶으셨던 건데요. 저는 내 설명이 완벽하지 못해서 중간에 선생님 도움을 받았던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생님처럼 구성지게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우리 발표 이 정도면 잘했는데, 넌 왜 표정이 그래?"

같이 과제를 했던 친구가 물어봤습니다. 난 정말 부끄럽고 민망한데, 왜 친구는 이 정도면 잘했다고 하는 걸까?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때 친구의 얼굴, 내가 앉았던 자리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일을 할 때 내 기준이 높다면,

1. 상대방을 들들 볶거나

2. 기를 들들 볶습니다.

그러다 남의 일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쓴소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면, 주로 2번을 택하겠지요.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일까요?

일을 완성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리더는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리더는 의사결정을 하고 실무는 그 일을 실행합니다. 일이 잘 안 됐을 때 책임은 누가 지는 걸까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집니다. 의사결정이 잘못되었다고 느꼈다면, 실무선에서도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책임은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그러라고 직책을 주었거든요.


일을 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리더는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입니다. 동기부여라는 게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의욕이 없어요. 없던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보상을 들이밀기도 합니다. 리더가 진 자원(인맥, 권한 등)에 따라 외재적인 보상은 지켜질 수도 있고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외재적인 보상으로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저는 리더는 '희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시켜도 안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벌을 부여합니다. 쓴소리 하는 거죠.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안 한다면요? 안고 가야 합니다. 자기가 해야죠. 별 수 없습니다. 자기희생으로 낼 수 있는 성과는 리더의 역량치만큼 한계를 가집니다.


R&R(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면 되지 않냐고요? 꼭 그렇지 만도 않습니다. R&R이 모호한 영역은 어디에나 있고, R&R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당신이 아직까지 그런 사람들을 만나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걸러진 사람들'을 만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Sorting 효과라고 하죠. 들어가기 어려운 곳일수록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죠.


<출처 : Pixabay>
가족이라는 팀


가족을 한 팀이라고 볼 때, 공동 리더는 부부입니다. 자녀에게 일을 시키진 않지만, 독립적인 사람으로 크게 하기 위해서 교육을 합니다. 적절한 동기부여를 하고, 자녀를 위해 희생하며, 책임을 집니다.


문제는 '독립'이 목적이다 보니, 대신해줄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쓴소리를 하기도 쉽지 않고요. 내가 네 양치질을 대신할 수도, 공부를 대신해줄 수도 없지 않겠니? 정신분석학자들이 다 엄마 탓, 어릴 적 트라우마를 탓을 하라고 하는 통에, 말 한마디 하기 쉽지 않습니다. - 전 그래서 아들러가 좋습니다. 이 분은 사람은 교육으로 바뀔 수 있다고 남 탓하지 말라고 하시거든요.

아! 대신해주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상도 안먹혀, 쓴소리도 못해.


기준을 낮춰야 할까요? 풀리지 않은 숙제입니다. 기준을 높이고 아낌없이 지원(출처 : 그릿, 현명한 양육방식)을 하라는데, 이미 제 기준은 낮은 것 같거든요. 양치질해라. 손발은 씻고 자라. 이게 그리 높은 기준이었나 고민하게 됩니다. 대 체벌은 하지 않는다는 교육방침이 무너질 지경이네요.


한 줄 요약 : 기준이 높은데 쓴소리를 못하면 남의 일을 대신하게 된다. 자식은 독립이 목적이라 대신도 못해주고, 속만 들들 볶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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